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4) ‘제사’ 행동 → 습관 → 의식

발행일자 | 2018.10.16 00:25

이규리 감독의 <제사(Ritual)>는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18) 국제경쟁 섹션에서 아시안 프리미어(Asian Premiere)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하나의 의식이 된다.’라는 시놉시스가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다.
 
스크린의 이곳저곳에서 많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데, 몇 명이 등장하고 몇 가지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방금 전에 본 장면인데도 잘 기억나지 않을 수도 기억날 수도 있다. 두뇌의 순간 인지능력, 처리 속도를 상대적으로 파악을 점검하는데 이 작품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하나의 의식이 된다
 
앞구르기와 뒤구르기를 반복하는 소녀를 비롯해 영화 속에서는 많은 작은 행동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런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하나의 의식이 된다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거의 모든 러닝 타임에 등장하는 소녀의 움직임만 부각할 수도 있었는데, 감독은 여러 가지 사례를 계속 나열한다. 소녀의 움직임만으로도 반복이 습관이 되는 것을 표현하는데는 무리가 없었을 것인데, 습관이 하나의 의식이 되려면 특정 대상이 아닌 많은 대상이 참여하고 추종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대상의 여러 반복되는 움직임을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두뇌의 순간 인지능력, 처리 속도 파악에 활용할 수 있는 작품
 
스크린 곳곳에서 무언가 여러 가지가 반복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면 작품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이 작품에서 몇 명의 사람이 나왔는지, 몇 가지의 반복이 나왔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질문한다면, 많은 관객들은 ‘분명히 방금 전에 봤는데, 봤는데’하면서 안타까워할 수 있다.
 
그럴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제사>는 사람마다 두뇌의 순간 인지능력, 처리 속도가 어떤지 상대적으로 측정하도록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가 보일 때 얼마나 나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놀랍고도 두려운 일일 수 있다.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제사’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제사>의 배경은 빨간색이다. 일반적으로 제사에는 빨간색을 사용하지 않는데, 감독은 행동이 습관을 거쳐 의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지속적으로 빨간색을 가장 주된 칼라로 사용했다.
 
<제사>의 빨간색은 반어적인 뉘앙스로 사용됐을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제사와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의식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사용됐을 수도 있다. 만약 빨간색이 아닌 다른 색이 사용됐다면, <제사>에서의 움직임을 더욱더 종교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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