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춘향’(2) 배려와 보호의 이동탁! 반성한 카리스마 강민우!

발행일자 | 2019.10.07 13:59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발레 <춘향>이 공연됐다. 웅장함 속 불안감을 조성해 슬픔의 정서를 전달한 서곡으로 시작했는데, 제1막 마지막 이별 장면의 몰아침과 제2막 시작 때 글을 쓰는 장면의 역동성과 상징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본 공연 못지않게 커튼콜에서의 발레리노 이동탁과 강민우가 보여준 디테일은 돋보였다. 남자 주역 이동탁은 여자 주역 홍향기를 두 가지 방법으로 배려하고 보호했으며, 강민우는 관객석을 향해 갑자기 무릎을 꿇을 때 스스로 꿇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된 것처럼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 공연 초반의 정서! 제1막 마지막 이별 장면의 몰아침과 제2막 시작 때 글을 쓰는 장면의 역동성과 상징성!
 
<춘향> 서곡은 웅장함 속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슬픔의 정서가 울려 퍼진다. 서곡만 들으면 한국 창작발레가 아니라고 해도 수긍이 갈 것 같은데, 첫 장면은 민화 같은 느낌을 줘 작은 정서적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연 초반 몽룡(발레리노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이동탁 분)의 허세는 느리면서 큰 동작으로 표현된다. 움직임의 강도보다 부채를 여닫는 소리가 더 크게 다가오는데 이 또한 몽룡의 첫 느낌을 전달하는데 기여한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제1막 ‘춘향과 몽룡의 첫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은 궁중이 아닌 거리에서의 춤사위가 이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화려한 공간이 아닌 평범한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큰 무대장치 없이 표현되는데, 관객은 소박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고, 제작진은 무대장치 설치에 제약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춘향>이 군무를 통해 전달하는 불안한 정서와 위험을 전달한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제1막 마지막의 몰아침은 춘향(발레리나 강미선, 홍향기 분)과 몽룡의 이별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 아닌, 받아들일 수 없어서 저항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안무를 통해 스토리텔링 반전의 의지를 표현한 암시라고 볼 수 있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제2막 제1장 ‘과거시험’ 시작 때 과거시험 장면을 표현한 안무 또한 인상적이다. 글을 쓰는 장면을 표현한 안무는 역동성과 상징성을 전달하는데, 앉아서 하는 안무를 상상했던 관객은 더욱 신선한 청량감을 느낄 수도 있다.
 
◇ 동작, 안무의 디테일! 흰색의 이미지!
 
외국에 작품이 수출돼 외국 발레단이 <춘향>을 공연한다면 어떨까? <춘향>은 한국적 움직임을 발레 고유의 안무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해학이 느껴지는 코믹한 안무는 클래식 발레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로 표현 욕구와 자극 추구를 원하는 무용단과 무용수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더 가미된다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의 의상을 보면 전통의 복장이 발레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분히 동작이 가능하게 만들면서 전통 의상이 가진 감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발레 동작을 하면서 디테일한 동작의 추임새에 한국적 정서를 넣어 한국적인 것과 기존의 발레적인 것에 균형과 조화를 이뤘는데, 춘향과 몽룡이 한복만 입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과 몽룡, 단둘만 무대에 오르는 시간에는 흰색 의상을 입고 2인무를 추기도 했는데, 만약 외국 발레단이 공연한다면 이 장면에서 더욱 감성적인 안무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흰색의 이미지 또한 한국적 정서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서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몽룡 역을 맡고,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가 변사또 역을 맡아 멋지게 소화한 것을 보면, 모든 무용수가 외국 무용수로 채워져도 <춘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 홍향기를 배려하고 보호한 이동탁! 반성한 카리스마 강민우!
 
일반적으로 발레 공연의 커튼콜에서 남자 주역은 여자 주역을 배려해 여자 주역이 단독으로 인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춘향> 첫날 공연에서 이동탁은 홍향기가 앞으로 혼자 나가 독점적 주목을 받으며 인사할 수 있게 하기도 했고, 홍향기를 감싸며 같이 인사하기도 했다.
 
커튼콜에서의 복장이 가장 화려한 여주인공의 복장과는 달리 다소 소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자 인사할 때보다 이동탁이 감싸며 인사할 때 훨씬 더 안전하고 포근해 보였다는 것이 느껴진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제2막 제2장 ‘변사또의 부임과 어사출두’에서 홍향기는 변사또 휘하의 남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화려한 안무로 승화해 보여줬는데, 이동탁이 커튼콜에서 홍향기를 배려하고 보호한 것은 홍향기뿐만 아니라 춘향에게 감정이입한 관객들을 모두 배려하고 보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춘향>에서 강민우가 표현한 변사또는 매력적이면서 위협적인 악인이었다. 순간 멈춤 동작에서 관객을 더욱 집중하고 환호하게 만들었다. 강민우의 변사또는, 찌질한 변사또가 아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히어로 무비의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악당)처럼 느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춘향’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김경진) 제공>

강민우는 커튼콜에서 관객석을 향해 갑자기 무릎을 꿇기도 했다.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게 아니라 타인의 힘으로 무릎을 꿇게 된 것처럼 순식간에 표현했는데, 훅 들어오는 사죄의 동작에 감탄하게 된다.
 
변사또 역할을 했던 것에 대해 관객들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강민우가 너무 멋있어서 변사또인지 강민우인지 모르고 환호를 보냈던 관객들을 대신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연 장면에서 표현됐을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을 커튼콜에서 살린 강민우의 재치와 마음이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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