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보이스 시즌2’(9) 분노와 증오! 권율의 이슈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이슈일 수 있다

발행일자 | 2018.09.09 16:35

이승영 연출, 마진원 극본, OCN 토일드라마 <보이스 시즌2>(이하 <보이스2>) 제9화는 제8화의 부제인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계속 이어받았다. 같은 가해자에 의한 데이트 폭력을 당한 사람이 여러 명 나왔는데, 데이트 폭력의 원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보이스> 시즌1이 혐오스러운 장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 시즌2는 혐오스러운 내면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즌1에서는 김재욱(모태구 역)과 김뢰하(남상태 역)의 행동을 많이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권율(방제수 역)의 내면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데이트 폭력의 원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때문
 
일반적인 경우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가해자로부터 찾으면서도, 혹시 피해자도 그런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이는 데이트 폭력이 아닌 다른 폭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시야는 가해자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제8화 마지막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인 재희(손호민 역)를 살해한 사람이 손은서(박은수 역)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제9화에서는 재희의 다른 피해자 3명이 준비했던 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제8화에서 겉으로 드러났던 상황만 보면 재희의 잘못이 분명하지만, 손은서 또한 단호하지 못한 대응을 했거나 혹은 그런 원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었다. 그런데 같은 유형의 피해자가 제9화에 다수 등장하면서 가해자의 문제였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은, 이런 시야는 드라마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가해자는 공감능력 없이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공감능력이 많다면 피해자의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폭력을 반복해서 저지를 수가 없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무의식이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은 무척 안타깝다. 마음을 준 사람에게 폭력을 당한 처참함은 견디기 힘들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그럴 수도 있다.
 
마음을 준 사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세상 또한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의식의 측면에서 너무 견디기 힘들게 된다. 의식이 훼손된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무의식은 자신을 훼손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의식이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무의식이 어떤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보이스2>를 보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이진욱의 블랙아웃 자체도 중요하지만, 블랙아웃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더 중요하다
 
반복해 블랙아웃 증상을 보여주는 이진욱(도강우 역)은 이하나(강권주 역)로부터도 의심을 받는다. 블랙아웃도 중요하지만 블랙아웃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이진욱의 이슈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욱의 이슈가 해결된다면 블랙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거나 증상이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진욱이 스스로 코우스케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은 실제로 이진욱이 고우스케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진욱의 블랙아웃을 이용해 권율이 의도적으로 주입한 메시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우라면 이야기는 큰 반전을 줄 것이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너무 마음 아픈 드라마! 분노와 증오는 권율의 이슈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이슈일 수 있다
 
<보이스2>는 너무 마음 아픈 드라마이다. 시즌1이 혐오스러운 장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 시즌2는 혐오스러운 내면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와 연출은 이렇게 직면하게 만들기를 결정하면서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르고 보면 그냥 자극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보이스2>는 너무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분노와 증오는 분명히 권율의 이슈이지만, 권율만의 이슈가 아닌 시대의 이슈일 수 있다.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보이스 시즌2’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권율의 범행을 모두 밝혀내고 합당한 벌을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만약 권율을 응징하는 것에만 머물고 사회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해소하거나 낮추지 못한다면, 제2의 권율, 제3의 권율은 계속 나타나게 될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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