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제3회 M-PAT 클래식음악축제 ‘사랑의 묘약’ 야외 오페라 감동 선사한 지휘자 조정현

발행일자 | 2018.09.17 15:08

마포구, 마포문화재단 주최 야외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이 9월 14일과 15일 상암월드컵공원 수변무대에서 개최됐다. 9월 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열리는 제3회 M-PAT 클래식음악축제의 프로그램 중 가장 주목받는 야외 제작 오페라이다.
 
동화의 나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는데, 지휘자 조정현은 정선영 연출과 함께 음악과 무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 동화의 나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 무대 전환이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만든 설정과 디테일!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자주 공연되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많이 익숙하기 때문에 평범하게 만들 경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공연은 야외 오페라로 제작됐기 때문에, 오페라 전용극장에 비해 무대 전환과 자연음향 환경에서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시작됐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을 먼저 맞이한 것은 동화의 나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였다. 무대 뒷면은 벽으로 막혀 있지 않았는데, 먼 배경을 작품 속 원경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분수를 쏘아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기도 했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의 무대는 관객석 방향으로 약간 경사가 있어서 관객들이 시야를 확보하기에 용기하게 설치됐는데,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굴곡이 있어 다양한 장면을 단조롭지 않게 표현할 수 있었다. 무대 전환이 없이 이런 효과를 낸다는 점은 놀라웠다.
 
서곡 처음에는 어느 정도 조명이 있었지만 제1막이 시작되며 관객석은 더 어두워졌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야외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낸 것인데, 실내 공연이 아닌 야외 공연에서 적용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 야외 오페라로 <사랑의 묘약>을 선정한 것은 똑똑한 선택!
 
이번 야외 공연은 오페라 선택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사랑의 묘약>은 재미있는 오페라인데, 너무 가볍지는 않고 교훈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 심리적인 측면이 많이 들어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
 
야외 오페라는 자연음향 공간에서의 공연과는 달리 마이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절절한 아리아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내용의 아리아가 많아 마이크를 사용해도 디테일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아디나(소프라노 박하나, 이정은 분, 네모리노(테너 김건우, 이재욱 분, 벨코레(바리톤 김종표 분, 둘카마라(베이스 이두영 분, 잔넷타(소프라노 안지현 분) 역은 당연히 성악가가 맡았지만, 둘카마라 조수와 공증인 역은 연기자인 김형래와 방호병이 소화했다.
 
두 명의 연기자의 코믹한 연기에 관객들은 큰 호응을 얻었는데, 야외 오페라이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큰 움직임을 보여줄 때 관객들이 환호한 것이다. 실내 공연에서의 오페라글라스의 역할을 하도록, 야외 공연에서 실시간 공연 영상이 제공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자막의 글씨가 크고 선명했던 점 또한 좋은 선택이었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연주와 노래, 변함이 없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날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착각을 하는 네모리노의 정서는 큰 자막을 통한 가사전달력 확보로 더욱 빛났다.
 
긍정적인 착각의 반복과 지속성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사랑의 묘약>은 보여준다. 논리적인 것보다 강력한 믿음의 힘으로 긍정적인 게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오페라는 보여준다. 정말로 깊은 사랑을 받는다면 마음은 흔들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가을밤의 정취와 함께 와닿았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 우리나라 오페라 지휘자도 멋지게 야외 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조정현!
 
<사랑의 묘약>에서 조정현은 우리나라 오페라 지휘자도 멋지게 야외 공연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정현은 기존에 늘 호흡을 맞춰왔던 오페라단에서 지휘로 참여한 게 아니라, M-PAT 클래식음악축제를 위해 새롭게 처음부터 만들어온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오페라에서의 지휘자는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역량을 요구받는다. 무대, 언어, 연기 모두 봐야 하고, 오케스트라와 성악가, 합창단을 모두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리드해야 한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연출가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면 지휘자가 현장 연출자의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현장 연출자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지휘자가 전체적인 음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조정현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음향 세팅도 중요하게 여기는 아티스트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자세, 성의가 뛰어난 지휘자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자석에 미리 나와 있는 겸손함도 발휘했다. 박수 받으면서 나오기보다는 야외 오페라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연주자들과 함께 미리 나와서 준비한 것이다.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사랑의 묘약’ 공연사진.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야외 오페라 마이크 사용한다. 관객석에는 마이크를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지휘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 오페라는 관객석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무대가 흘러가는 경우도 있는데, 조정현은 부드럽게 이어갈 때와 경쾌하게 끊어갈 때를 잘 살리면서 지휘했다.
 
<사랑의 묘약>에서 조정현의 활약은 우리나라 젊은 지휘자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게 만들면서, 조정현과 같은 젊은 지휘자가 오페라와 교향곡, 실내악을 넘나들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사랑의 묘약>이 기존 오페라단의 공연이 아닌 새롭고 신선한 프로덕션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조정현이라는 보물 같은 지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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