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14)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드와 미드의 차이!

발행일자 | 2019.09.09 03:29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제14회를 보면서 전개가 느리다고 말하는 시청자들도 있고, 결코 느리지 않은데 왜 느리다고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동시에 같이 시청하면서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드(미국 드라마)와 한드(한국 드라마)의 창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작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고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아스달 연대기>에 적용해, 왜 시청자들이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는지 살펴본다. 한드의 장점을 그냥 살렸을 때 줬을 몰입감과 감정이입의 일관성을 가정하면, <아스달 연대기>가 훨씬 더 감동적인 작품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아스달 연대기>의 전개는 느린가, 느리지 않은가? 미드와 한드의 특징을 먼저 살펴본다
 
<아스달 연대기> 제14회를 보면서 느린 전개와 특정한 신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길게 끌어서 생긴 지루함, 주인공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토로한 시청자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제14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반대로 부분이 아닌 한 회 방송 전체를 보면 결코 느린 전개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는 각각의 시야에서 볼 때 모두 근거가 있는데, 같이 본방사수를 하고도 서로 반대로 느끼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미드와 한드의 창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작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드의 메인 작가는 보통 1~3명이다. 드러나지 않은 보조작가가 몇 명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쪽 대본이 나올 정도로 급박하게 일이 처리되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와 부분의 이야기를 나눠 쓰는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대사만 윤색하는 작가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 경우 특정 인물의 대사만 맡는 게 아니라 모든 대사를 전체적으로 검토한다.
 
만약 드라마에서의 주조연이 11명이라면, 미드는 전제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 3명과 각각의 배우의 입장에서의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 11명 등 모두 14명의 작가가 공동 창작하는 형태를 취할 때가 많다. 배역 각자의 스토리를 맡은 작가는 해당 배역의 입장에서 대사와 행동을 만들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당하는 작가가 조율을 한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렇기 때문에 한드는 주인공에 집중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청자의 입자에서 보면 명확하게 감정이입하기 쉽고, 같은 작품을 동시에 봤을 때 느끼고 공감하는 시너지가 무척 커질 수 있다. 주연과 의미 있는 조연이 아닌 조단역의 경우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는데, 집중과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
 
미드는 주연과 의미 있는 조연에 각각의 작가가 각각의 입장에서 대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풍성하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미 있는 조연의 경우 주연보다 분량이 적기는 하지만, 몇 마디의 대사로도 임팩트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이런 장점은, 미드를 볼 때 편하게 보기보다는 집중해서 봐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미드이고 싶었던 <아스달 연대기>! 만약, 한드의 장점을 그냥 살렸다면?
 
<아스달 연대기>를 보면 한드의 작가 시스템을 가지고 미드이고 싶었던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배역 각각에 대한 작가가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지만 각각의 배역이 풍성하게 살아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같은 작가가 다른 배역을 공통적으로 모두 맡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가진 캐릭터 각각을 살아있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아스달 연대기>는 주인공이 아닌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주인공의 정서가 약해진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은섬(송중기 분)이 잎생(김성철 분)과 같이 다닐 때, 잎생이 더 부각된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도 주인공의 메인 정서는 그대로 살아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때, 메인 인물의 정서가 흩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인 인물의 정서가 흩어지기 때문에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전개가 느리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중심 정서가 아닌 주변 정서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중심 정서와 주변 정서가 병렬의 형태로 동시에 진행되면 주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시간에도 전개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낄 수 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는 <아스달 연대기>가 방대하지만 핵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스달 연대기>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는 시청자들도 있는 것을 보면, 미드의 작가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일반적인 한드의 캐릭터 형성법을 따랐으면 명확하게 감정이입하며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청자들의 열광과 환호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미드 시스템을 따랐으면 주연이 아닌 캐릭터들은 분량이 작아도, 몇 마디 하지 않아도 존재감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드 시스템 속에서 미드처럼 꾸미려다 보니, 주연이 아닌 캐릭터들이 부각될 때 대사가 설명조로 길게 늘어지고, 전체적으로 볼 때 느리지 않은 진행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때문에 더욱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스달 연대기>가 그냥 일반적인 한드 스타일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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