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갤러리] 심려진 개인전 ‘참잘했어요! Shim Ryeo Jin's Exhibition’ 통합된 양가감정

발행일자 | 2018.10.16 08:41

심려진 개인전 <참잘했어요! Shim Ryeo Jin's Exhibition>이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양말샵에서 전시 중이다. 현직 배우이기도 한 심려진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에게 솔직해지기를 시작하면서 나와 화해하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보는 분들이 혹시 자기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미워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스스로 그만큼 힘들었구나 생각하길 바란다. 과거의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지금의 나와 화해하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 고통과 원망 뒤에 깨닫는 행복, 사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꼭 알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 존재인지 꼭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클로징 파티 이름도 ‘보석파티’로 했다.”
 
◇ ‘미란, 100×8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미란, 100×8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을 보면 그 자체가 당연히 작품이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받침으로 사용했던 틀을 가져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추상적인 측면이 다분히 있지만,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란, 100×8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미란, 100×8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정서적인 면에 집중해 보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양가감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양가감정이 대립하고 있는 게 아니라 통합이 됐지만 이전의 날선 감정의 일부는 아직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가감정은 서로 다른 대립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 혹은 그런 감정을 뜻한다.
 
연한 파랑과 연주황은 부드럽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두 색깔의 영역 모두 사람처럼 보이는데, 연한 파랑이 치유돼서 다시 선 ‘나’라면 연주황은 붉은색과 어울릴 수도 있는 포용적인 ‘나’를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한 파랑과 연주황 뒤에는 더 넓은 영역의 진한 붉은색이 있는데, 상처받은 영혼일 수도 있고 분노일 수도 있고 정화되고 있는 내 피의 열정일 수도 있다. 세 가지 주된 색 이외에도 작고 다양한 색과 무늬가 있는데, 삶에서 다양하고 사소하고 복잡한 일들을 작가가 많이 겪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내가 통합된 ‘나’라면 과거의 그런 경험은 작가로서, 배우로서 작품 활동을 할 때 훌륭한 자산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 ‘니나와 나, 91×73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수채화물감,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니나와 나, 91×73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수채화물감,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에서 사용된 주된 색깔은 검은색, 노란색, 흰색이다. 흰색은 그림에 가까이에 가서 보면 흰색이 분명하지만 약간 멀리 떨어져서 순간적으로 보면, 깨끗하게 비어있는 공간이거나 조명 등 밝은 빛으로 인해 하얗게 보이는 공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니나와 나, 91×73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수채화물감,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니나와 나, 91×73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수채화물감,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작품의 제목을 염두에 두면, 작가는 본인과 의미 있는 타자(상대방)와의 관계성에서 생긴 본인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축적된 감정을 쏟아낸 그림이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가의 추상적 붓터치 속에는 구체적인 형상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흥미롭다.
 
그림 왼쪽 위의 검은색은 요트와 물에 비친 요트의 그림자처럼 보이고, 하단의 검은색은 갯벌에서 무언가 말리기 위해 설치한 도구처럼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른쪽 중간은 원근법을 적용한 섬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왼쪽 중간은 저녁에 지는 햇빛인 낙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운데 흰색이 밝고 강한 빛이라고 본다면, 이 작품은 시간의 중첩을 담고 있는 것인데, 연속되는 감정선의 흐름 속에서 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작가가 함께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려진1, 60×5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려진1, 60×5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은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고 난 후에서 한동안 제목을 정하지 못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려진1, 60×5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려진1, 60×50cm, Improv, Yes and then, 아크릴, 엣지코트, 명주실(증조할머니 유품), 2018’. 사진=심려진 제공>

심려진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이 고통, 원망, 미움, 분노와 이해, 용서, 포용, 행복, 사랑을 모두 담고 있다면, 이 작품은 특히 그런 감정들이 통합되기 전 원형을 더욱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이름을 붙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그림 속 색과 색의 영역은 화학적으로 융합돼 새로운 색과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그전에 어떤 색으로 무엇이 그려졌는지 다 볼 수 있게 돼 있다. 색과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은 작가가 감각적으로 표현한 색과 형태에 접목되는 감정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통합은 됐지만, 양쪽의 감정과 정서가 모두 살아있다는 것인데, 작가가 배우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무척 좋은 내적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너무 크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런 생생한 감정들은 연기에 몰입할 때 나를 더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감정과 정서, 기억의 일부를 친근하게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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