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걸캅스’ 남성 혐오 영화 논란의 이유는? 사이다 같은 일침을 가하고도, 반감을 사는 이유는?

발행일자 | 2019.05.02 20:36

정다원 감독의 <걸캅스(Miss & Mrs. Cops)>는 소재의 시의성과 여자배우들의 열연, 사이다 같은 일침을 가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 범죄에 맞서는 통쾌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설정과 디테일의 미흡으로 인해 남성 혐오 영화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미흡했거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감독의 인물관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 잘 만들고도 호평을 듣지 못하는 영화가 될 것인가?
 
<걸캅스>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비도덕적이거나 무능력하다. 이 남자는 괜찮다 싶은 남자 캐릭터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 감독은 물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겠지만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면서 만든 영화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걸캅스>는 ‘분노 유발 악당 4인방 & 고답 유발 강력반 3인방’을 홍보 포인트로 사용하고 있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의도가 분명히 들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우준(위하준 분)을 필두로 필립(주우재 분), 용석(강홍석 분), 찬영(김도완 분) 등 분노 유발 악당 4인방과 선배 곽형사(한수현 분), 오형사(전석호 분), 막내 형사(조병규 분) 등 고답 유발 강력반 3인방뿐만 아니라, 범죄에 연관된 외국인으로 등장하는 남자들, 지철(윤상현 분), 수사는 하지 않고 경찰서에서 잠만 자는 상관 등 <걸캅스>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죄인이거나 고리타분하거나 무능력, 무책임하다.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남자 캐릭터가 있었으면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남자 캐릭터가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남성 혐오 영화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만약 <걸캅스>가 정말 수준 낮게 만들어진 영화라면 이런 논란을 들여다보는 것이 시간 낭비일 수도 있지만, 잘 만들어놓고 설정과 디테일에서 큰 문제를 만듦으로써 좋은 영화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전에 만들어진 작품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든 여자 캐릭터를 비하하거나 가치 폄하한 영화가 많았다면, <걸캅스>에서는 모든 남자 캐릭터를 비하하거나 가치 폄하했다고 볼 수 있다. 특정인, 특정 세력의 문제점을 남녀의 대결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불필요한 반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 권리와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도 긍정적이지 않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표면적으로 보면 감독은 남자들을 안티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앞뒤의 상황을 살펴볼 때 역풍 유발을 초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지능적으로 여자들을 안티 했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현실 고발과 각성, 반성을 도출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웃다가 결국 불편하게 끝나게 영화로 만든 것이다.
 
디테일에 강한 감독들이 <걸캅스>를 보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저렇게 만들었다는 안타까움에 나라면 정말 잘 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걸캅스>는 관객의 마음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감독이 하고 싶은 말만 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공감능력이 아쉽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남자 관객이 <걸캅스>를 봤을 때 본인이 남자라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져야 공감능력을 잘 발휘한 잘 만든 영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오히려 불편함과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게 만들었다는 점은 아쉽다.
 
설정과 디테일을 약간만 보완했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인데, 피디를 비롯한 제작진과 투자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 투자 파트에서 전혀 거르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CJ답지 않은 미숙함이라고 생각된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남성 혐오 영화가 아니라고 이유를 댈 수도 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수긍할 만큼 공감이 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걸캅스>는 그러지 않고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혐오 영화라는 논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그런 논란 없이 공감하게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 라미란과 이성경의 케미! 최수영(수영)의 발견!
 
<걸캅스>에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세 명의 여자배우가 있다. 미영 역 라미란과 지혜 역 이성경은 무척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장미 역 최수영(수영)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계속 의자에 앉아있으면서도 저렇게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가 감탄하게 만든다. 그들의 연기력에 속으로는 칭찬하면서도, <걸캅스>의 설정과 디테일 때문에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걸캅스’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필름 모멘텀 제공>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본편의 영화가 있고, 관객과 흥행보다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에 더욱 집중해 다시 편집해 만드는 감독판 영화가 있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걸캅스>는 본편 영화가 아닌 감독판 영화라고 느껴진다. 일반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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