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담당 기자’들은 모두 운전을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킷에서 그룹 드라이빙을 해보면 어떤 이는 선도차를 바짝 따라가기도 하지만, 룸미러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쫓아오지 못하는 이도 부지기수다.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이가 대열 중간쯤에 있으면 그룹 드라이빙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자동차 담당 기자에게 운전 실력은 아주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시승회에서도 차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동영상이 중요한 시대에 형편없는 운전 실력은 기사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
이런 현실에 공감해서일까. BMW 코리아가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 중 최초로 ‘이달의 포커스 프로그램’과 ‘기초 프로그램’, ‘인증 프로그램’ 등 세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달의 포커스 프로그램’은 출입 기자 전체를 대상으로, ‘기초 프로그램’은 면허 취득 2년 이내의 초보자를 위한 것인 반면, 인증 프로그램은 자동차 출입 3년 이상에 운전 스킬 상급인 사람에게 집중 교육을 진행해 운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인증 프로그램은 각 분기당 참가자가 6명으로 제한돼 문이 가장 좁다.
나는 올해 해외 출장에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을 정도로 운이 없지만, 문이 좁다고 하니 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마감일을 앞두고 지원서를 들이밀었다.
◆찾아온 행운, 이어진 두려움
“임 기자님, 저희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됐는데요, 9월 6일 BMW 드라이빙 센터로 와주세요.”
대학 입시보다 어려운 인증 프로그램의 합격 소식은 그렇게 ‘덜컥’ 찾아왔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다른 브랜드의 시승회에 참석한 후 BMW 드라이빙 센터로 달려갔다. 첫 번째 프로그램인 ‘BMW 스타터 팩’이었다.
6명의 참가자를 맞이한 인스트럭터는 간단한 이론 교육을 진행한 후 멀티플 코스로 안내했다.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면서 차의 핸들링을 연마할 수 있는 짐카나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른 행사에서도 숱하게 해봤던 내용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이어진 교육은 움직이는 플레이트 위를 지나면서 차의 뒤가 흔들릴 때 컨트롤을 익히는 다이내믹 코스였다. 처음에는 오른쪽과 왼쪽 중에 흔들리는 방향을 미리 알려주지만, 숙달이 되면 흔들리는 방향이 랜덤으로 달라진다.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실제 상황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숙련자도 컨트롤이 쉽지 않다. 차가 미끄러지는 방향의 반대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게 포인트. 익숙해지면 흔들리는 차를 컨트롤한 후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피하는 것까지 익히게 된다.
다음은 서큘러 코스. 서큘러 코스는 가운데 놓은 콘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드리프트 하는 요령을 익히는 것이다. ‘원돌이’라고도 부르는 이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는 국내 기자들은 많지 않다. 타이어가 많이 마모되기 때문에 자신의 차로 연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여러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도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접할 일이 없던 서큘러 코스는 몇 달 전 열린 ‘메르세데스-AMG’ 서킷 체험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두 번째 참가자로 나선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가속 페달을 적당히 밟았다가 풀었다가 해야 하는데, 너무 깊게 밟아 차가 휙 돌아가 버린 탓이다.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AMG 행사는 한 번으로 끝난다. 하루에 여러 코스 체험을 포함시킨 탓에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BMW 스타터 팩은 서큘러 코스에 배정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몇 번 시도하니 적당한 가속과 스티어링 조작으로 차 뒤쪽을 미끄러뜨리는 재미가 느껴진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나머지 기자들에게 김태영 기자는 “인증 프로그램 마칠 때쯤에는 다들 쉽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위로’한다.
이어서 진행된 트랙 코스. 2.6㎞ 길이의 트랙에서 최고시속 200㎞의 직선코스와 와인딩을 경험하면서 교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이다. 이 역시 많이 경험해봤지만, 만만한 코스는 결코 아니다. 특히 빠른 선도차를 따라가면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차가 코스를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약 2주 뒤에 진행된 미니(MINI) 스타터 팩의 내용은 앞서 열린 것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BMW 스타터 팩은 후륜 구동인 330i가, 미니 스타터 팩은 전륜 구동인 미니 쿠퍼가 시승차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구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운전 요령도 당연히 차이가 있다. 특히 그 차이는 서큘러 코스에서 두드러졌다. 후륜 구동인 330i는 차체 뒤를 미끄러뜨리기 쉽지만, 전륜 구동인 미니 쿠퍼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기술이 동원된다. 운전석 옆에 있는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서 의도적으로 미끄러뜨리는 것이다.
이 기술은 실제 도로에서 쓰일 일은 없지만, 후륜 구동과 다른 전륜 구동의 운동 특성을 알아보고 대응하는 데 의미가 있다. 330i처럼 뒤를 미끄러뜨리며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 중심을 흐트러뜨린 후, 바로 잡는 기술을 익히는 게 포인트다.
스타터 팩을 진행한 현재 남은 순서는 각 브랜드(BMW, MINI)별 인텐시브 프로그램과 M 코어, M 드리프트 등 네 단계다. 앞으로 또 어떤 교육을 받게 될지 궁금해진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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