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기아차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Hyper)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 이하 리막)’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함과 동시에 고객에게 놀라운 가치를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탈바꿈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협업을 바탕으로 2020년 고성능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Prototype) 모델을 선보이는 등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13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3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당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당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리막의 활력 넘치는 기업 문화가 우리와 접목되면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막의 마테 리막(Mate Rimac) CEO는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번 협력으로 고객에 대한 가치 극대화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리막은 2009년 당시 21세 청년이었던 마테 리막이 설립한 회사로,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 및 EV 스포츠카 분야에서 독보적 강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16년 리막이 개발한 ‘C_One’은 400m 직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에서 쟁쟁한 고성능 전기차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C_Two’ 역시 1888마력의 가공할 출력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를 단 1.85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으로 전 세계 언론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수많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고성능 전기차용 부품 및 제어기술을 공동 개발한 풍부한 경험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의 모델의 소량 양산 및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계약 체결로 현대자동차 6400만 유로(854억원), 기아자동차 1600만 유로(213억원) 등 총 8000만 유로(1067억원)를 리막에 투자한다.
투자는 3사 협력에 따른 차량 전동화 분야의 높은 협업 시너지 효과와 함께 리막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 내린 결단이라는 것이 현대·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투자를 계기로 현대·기아차와 리막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긴밀한 협력을 추진한다.
고성능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고전압, 고전류, 고출력 등 고부하 상황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하게 차량 성능 및 차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양산형 전기차 모델에 최적화된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총 6만2000여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상품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반면 리막의 기술력은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돼 있다.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과 ▲차량 제어 및 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분야에서 비교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도 자체적으로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 대한 선행 단계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리막과의 협업으로 신속하게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전동형 차량에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리막과 협력해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고성능 전동차에 대한 양산 검토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모델이 양산에 이를 경우 세계 최초의 고성능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올 초 CES에서 현대·기아차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누군가 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차를 만든다면 현대차가 처음일 것이라고 밝히며 고성능 수소전기차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고성능 자동차 시장은 주행성능 및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의 파이를 넓히고 있다. 이를 견인하고 있는 차급 중 하나가 바로 고성능 전기차 모델이다.
일반 순수 전기차 시장이 전 세계에서 2014년 13만4000여대에서 2018년 94만2000여대로 성장한 가운데, 같은 기간 고성능 전기차도 4만5000여대에서 25만4000여대로 연평균 57% 성장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는 기술 경쟁 차원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가 커 주요 자동차 업체들 역시 이 시장에 본격 뛰어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시키고 WRC 등 글로벌 모터스포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i30 N’과 ‘벨로스터 N’ 등 고성능 모델들을 지속 선보이며 긍정적인 시장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에 국한됐던 고성능 라인업을 친환경차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역량을 확보, 차원이 다른 고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현대·기아자동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모든 고객이 꿈꾸는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력을 선도할 동력성능 혁신을 통해 친환경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차 핵심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투자와 협업을 과감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Grab)에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 3월에는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Ola)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기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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