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무용] ‘시간의 나이’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

발행일자 | 2019.03.18 21:15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전성기를 선도하며 국민 안무가로 불리는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의 협업이 만든 강렬한 춤의 파노라마로, 프랑스 관객을 사로잡은 국립무용단만의 독보적 컨템퍼러리 작품이다.
 
<시간의 나이>는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의 대비와 교차를 통해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무용수들은 타악기 연주와 연기, 무용 안무를 동시에 펼쳐 다양한 표현력을 발휘했다. 커튼콜에서 김병조 단원의 국립무용단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는 다른 단원들의 모습은 찡한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타악 리듬, 타악기 소리와 함께 한 안무! 타악기 연주와 연기, 무용 안무를 동시에 하는 공연!
 
LG아트센터는 음악공연 전용 공연장은 아니지만 소리가 좋은 극장으로, 소리와 함께 시각적 안무가 펼쳐지는 <시간의 나이>를 생생하게 즐기기에 알맞은 장소이다. 공연 시작 시 무용수들이 어둠 속에서 무대로 걸어 나올 때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심장박동 소리처럼 들렸다.
 
무용수들이 동시에 오고무를 추는 군무로 공연은 시작했다. 오고무를 추던 무용수 중에서 한 명이 무대 앞으로 나오고, 다섯 개의 북 없이도 마치 북이 있는 것처럼 공중에 대고 오고무를 췄는데, 북이 없을 때 오히려 더 큰 소리를 내는 것 같은 판타지를 자극했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기억’이라는 소타이틀에 영상도 함께 했는데, 관객은 시선을 영상에 빼앗겼다가 무용수에게 빼앗겼다가를 반복할 수 있었다. 타악 리듬은 <시간의 나이>를 관통하면서 무대를 가속시키는 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날고 있잖아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친 남자 무용수를 비롯해 대사를 하는 무용수들도 있었다. <시간의 나이>는 타악기 연주와 연기, 무용 안무를 동시에 하는 공연이라고 볼 수 있다.
 
날고 싶은 욕망을 몸으로 표현할 때 어떻게 하는지 무용수들은 보여줬는데, 진짜로 날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달됐다. 나를 봐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표현하면서 존재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남녀의 부채춤에서 부채 또한 시각적 역할과 청각적 역할을 동시에 했다. 부채를 열고 닫는 소리, 부채끼리 부딪히는 소리, 공중에서 부채를 움직일 때 나는 바람 소리 등 부채는 소리와 동작을 모두 담당했는데, <시간의 나이>에서의 복합적인 표현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 <시간의 나이>는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
 
국립무용단은 전통 무용을 하는 단체일까? 아니면 현대 무용을 하는 단체일까? 국립무용단은 전통 무용 공연도 하고, 현대 무용 공연도 하고, <시간의 나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동화적 만남’을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이기 한다. 발레적 안무에도 강해, 국립무용단 작품 중에는 모던 발레 같은 느낌의 안무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혹자는 국립무용단이 전통 무용만 집중해서 공연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국립무용단은 현대 무용에도 무척 강한 무용단이다. 현대 무용을 하지 않기에는 너무 아까운 무용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시간의 나이>는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시간의 나이>는 프랑스 안무가와 국립무용단의 협업이기 때문에 프랑스와 한국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장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안무가가 다른 문화권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사람일지라도, 국립무용단이 충분히 흡수하고 소화해 자신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시간의 나이>는 빠른 춤과 느린 춤이 공존하고, 우아한 춤과 격렬한 춤이 공존한다. 제1부 공연에서 전통 무용을, 제2부에서 현대 무용을 해 두 가지를 분리해 표현하기도 했는데 거기에 그치지는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상 속 무용수와 무대 위 무용수가 컬래버레이션을 이뤄 국립무용단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영상 속 무용수들은 전통 무용 의상을 입고 있었고, 무대 위 무용수들은 평상복 같은 의상을 입기도 했다. 신구의 조화와 비슷한 동작을 통한 정서의 교감을 표현한 것인데, 국립무용단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관객일수록 더욱 감동받았을 것이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무대에서 탈을 쓰지 않은 탈춤을 출 때, 영상 속 무용수들은 탈을 쓴 탈춤을 췄는데 같거나 비슷한 동작을 표현했다. 승복을 입지 않고 추는 승무를 추고, 갓을 쓰지 않고 추는 선비춤을 췄다. 이번 안무가 무슨 안무일까 궁금할 수도 있는 시간에 영상은 선비춤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보여준다.
 
다른 모습, 다른 의상을 하고 있어도 같은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는 국립무용단의 정서와 무척 흡사하다.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정서, 게다가 발레적 감성까지 겸비한 단원들이기에 <시간의 역사>를 이렇게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번 공연은 김병조 단원의 국립무용단에서의 마지막 무대였다. 커튼콜에서 김병조 단원의 국립무용단에서의 마지막 무대를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는 다른 단원들의 모습은 찡한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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