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카, 허위 매물에 고객들만 ‘골탕’…‘보증차량’도 못 믿어

발행일자 | 2020.04.06 15:17
SK엔카, 허위 매물에 고객들만 ‘골탕’…‘보증차량’도 못 믿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고자동차 고객들이 여전히 허위 매물 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중고자동차 거래 사이트는 SK엔카, K카, KB차차차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SK엔카는 가장 많은 매물이 오가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K엔카를 방문해 중고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허위 매물’이라는 함정에 여전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검색창에 ‘SK엔카’를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에 ‘SK엔카 허위매물’이 자동으로 뜰 정도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여러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SK엔카 허위 매물을 가려내는 방법을 올려놓고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누리꾼은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글에서 “SK엔카에서 보고 업체에 문의를 하니 갑자기 가격이 몇 배로 올랐다”면서 “이유를 물으니 공매로 나온 차여서 세금이 붙는다고 하더라. 세금을 붙이면 이렇게 가격이 올라가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사용자도 자동차 카페에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모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 다음 날 소음과 진동 때문에 진단을 했더니 서비스센터에서는 ABS 액추에이터와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며 800만원의 견적가를 제시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정비 내역을 확인해보니 범퍼뿐 아니라 도어, 펜더, 사이드 스커트, 트렁크, 테일램프, 휠까지 교환한 차였다. 화가 난 구매자가 딜러에게 따지자 “단순 교환은 사고로 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구매자는 “단순 교환도 없는 무사고차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사고 이력이 잔뜩 있었다”면서 “SK엔카 진단 감정사에게 전화를 하니 계속 연락이 안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가 밝힌 피해 차종은 기아차 K5다. 그는 “SK엔카 보증 차량으로 구매한 K5를 정비업소에 맡겼더니 HID 헤드램프가 불법 장착된 상태였다”면서 “SK엔카 측에 문의해보니 실수를 인정하면서 차량 가격의 2%를 보상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운전자는 “HID 헤드램프를 새로 설치하려면 170만원 정도 드는데, SK엔카에서는 구입 가격의 2% 수준인 30만원 보상을 고집했다”면서 “소비자고발센터에 문의하니 자기들이 애기해도 안 들으니 소송을 하라고 권유했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SK엔카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8년 10월에는 제휴 딜러 경쟁을 통해 최고가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비교견적’ 서비스를 새롭게 개편, 딜러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해 비교견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더욱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게 시도한 바 있다.

이 서비스는 딜러가 제시한 매입가격과 연락처만 제공되던 것과 달리 개편 후에는 견적가와 함께 해당 딜러의 사진, 현재 소속된 상사(사업자 및 종사원 번호 포함) 등 상세한 정보가 제공된다. 특히 소비자가 믿을 만한 딜러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당 딜러와 거래한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입찰율, 매입율, 누적 낙찰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고객 만족도’(10점 만점)를 제공한다.

가격 경쟁에 참여하는 중고자동차 딜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SK엔카는 최근 5년간의 거래내역, 허위매물 등록 여부, 거래금액 지급 준수 여부, 소비자 후기 및 평점, 거래 횟수 및 규모, 주요 취급 차종 등의 철저한 평가를 통해 딜러를 선정한다. 선정이 된 후에도 거래 시 분명한 이유 없이 매입 가격을 조정하는 등 소비자를 속이는 피해 사례가 확인되면 즉시 경쟁에서 제외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박홍규 SK엔카닷컴 사업총괄본부장은 “타사의 유사 서비스에 비해 5~20% 높은 매입 가격으로 하루 안에 차를 판매할 수 있다”며 “고객 만족도 공개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딜러가 더 많은 소비자로부터 선택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의 여러 사례에서 제시된 고객 피해 사례는 이 서비스 시행 이후에 나타난 것이다. SK엔카의 시도가 효능이 없었다는 얘기다.

SK엔카는 2015년에 ‘헛걸음 보상제도’도 선보인 바 있다. 서비스는 SK엔카 홈페이지 및 모바일에 등록된 차량이 실제와 다르거나 존재하지 않을 경우 매장에 방문한 고객에게 10만원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다.

SK엔카, 허위 매물에 고객들만 ‘골탕’…‘보증차량’도 못 믿어

헛걸음 보상 서비스로 등록된 차량은 2015년 월 평균 800대 수준에서 이듬해 900대 이상, 2017년에는 약 1700대였으며 2018년에는 약 2600대를 기록하며 3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까지 헛걸음 보상 차량의 누적등록대수는 5만6000대 이상에 이른다.

판매 차량에 대해 헛걸음 보상 서비스를 적용하겠다고 신청한 딜러도 서비스 시작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8년 8월까지 누적 이용딜러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또한 서비스 신청 고객 수 역시 월평균 기준 매년 최대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2018년까지 누적 신청 고객 총 6500여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그동안 고객들이 허위 매물로 인한 헛걸음을 많이 겪어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허위 매물로 인해 헛걸음 할 일이 없다면 이런 보상 서비스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모 중고자동차 업체 담당자는 “SK엔카는 거래 중계업자일 뿐이라서 매물이 올라올 경우 완벽하게 검수하기는 힘들다”면서 “여러 사진을 짜깁기하거나 성능점검 기록부가 없을 경우 거의 허위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동호회 안에서 직거래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마니아들이 많이 모인 곳이다 보니 차를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고, 카페 활동을 통해 서로의 차량에 대해 잘 알고 믿음이 간다는 게 주된 이유다. 물론 관리 상태가 아주 좋거나 튜닝이 많이 되어 있을 경우 일반적인 시세보다 비싸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기자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SK엔카 홍보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담당자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따라서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충 취재를 할 예정이며, 피해 사례도 계속 제보 받을 예정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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