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발행일자 | 2019.09.16 00:00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픽업 트럭은 짐칸의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60년대 기아산업이 일본 마쓰다의 모델을 들여와 생산한 T-600 이후, 70~80년대 승용차를 바탕으로 한 현대 포니 픽업과 기아 브리사 픽업, 대우 맥스 픽업 등이 명맥을 이었다. 중대형 픽업이 시장을 이끈 미국과는 출발부터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국내에서 소형 화물을 나르는 게 주 용도였던 픽업 트럭은 2002년 쌍용 무쏘 스포츠가 등장하면서 레저용 차로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연간 세금 2만8500원으로 SUV와 유사한 아웃도어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2000년대 중반에는 포드 스포트트랙, 다지 다코타 같은 픽업도 수입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수입 픽업이 자취를 감추게 되자 다시 쌍용차의 독무대가 이어졌다. 무쏘 스포츠에 이은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를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무쏘 스포츠가 등장한 지 17년째가 된 올해, 드디어 본격적인 경쟁차가 등장했다. ‘쉐보레’ 브랜드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가입시킨 한국GM이 콜로라도 픽업을 들여오기 시작한 것. 픽업의 고향인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델인 만큼 만나기 전부터 기대감이 상당했다.

데뷔 무대는 지난해 부산모터쇼였다. 첫 인상은 한 마디로 허전했다. 잘 짜인 느낌보다는 미국차 특유의 엉성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실망했다. 타보기도 전에 ‘이대로 들어오면 실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로라도는 그 후 올해 서울모터쇼에 다시 등장한 데 이어 지난 8월 말, 드디어 공식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 모습을 드러낸 콜로라도는 몇 가지 파츠가 더해졌다. 프런트 에어댐은 범퍼 아래의 허전함을 지웠고, 차체 좌우의 사이드 스텝은 승하차 편의성을 높였다. 익스트림-X 에디션에는 멋진 블랙 스포츠 바도 추가된다.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간 거리)는 3258㎜로, 렉스턴 스포츠보다 158㎜ 길다. 5415㎜의 차체 길이 역시 경쟁차보다 320㎜ 길다.

긴 차체 덕에 짐칸은 아주 넉넉하다. 특히 테일게이트에 토션바와 로터리 댐퍼를 장착해 문을 열 때 부드럽고 천천히 열리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게 없어서 테일게이트가 갑자기 확 열리는 경우가 있다.

첫 시승은 오프로드에서만 진행됐다. 온로드 주행성능이 궁금했던 기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러나 실망감은 곧 환호로 바뀌었다. 와일드하게 구성된 오프로드에서 콜로라도는 놀라운 주행 안전성과 승차감을 과시했다.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특히 리프 스프링 타입의 리어 서스펜션이 감탄을 자아냈다. 픽업은 짐을 싣지 않았을 경우 뒤쪽이 가벼워 승차감이 불안해질 수 있는데, 콜로라도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뒤가 불안해지는 걸 막기 위해 단단하게 세팅할 경우에는 차가 너무 튀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거의 없다.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인 픽업 중 서스펜션의 완성도는 단연 최고다. 짐을 실었을 때의 반응은 추가 시승을 통해 확인해봐야겠다.

다이얼을 통해 선택하는 구동방식은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4륜 구동으로 바꾸면 네 바퀴 중 두 바퀴만 노면에 닿아도 거침없이 험로를 치고 나간다. 경쟁차와 달리 노면에 따라 구동방식을 자동으로 변환하는 ‘오토’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굿이어의 17인치 타이어는 기능적으로 흠 잡을 데 없지만, 커다란 휠 하우스에 비해 작아 보인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 17인치가 기본이고 18인치 또는 20인치 휠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콜로라도도 18인치나 19인치 타이어를 옵션으로 마련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트래버스 시승과 같은 날 이뤄진 온로드 시승에서는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 312마력의 V6 3.6ℓ 가솔린 엔진 반응이 돋보였다. 넉넉한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보다 부드럽고 여유 넘치는 힘을 과시한다. 과거 타봤던 미국 픽업에 비해 소음이 아주 적고, 불필요한 잡소리도 거의 없다.

시승회에서는 트레일러 견인을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무거운 트레일러를 여유 있게 이끌었다. 콜로라도는 히치 리시버가 마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후방 카메라에 히치 어시스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트레일러에 연결하기가 수월하다. 트레일러를 연결했을 때 토우/홀 모드를 작동시키면 그에 맞는 변속 패턴으로 바꿔주는 것도 돋보인다.

인증 복합연비는 2륜 구동 기준으로 8.3㎞/ℓ이고, 고속도로에서는 10.1㎞/ℓ, 도심에서는 7.3㎞/ℓ를 기록한다. 4륜 구동은 각각 8.1㎞/ℓ, 9.8㎞/ℓ, 7.1㎞/ℓ이다. 견인 중량이나 주행환경에 따라 6기통 중 4기통만 활성화되는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이 작동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나은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다.

[시승기] 어메이징 오프로드 머신, 쉐보레 콜로라도

품질 면에서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지적 받는 부분은 심심한 인테리어와 실내 내장재다. 국내에서 경쟁할 쌍용 렉스턴 스포츠에 비하면 대시보드가 단순한 편이고, 플라스틱 재질도 다소 아쉽다. 특히 공조장치 아래에 배치된 비상등과 그 좌우 버튼들은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재질이 너무 가볍고 촉감도 고급스럽지 않다. 다른 부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개선하기 쉬우므로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한다.

안전장비는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FCA),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헤드업 LED 경고 시스템(RLAD) 등이 마련된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장치나 차선 이탈 방지 보조장치가 없는 점은 아쉽다.

콜로라도는 선택 폭이 좁았던 국내 픽업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른 기대주다. 다소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면도 있지만, 압도적인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나머지를 만회하고 남는다. 시판 가격은 3855만~4265만원. 2419만~3260만원의 가격대인 쌍용 렉스턴 스포츠에 비하면 비싸지만, 그동안 쉐보레가 수입해 판매하던 다른 차에 비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앞서 지적한 소소한 것들을 개선한다면 국내에서도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놀라운 오프로드 주파 능력. 인테리어는 옥의 티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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