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우울한 정서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지휘자 성시연과 무제타 역 소프라노 강혜명/장유리

발행일자 | 2018.12.06 15:19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La Boheme)>이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자코모 푸치니 작곡, 성시연 지휘, 마르코 간디니 연출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 cpbp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한다.
 
푸치니 오페라의 특징인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지휘자 성시연은 열정적인 지휘로 승화시킨다. 솔직과 천박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통해 무제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명과 장유리는 <라 보엠>이 주는 답답한 정서를 이완하는 역할을 한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공간을 한정해 집중하게 만드는 무대
 
<라 보엠> 제1막 다락방은 전체 무대를 사용하지 않고 2층 구조물을 통해 작은 공간만 사용해 정말 작은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많은 것으로 채우지는 않은, 화려하지 않고 겸손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간이 주는 정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가난한 청춘들의 삶과 닮아있다.
 
관객석과의 거리를 상대적으로 멀리 유지해 관객들이 관조적으로 등장인물을 바라보게 만든 제1막과는 달리, 제2막에서 등장인물들은 무대 맨 앞까지 나와서 연기를 펼친다. 우울한 정서가 주도할 때는 관객들과 거리를 두고, 좀 더 밝은 분위기가 형성될 때는 관객들에게 다가가도록 만든 연출이 눈에 띈다. 어두운 정서에 매몰되지 않도록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열정적인 지휘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살린 지휘자 성시연
 
지휘자 성시연은 큰 동작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하는데,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연주하라고 디렉팅을 주기도 한다. 푸치니의 어두움을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무대로 표현됐다면, 그의 침울한 정서를 긍정적으로 승화하는 역할은 성시연이 맡는다고 볼 수 있다. 음악 본래의 정서를 살리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느껴진다.
 
기존의 <라 보엠>을 봤을 때와는 달리 관객은 어느 정도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우울한 정서로만 무대를 다 채우지는 않는데, 성시연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다양한 색채를 모두 전달하기 위해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감정에 솔직한 무제타를 표현한 소프라노 강혜명, 장유리
 
<라 보엠>은 일반적으로 주인공인 미미(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서선영 분)와 로돌프(테너 정호윤, 이원종 분)가 기본 정서를 형성한다. 그런데 이번 프로덕션에서 그런 정서를 좀 더 밝게 만든 인물은 감정에 솔직한 무제타(소프라노 강혜명, 장유리 분)이다.
 
무제타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솔직과 천박 사이를 오가는 연기를 해야 한다. 예쁜 척 고상한 척하지만 다분히 천박하게 보이기도 하고, 솔직하고 직선적인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내면을 가진 무제타의 양면성은 오페라의 무게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공연에서 <라 보엠>을 좀 더 밝고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사람, <라 보엠>이 주는 무겁고 답답한 기운을 이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지휘자 성시연과 무제타 역 강혜명, 장유리이다.
 
프레스 오픈 리허설에서 강혜명의 눈빛 연기는 인상적이었는데, 연극이나 시트콤처럼 명쾌하게 과장된 표정연기를 선보였다. 무제타를 단순히 에피소드를 형성하는 인물로 한정하지 않고, 정서의 톤을 조율하는 역할로 해석했다는 점은 <라 보엠>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든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프레스 오픈 리허설 때 오페라극장 2층 관객석에는 학생 관객들이 초대됐다. 쉬는 시간에 폰을 보느라 정신없던 학생들은 공연이 시작되자 집중했는데, 필자가 2층으로 자리를 옮겨 관람한 제2부를 기준으로 볼 때 공연 도중에 폰을 켠 학생 없었다.
 
젊은 시절 오페라를 본 인생에서의 경험은 학생 관객들에게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본공연이 아니었기에 다른 관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즐길 수 있었고, 오페라극장 2층 앞쪽 좌석에 주로 앉았기 때문에 공연장의 공명으로 인해 아리아를 부르는 소리는 1층의 웬만한 좌석보다 더 선명하게 들렸을 것이라는 점은 더욱 긍정적이었다. 오페라는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관람할 수 있는 경험이 더 많이 제공되면 좋겠다.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La Boheme)’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요뉴스

RPM9 RANKING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