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투란도트’(1) 정말 아름다운 공주? 내면 결핍자, 삐뚤어진 자화상?

발행일자 | 2019.08.08 17:16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가 8월 8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표현진 연출, 최희준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함께 한다. 본지는 총 7회에 걸쳐 일반 관객으로서의 리뷰와 심리학 이론을 적용한 리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이번 공연의 특징은?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지는 <투란도트>는 오페라극장의 공명을 거치지 않은 성악가의 원음에 가까운 아리아(노래)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각적, 청각적인 면 모두 오페라극장보다 가깝게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3개의 트레이를 상하로 이동해 2층 구조물을 가변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1층에 있는 칼라프 왕자(테너 이정환, 한윤석 분)가 2층에 있는 투란도트 공주(소프라노 이윤정, 이다미 분)에게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사다리는 없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공연시간을 2시간 내외로 조정해 집중적으로 몰입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그렇지만 연결의 고리와 디테일이 생략돼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대 위의 가변형 2층 구조물은, 관객석 1층보다 2층 시야가 더 좋다고 가정할 수 있게 만든다. 타악기를 비롯한 일부 악기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에 배치되는데,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 있는 악기와 밖에 배치된 악기 소리가 이질감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인 포인트이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고음부에서 오히려 더 가사전달력, 감정전달력이 좋은 이윤정의 아리아
 
<투란도트> 전막 시연 리허설에서 투란도트 역 소프라노 이윤정(Lilla Lee)은 시원시원하고 성량 좋은 가창력을 발휘했는데, 고음부에서 오히려 더 가사전달력, 감정전달력이 좋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재 유럽에서 투란도트 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윤정의 절절한 아리아는, 투란도트가 내면의 갈등을 강하게 겪고 있다는 추정을 하게 만든다. 이윤정은 투란도트를 잘 소화하는데 머물지 않고,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정말 아름다운 공주로 묘사되는 투란도트! 내면의 결핍은?
 
<투란도트>에서는 ‘아름다움’과 ‘자비’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투란도트는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자비를 베풀 수 있을 정도로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퀴즈를 풀지 못했다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데, 내면의 결핍, 삐뚤어진 자화상이 그런 선택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투란도트는 자신이 만들어낸 허무의 세계, 허상의 세계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철벽 방어를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그토록 아름다운 외모와 공주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내적인 결핍이 그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투란도트에게는 자비와 긍휼의 마음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자비는 봐주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이고, 긍휼은 불쌍하게 여겨 돌보는 마음이다.
 
자신이 낸 문제를 풀기 위해 도전했던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문제를 풀지 못해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는 것이다. 투란도트는 공감능력이 없고, 반사회적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를 푸는 게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사항인가, 그걸 판단할 수 있을 수준의 문제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시험을 통과한 남자에 의해 선택 당한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선택 당하는 것조차 거부한다.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을 반복한다는 것은, 내면의 결핍이 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칼라프를 향한 류(소프라노 김신혜, 신은혜 분)의 헌신적인 사랑을 알게 된 후, 투란도트는 자신도 칼라프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다른 여자가 사랑하니까 자신도 따라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 <투란도트>는 자신이 만든 허상에 갇힌 투란도트와 그런 투란도트가 만든 허상을 쫓는 남자들의 삐뚤어진 내면을 담고 있는 오페라라고 볼 수 있다. 잔혹 동화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가족오페라에 정서적으로 어울리는 작품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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