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3) 지진희의 연기는 존재감을 발휘하는가? 박무진 캐릭터의 진정성!

발행일자 | 2019.07.11 15:36

유종선 연출, 김태희 극본,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3회의 부제는 ‘59일, 현상 유지’이다. 공포에 직면하게 됐을 경우 사람들은 원인을 찾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적을 찾는다는 메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미워할 수 있는 적을 찾는다는 것인데, 대놓고 미워할 수 있는 적은 모든 죄를 뒤집어쓸 희생양을 뜻할 수 있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권력의 맛, 권력의 속성! 준비 없이 갑자기 청와대에 들어간 박무진에 시청자들은 감정이입할 수 있다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권력을 잡을 기회가! 말 한마디면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 뒤에도 대행님이 지금과 똑같을까요? 손에든 권력 스스로 놓는 사람, 실장님 보셨습니까?”라고 비서실 선임 행정관 차영진(손석구 분)은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 분)에게 말한다.
 
이는 권력의 속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 분)의 급변을 암시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박무진의 급변에 대한 당위성과 개연성을, 박무진 개인의 성향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의 보편적인 대응 방식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제3회는 대통령을 꿈꾸며 청와대에 들어간 사람들과는 달리 박무진은 준비 없이 갑자기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점을 부각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들 또한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꿈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준비 없이 청와대에 들어간 박무진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된다.
 
◇ 불안감과 공포! 진짜 원인을 찾기보다는 대놓고 미워할 수 있는 적, 희생양을 찾는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됐을 때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박무진의 리더십을 믿을 수 없지만, 대한민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청와대 비서진들은 가지고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건재의 증명을 통해 얻는 신뢰와 지지가 힘과 권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사진 한 장이라는 말은 수긍이 되면서도 씁쓸하게 여겨지는데, <60일, 지정생존자>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강한 공포에 직면하게 됐을 경우, 원인을 찾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적을 찾는다는 <60일, 지정생존자>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워할 수 있는 적을 찾는다는 것인데, 대놓고 미워할 수 있는 적은 모든 죄를 뒤집어쓸 희생양을 뜻할 수 있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지진희의 연기는 존재감을 발휘하는가? 아직까지는 존재감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가?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지진희가 존재감을 발휘한다고 느끼는 시청자도 있고, 아직까지는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모든 시청자들이 느낄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면, 박무진 캐릭터는 시청자들에 가까운 인물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준비된 슈퍼히어로에 가까웠을 것이다.
 
만약 지진희가 존재감을 크게 어필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는 청와대와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박무진 캐릭터의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한 연기의 수위 선택일 수 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박무진을 표현하려는 지진희의 연기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제3회에서 사고 현장을 방문한 박무진은 방탄조끼를 벗으며 “염치가 없어서요”라고 말한다. 제3회가 던진 가장 강력한 메시지인데, 염치없음에 힘들어한 박무진이 계속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맛보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편견에 대한 일침! 민감한 화두를 던지는 첨예한 멘트!
 
<60일, 지정생존자>는 여러 가지 편견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제멋대로 기대하고 변덕스럽게 등을 돌릴 겁니다.”라는 말은 편견의 속성을 꿰뚫는 말로 들린다.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안 한 거야, 할 수 있는 자리에서”라고 박무진에게 부인 최강연(김규리 분)이 한 말을 들으면 매우 마음이 아픈데, 편견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제3회에서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분석관 한나경(강한나 분)은 “어느 쪽이 덜 불행한 걸까요? 사망자 가족일까요? 아니면, 실종자 가족일까요?”라고 묻는다.
 
누군가는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이고, 대답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질문인데, <60일, 지정생존자>는 민감한 화두와 엄청나게 첨예한 멘트에 직면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민감한 질문에 나름대로의 대답을 할 것인지, 아니면 화두를 던지고 대답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길 것인지에 따라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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