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발레리나 김유진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이유는?

발행일자 | 2019.03.25 20:09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하남 공연이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됐다. 결말이 바뀐 이번 버전의 공연은 4월 5일부터 13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6월 프랑스 파리 초청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바뀐 버전의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더욱 슬프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다. 공주 오데트에게 매혹된 지그프리드 왕자에 대한 마지막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버전의 결말에 불편했던 관객들은 더 이상 지그프리드를 원망하지 않고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발레리나 김유진을 뒷받침한 발레리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섬세한 배려와 그 배려를 오롯이 받을 수 있는 김유진의 실력과 케미는 돋보인다. 김유진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디테일은 인상적인데, 발레가 이렇게 우아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바뀐 버전의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더욱 슬프고 더욱 감동적이다! 지그프리드에 대한 여운이 달라진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 콤비의 위대한 안무, 발레리나의 흑조와 백조 1인 2역, 각국의 캐릭터 댄스가 돋보이는 발레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번 버전에서는 환상적인 백조 군무와 함께 밤 호숫가 장면에서의 흑조 군무 등 백조와 흑조가 같은 시간에 대비되는 대형과 안무가 더욱 인상적이었고, 무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충족했다. 일반 발레 안무와 백조 안무의 차이점에 흑조 안무의 매력까지 선사했다.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는 솔직히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데트 공주를 사랑하는 멋진 왕자이지만, 끝까지 오데트를 지켜주지 못한 인물이다. 오데트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다고 볼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그런데 이번 프로덕션이 바꾼 지그프리드의 마지막 선택은, 지그프리드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관객들에게도 더 이상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전 버전을 보고 지그프리드의 사랑에 더욱 초점을 맞춘 관객은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극의 극대화에 웅장한 만큼 처연한 슬픔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은 무척 아름답게 표현돼 더욱 슬퍼진다. 지그프리드의 마지막 선택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더 이상 대놓고 미워하거나 원망하기 힘들어졌다. 스토리텔링의 반전에 머물지 않고 엄청나게 큰 정서적 반전이자, 오데트에 감정이입한 관객에게는 슬프지만 위로를 주는 엔딩이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오데트/오딜 역과 지그프리드 역은 홍향기와 마밍, 한상이와 강민우, 김유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최지원과 이현준이 호흡을 맞추는데, 마지막의 처연한 슬픔을 각각의 무용수들은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 발레리나 김유진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디테일은?
 
<백조의 호수>를 보면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섬세한 배려를 하고, 김유진은 그 배려를 오롯이 받아 모두 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잘 맞는 것일 수도 있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잘 받쳐주는 것일 수도 있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김유진은 2017년에 만 16세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최연소 입단한 발레리나로 올해 드미솔리스트로 승급했는데, <백조의 호수> 주역 무용수이다. 수석무용수, 솔리스트가 아닌 드미솔리스트 중 유일하게 주역을 맡았다.
 
김유진은 우아한 동작과 안정적인 회전으로 천천히 다 표현한다. 천천히 표현하는 것 같지만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 빠른 회전도 돋보이지만, 김유진은 느린 동작을 다 표현할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팔을 쭉 계속 펴는 동작 등 하나의 동작을 표현할 때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표현하지 않고 동작이 80% 정도 이뤄졌을 때 미세하게 브레이크를 준 후 같은 방향으로 안무를 이어가거나 혹은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약간 바꾼다.
 
티 나게 순간 멈추지도 않기 때문에 정말 감각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김유진이 그런 디테일을 표현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디테일에 집중하는 관객들, 감각적으로 느끼는 관객들에게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백조의 호수’ 공연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사진=김경진)>

여운을 남게 만드는 김유진의 동작은 리드미컬하게 관객의 우뇌를 건드린다. 중력이나 공기의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김유진이 움직인 공간의 공기가 바뀐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유진은 공중 동작, 느린 회전에서 더욱 돋보인다. 점수를 준다면 기술점수 못지않게 예술점수를 더 많이 줄 수 있다. 우아함으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주인공의 품위를 지키는데, 다 표현하는 동작에서 선이 더 예쁘고 우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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