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원더랜드’(7) 준의 엄마는 준에게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이면서 동시에 쌍둥이 자기대상

발행일자 | 2019.08.14 08:02

딜런 브라운 감독의 <원더랜드(Wonder Park)>에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하면, 딸인 준과 엄마와의 관계성, 준과 원더랜드와의 관계성, 준과 원더랜드의 동물들과의 관계성을 추론할 수 있다.
 
자기대상은 상대를 통해 나를 확장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기대상은 내 존재에 대한 안전감과 나를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데, 준의 성장, 원더랜드의 동물 중 특히 피넛의 성장을 자기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대상관계이론은 개인 내부의 심리 못지않게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에 더 초점을 뒀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뜻한다.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은 나를 직접 바라봄보다는 나를 인정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 준의 엄마는 준에게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을 모두 한다
 
<원더랜드>에서 준의 엄마는 준의 장난기를 인정하고 준의 상상력을 칭찬한다. 딸인 준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마치 깨끗하고 예쁜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반영해준다. 준의 엄마는 준에게 정말 좋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은 엄마와 있을 때 불안하지 않는다. 자신이 상상한 것을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는 원더랜드에서 준의 상상력이 실현되도록 에너지를 불어넣는다고 준은 믿는다. <원더랜드>에서는 이런 믿음은 단지 믿음이 아니라 현실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준에게 엄마는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를 가진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쌍둥이 자기대상은 ‘너랑 나랑 닮았다’라는 의미를 포함하는데, 준은 다른 사람에게서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서 그런 면을 찾는다. 엄마는 준에게 완벽한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 중 하나의 역할만 하는 자기대상도 강력한데, 준의 엄마는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한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한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엄마가 병 치료를 위해 집을 떠난 후 준이 시무룩해진 이유는,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해주던 자기대상이 더 이상 자신을 반영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피넛과 준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 원더랜드와 준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
 
<원더랜드>의 동물들, 특히 피넛과 준은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이다. 피넛은 준을 반영하고, 준은 피넛을 반영한다. 피넛은 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기를 원하고, 준 또한 피넛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과 피넛은 서로 갈등을 하기보다는 운명 공동체처럼 움직이는데,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는 거울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인 원더랜드 또한 준과 서로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 준이 원더랜드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서로 반영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큰 영향력을 전달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인 피넛이 준의 자기대상이 되고, 무생물이라고 볼 수 있는 원더랜드 또한 준의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면서 피넛의 의인화에 개연성이 부여되고, 원더랜드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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