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6전시실에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이 전시 중이다. 인물과 인간관계를 주로 그림에 담았던 에바 알머슨은 자연에 대한 교감을 통해 점점 자연을 표현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개는 자연과 화가의 매개체로 느껴진다.
어떤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냐에 따라 개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에바 알머슨이 느낀 자연과 그 자연과 본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보호자로서의 개는 그녀의 당시 마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실제 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각각의 상황과 각각의 개의 모습은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 ‘페트라와의 산책, Oil on canvas, 162×97cm, 2018’
‘페트라와의 산책, Oil on canvas, 162×97cm, 2018’에서 여자의 배경으로 표현된 자연은 평온하게 보이기도 하고, 부분부분에 집중해 보면 다소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여자의 앞에 있는 개 페트라 또한 얌전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페트라의 눈 또한 이중적인 느낌을 모두 주고 있다.
여자는 산책을 하는 과정으로 동적이고, 자연은 자리를 지키며 정적으로 있다. 페트라는 산책하는 여자와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페트라만 봤을 경우 정적으로 서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페트라는 여자와 자연의 정서를 모두 공유하고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인물과 인간관계에 집중하던 화가는 자연과의 교감을 꾀하면서 자연과도 서서히 관계성을 정립해 나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림 속 자연은 여자의 표정처럼 완벽하게 환하게 웃고 있다고 보이기보다는 웃고 있거나 아니면 다소 위협적인 두 가지 모두로 보이는데, 시간이 더 지난 뒤에 그려지는 화가의 작품 속 자연과 개는 그냥 밝고 화사하게 웃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교감, Oil on canvas, 162×130cm, 2017’
‘교감, Oil on canvas, 162×130cm, 2017’은 요가 혹은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에바 알머슨의 작품은 대부분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작품도 자화상이라고 본다면 에바 알머슨은 명상을 하는 자신의 모습 혹은 명상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개는 ‘페트라와의 산책’에서의 개와는 달리 작은 개다. 여자를 앞에서 지킨다기보다는 명상에 들어가는 여자를 따라 같이 명상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명상을 통해 정신적인 교감에 들어간 여자는 당당하고 위대해 보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개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여자를 지키기보다는 여자에게 교감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고 보인다, 동일한 행동을 통해 라포르를 형성하려는 개의 모습에는 여자의 마음이 투영돼 있을 수도 있다,
에바 알머슨의 작품 앞에서 에바 알머슨과 함께 명상을 한다면 어떨까? 명상을 통해 에바 알머슨의 정서와 교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에바 알머슨의 작품과 교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 화가의 동양적 감성은 우리가 그녀의 작품에 더욱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