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베스와 베라’ (극단적) 자극추구와 (필사적) 위험회피! 공존이 가능한가?

발행일자 | 2019.01.15 14:46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베스와 베라(Incident in a Ghost Land)>에서 어린 베스(에밀리아 존스 분)와 어린 베라(테일러 힉슨 분)는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끔찍한 일을 겪는다. 사고 이후 성인이 된 언니 베스(크리스탈 리드 분)는 자전적 소설을 출간해 성공하지만, 동생 베라(아나스타샤 필립스 분)는 여전히 그날의 공포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극단적 자극추구와 필사적 위험회피의 공존은 가능한가? 서로 상반된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베스는 정말 무서운 공포의 포인트를 소설에서 부각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무서워하면서도 공포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공포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극추구 성향과 위험회피 성향이 동시에 모두 높다고 볼 수 있다. 자극추구만 강한 관객, 위험회피만 강한 관객이 볼 때 왜 저런 행동을 하느냐고 생각되는 것들을 공포 영화의 주인공들이 매번 하는 이유이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모호한 뉘앙스로 시작한 영화! 무서움에 논리성과 개연성이 꼭 필요한가?
 
<베스와 베라>가 시작할 때의 영화 화면은 맑지 않다. 화질의 선명도를 떨어뜨려 모호한 분위기 형성하는데, 영화 속 표현처럼 먼지 한 톨까지도 악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실제로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 클레리스 이모가 주는 공포 또한 선명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데, 같은 뉘앙스로 전달된다.
 
소설을 쓰는 언니 베스는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의 분신이라고 여겨진다.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고 타자기로 글을 쓰는 베스의 성향은 글을 쓸 때 감독이 드러내는 아날로그 정서라고 생각되는데, <베스와 베라>에서는 복선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의 신선하면서도 뜬금없는 듯한 전개는 공포 영화를 보는 이유, 공포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공포 영화가 무서우면 됐지 논리적인 개연성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려는 듯하다. 논리적이지 않은데 공포는 계속된다. 반전에 의해 논리성이 급격히 보완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있지만, 영화는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엄마 또한 매우 무서웠을 것인데 어떻게 저런 괴력이 나왔을까 궁금해지는 장면이 있다. 모성애일까, 아니면 내면의 잠재적 악마성일까? 그렇지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후 관객의 마음이 더 아프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어 제목 ‘Incident in a Ghost Land’와 한국어 제목 ‘베스와 베라’가 전달하는 정서의 차이
 
영어 제목 ‘Incident in a Ghost Land’는 특정한 지역에서의 사건에 대해 초점을 두는 반면에 한국어 제목 ‘베스와 베라’는 사람에 더 관심을 가진다. 악몽 같은 현실과 엇갈린 진실을 영어 제목에 대입하면 사건 위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한국어 제목에 대입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과 사람이 겪은 공포, 사람의 마음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영어 제목과 한국어 제목은 공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HELP ME’는 도와달라는 메시지인데, 이 또한 사건 속의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고 사람을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극단적 자극추구와 필사적 위험회피! 공존이 가능한가?
 
<베스와 베라>에서 베스는 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워 어쩔 줄 모르면서도 공포 소설을 쓴다. 실제적으로 이런 것이 가능할까? 위험회피와 자극추구, 상반된 두 가지 성향을 베스는 모두 크게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
 
무서운 게 어떤 것인지, 어떤 포인트에서 정말 무서운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소설로 표현할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베스가 위험회피 성향만 강했다면 공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절대 자전적 소설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에서 공포 소설을 쓰는 언니와 공포 소설 안에 들어가 있는 가족의 모습은 대비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 한다. 언니 베스가 자극추구와 위험회피의 상반된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면, 동생 베스는 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베스와 베라>는 베스와 베라에게 각각 정반대를 동시에 공존시킨다. 반전이 충분히 가능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정반대의 공존은 확실하지 않게 만들어 불안감을 증폭하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에도 더욱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스와 베라’ 스틸사진. 사진=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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