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헬퍼봇은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우리들의 이야기?

발행일자 | 2020.07.19 20:30

CJ ENM 제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20이 6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의 이야기이지만 애완동물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냥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냥 사람의 이야기라고 감정이입해서 보면 헬퍼봇은,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착한아이 콤플렉스(Good Boy Syndrome, 착한아이 신드롬)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공감할수록 마음이 아련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라 애완동물 아니면 그냥 우리의 모습으로도 볼 수 있는 이야기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 주인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올리버(정문성, 전성우, 양희준 분)는 헬퍼봇5이고, 헬퍼봇5에게는 없는 ‘사회적 기술’을 갖춰 인간에 더 가까워진 클레어(전미도, 강혜인, 한재아 분)는 헬퍼봇6이다. 올리버의 옛 주인인 제임스(성종완, 이선근 분)는 한국인이지만 서구 문화에 더 친숙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애완동물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냥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리버, 클레어, 제임스는 모두 정형적인 인간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데, 결핍을 가진 인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게 태어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올리버와 클레어는 함께 하는 것과 닮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도움을 주기만 하던 존재가 도움을 필요로 하면서 그때부터 더욱 인간에 가깝게 행동하고 사고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장인물이 슬픔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관객은 내 감정을 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수 있다.
 
◇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닐까?
 
착한아이 콤플렉스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착한아이라는 반응을 얻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심리적 콤플렉스를 뜻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린 시절 부모(주 양육자)와 정서적인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아이는 자신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자신이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지 못했을 때 생긴 유기공포(fear of abandonment, 유기불안)는, 성장한 후에도 다른 사람의 말에 절대적으로 집중하며 갈등 상황을 피하고 다른 사람의 요구에 순응하게 만든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착한아이가 되어야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는다는 방어기제는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주인을 돕지 않으면, 주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버려질 것이라고 믿는 헬퍼봇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헬퍼봇인 올리버는 인간 주인이 없이도 충분히 혼자 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 주인이 언젠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으며 살고 있다. 올리버를 로봇이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이입해 공감하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우리의 자화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관객은 감정이입할 경우, 인간과는 다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입력된 대로 행동하기를 집중하는 모습에서도 마음이 짠해질 수 있다. 오랜 기간 긴장되거나 억압된 경험을 한 사람은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경직돼 있을 수 있고,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시킨 대로만 살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로봇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관객 중에 어딘가 모르겠는 불편함을 계속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올리버와 클레어에 공감하면서 대리 해소와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사진. 사진=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결국 끝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우리가,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판단과 선택은 각자 관객의 몫이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안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관객에게 여운으로 선사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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