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투란도트’(3) 게슈탈트 심리학! ‘미해결과제’가 쌓이는 투란도트 공주

발행일자 | 2019.08.10 09:19

표현진 연출, 최희준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가 8월 8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에 도전하는 것은 칼라프 왕자(테너 이정환, 한윤석 분)를 비롯한 남자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기간이 지속되면서 미해결과제가 쌓이는 것은 투란도트 공주(소프라노 이윤정, 이다미 분)라는 점이 주목된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게슈탈트 심리학, 미해결과제
 
‘게슈탈트(Gestalt)’는 형태, 형상, 욕구, 정서, 사고, 행동패턴 등을 치징하는 독일어이다. ‘게슈탈트 심리학’, ‘형태주의적 접근(Gestalt approach)’, ‘게슈탈트 상담’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해 자각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채택한다. 전체로 조직화된 개체로 보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완결을 지향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 사건, 정서적 상처, 욕구와 연관되는데, 삶의 에너지를 묶어 새로운 게슈탈트 형성을 방해한다고 본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미해결과제는 과거에 머물며,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현재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는 완결시키려는 강한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미완결, 미해결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실종이 가족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형 참사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 투란도트의 기존 미해결과제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가 낸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남자들이지만, 그로 인해 미해결과제가 쌓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투란도트이다. 남자들이 문제를 계속 풀지 못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문제를 풀게 될 미지의 남자에게 맡긴 투란도트에게 미해결과제는 지속되는 것이다.
 
투란도트가 낸 세 개의 문제를 칼라프가 하나씩 맞히면서, 투란도트는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해결과제가 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해결과제를 과업처럼 여겼던 투란도트는 확고하게 방어하던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볼 수 있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자신이 원하는 것을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사람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삶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뤄지지 않는 것을 지속적으로 원하는 것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리된 채로 시간이 지났는데, 예전에 원래 원했던 것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더 당황할 수 있는데,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 또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 투란도트의 새로운 미해결과제
 
<투란도트>에서 칼라프는 투란도트가 낸 세 개의 문제를 모두 푼다. 칼라프와 결혼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투란도트는 현실을 거부하고 저항하는데, 칼라프는 그냥 밀어붙이지는 않고 하룻밤 동안 투란도트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약속대로 투란도트는 자신과 결혼해야 한다고 역제안을 한다.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19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야 하는 새로운 미해결과제에 접한다. 투란도트에게 이 새로운 미해결과제는 가족의 실종, 국가적 대참사 못지않게 큰 미해결과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자신이 세운 굳건한 심리적 왕국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미해결과제, 갑자기 생긴 새로운 미해결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투란도트가 느끼는 불안감을 칼라프는 해결해주려고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란도트의 미해결과제에 최종적인 완결성을 부여하는 인물은 투란도트 자신보다는 칼라프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데, <투란도트>의 결말에서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는 찜찜함을 느끼는 관객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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