[ET-ENT 발레] ‘KNB MOVEMET SERIES 4’(2) 정영재 <Love Story of the Pianist>, 배민순 <Inside Out>

발행일자 | 2018.08.07 03:40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배민순 안무 <Inside Out>은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T SERIES 4>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8월 4일부터 5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펼쳐졌다.
 
<Love Story of the Pianist>는 피아니스트의 사랑을 음악으로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고, <Inside Out>은 외면에 감추어진 내면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무엇을 말하려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에는 발레리나 심현희와 다섯 명의 발레리노 곽동현, 류제원, 박관우, 박제현, 정영재가 출연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피아니스트는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 들어와서 업라이트 피아노 앞에 앉는다.

‘KNB MOVEMET SERIES 4’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연주할 때도 무용수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피아니스트가 발레 공연에 참여하면서 안무 연습을 받아 표현한 것인가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무용수이었던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정영재는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도 피아노를 쳤는데, 역동적인 공연으로 인해 가쁘게 숨을 쉬면서 땀을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서적인 마무리를 하려는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흑조를 연상하는 의상을 입은 네 명의 남자 무용수는 네 명이 공중 동작을 하기에는 넓지 않은 무대에서 효율적인 공간 활용법을 보여줬다. 연속 회전을 할 때는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고, 귀엽고 재미있는 동작 또한 수준급으로 진지하게 표현했다. 그런 동작을 할 때 네 명의 무용수들은 민망했을 수도 있고, 내재된 끼를 발산해 시원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KNB MOVEMET SERIES 4’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정영재 안무 ‘Love Story of the Pianis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정영재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표정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플무를 추는 시간에는 여자무용수인 심현희가 끝까지 동작을 활짝 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줬는데, 만약 내가 여자무용수라면 호흡을 맞춰 같이 함께 하고 싶을 남자무용수라고 생각됐다.
 
심현희는 독무를 출 때보다 커플무를 출 때 동작이 더 대담하고 우아하고 힘찼는데 정영재와의 좋은 호흡이 자신감을 높여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홀로 있었을 때와 사랑을 받았을 때의 차이를 몸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표현력과 완급 조절력을 동시에 발휘한 것이다.
 
◇ 배민순 안무 <Inside Out>
 
배민순 안무 <Inside Out>은 발레리노 천정민이 펼친 1인무였다. 국립발레단에서 연수단원을 제외한 단원 중에서 가장 막내 단원이 천정민이 단독 무대에서 멋짐을 폭발시켰다는 점, 안무가 배민순은 자신이 직접 무용수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안무를 막내 단원을 선택해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이끌었다는 점이 모두 돋보인 작품이었다.

‘KNB MOVEMET SERIES 4’ 배민순 안무 ‘Inside Ou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배민순 안무 ‘Inside Ou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Inside Out>은 천정민의 무용수로서의 매력, 배민순의 안무가로서의 저력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천정민의 공연 후, 같은 작품을 배민순이 무용수로 직접 보여준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어떤 디테일의 차이와 반복이 주는 감정의 증폭이 두 공연을 모두 더욱 감동하게 만들지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천정민은 얼굴에 전면 특수 분장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표정의 가면 속에 감겨진 내면의 표정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공연 초반의 음악인 모차르트의 ‘자장가’는 서정성을 만들었는데, 찰리 채플린 발레 같은 이미지가 상상되기도 했다.

‘KNB MOVEMET SERIES 4’ 배민순 안무 ‘Inside Ou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배민순 안무 ‘Inside Out’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가면을 쓰고 재미있는 동작을 했던 천정민은 전면 가면을 벗고 상의도 탈의하는 반전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안무를 보여줬다. 숨겨진 얼굴과 숨겨진 복근을 보면서 감상하는 안무의 느낌은 그 이전과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천정민은 화선지에 써 내려간 힘 있는 붓글씨 같은 몸사위를 보여줬다. 엄지손가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 공연 마지막에 전면 가면을 뒤집는 상징적 행위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여운을 길게 남기게 하려는 배민순의 의도가 반영된 디테일이라고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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