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연극]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피스오브랜드’ 복잡계 플롯에서 관객에게 우월적 위치를 부여하는 방법은?

발행일자 | 2020.05.20 14:07

서울연극협회 주최,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주관, 극단 김장하는날 제작, 아트리버 기획, 이영은 작/연출의 연극 <피스오브랜드>가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공연 중이다.
 
관객에게 우월적 감정을 선사하는 관객석 자리 배치는, 모든 관객이 시각적으로 연극을 즐길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에 주도적으로 감정이입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 관객에게 우월적 감정을 선사하는 관객석 자리 배치
 
땅을 둘러싼 여러 사유와 담론의 28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피스오브랜드>는 연극, 패션쇼, 무용, 영상이 모두 어우러진 공연이다. 연극의 관객은 모델의 런어웨이 패션쇼를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으로 관람할 수도 있다.
 
긴 직사각형의 무대 양쪽에 관객석이 두 줄로 자리 잡고 있는데, 관객은 건너편 좌석에 앉은 관객의 표정을 서로 보면서 공감의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 자리배치의 측면에서 보면, 관객은 심사위원과 같은 위치에서 관람을 하며 우월적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는 이면 무대에서 영상이 접목된 연극인데, 마치 무용 공연인 것처럼 배우의 움직임이 많은 작품이다. 실제 관람하면 <피스오브랜드>는 이야기가 무척 촘촘하게 엮여 있는데, 사유의 즐거움을 포함한 연극적 집중도를 주면서도 동적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부여해 관객의 시야와 감정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동작을 취할 때에도 그냥 편한 동작이 아닌 요가 동작을 취하는데, 요가를 한 번이라도 해 본 관객은 더욱 흥미롭게 동작을 즐길 수도 있다. 나은선 배우는 요가 동작을 연극 속에서 상징적으로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최선을 다해 원래 동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오가는 이야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피스오브랜드>는 다양한 장면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복잡계 플롯’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피스 오브 랜드’라는 이름의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라는 가상공간은 주요 무대 중의 하나인데, 실제의 모습보다는 가상공간에서의 모습이 더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듯한 설정은 현실과 많이 닮아있다.
 
나은선, 고경인, 신기원, 문병주, 홍은정 등 다섯 명의 배우는 무대 밖으로 완전히 퇴장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현실의 다양한 역할,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에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모든 배우가 거의 모든 시간 무대에 오른다는 점은 감정이입해 관람하는 관객에게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는 육체의 에너지 소모뿐만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 소모도 많은 공연인데, 디테일에 민감한 관객이 감정이입할 경우 훨씬 더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는 괴물에 대한 호기심과 판타지를 통해 다양성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관객과 연극적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관객 모두를 아우르기 위한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피스오브랜드’ 공연사진. 사진=극단 김장하는날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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