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절치부심’ 르노삼성, SM6로 ‘권토중래’ 노린다

발행일자 | 2020.07.20 00:00
[시승기] ‘절치부심’ 르노삼성, SM6로 ‘권토중래’ 노린다

‘절치부심(切齒腐心)’

2016년 1월 SM6 발표회에서 당시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이 사자성어를 사용했다. ‘분하여 이를 갈고 마음을 썩히다’는 이 사자성어는 신차 발표회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르노삼성이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는 건 그간 중형차 시장에서의 약세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그만큼 칼을 갈았다는 의미다.


SM6는 한동안 기세등등했다. 데뷔 첫 해에 현대차 쏘나타를 위협하며 당당히 중형차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초반 기세를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경쟁사에서 ‘토션빔’ 서스펜션을 문제 삼으며 여론몰이에 나서자 소비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여기에 8.7인치 S링크의 조작성, 불편한 컵홀더 등도 지적되면서 힘을 잃어갔다.

SM6는 데뷔 첫 해 2.0 GDI 가솔린과 1.6 가솔린 터보, 2.0 LPI, 1.5 디젤 등 네 가지 엔진으로 선보였다. 이번에 르노삼성이 새롭게 선보인 더 뉴 SM6는 TCE 260(1.3ℓ 터보), TCE 300(1.8ℓ 터보), 2.0 LPe 등 세 가지다. 2.0 LPe는 기존 엔진과 같으므로 새롭게 적용된 엔진은 두 종류다.

▲공도 시승· 서킷 시승서 진가 발휘

[시승기] ‘절치부심’ 르노삼성, SM6로 ‘권토중래’ 노린다

르노삼성은 달라진 SM6를 기자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을 일주일 동안 통째로 임대했다. 기자단을 맞이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더 뉴 SM6가 한국 중형차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더 뉴 SM6는 풀 체인지가 아닌 만큼 한눈에 달라진 걸 알아채긴 힘들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시력이 더욱 또렷해졌다. 동급 최초로 장착한 LED 매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는 좌우에 각각 18개의 LED를 다중 제어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각을 15개씩 총 30개의 영역으로 나눠 제어하기 때문에, 하이빔을 켠 상태에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 부분에 정확히 빔을 끌 수 있다. 맞은편 차량이 있을 경우 하이빔이 로우빔으로 자동 전환되는 오토매틱 하이빔(AMH)보다 한 단계 앞선 기술로, 일부 국산 대형차와 수입차에만 장착된 첨단 기술이다.

[시승기] ‘절치부심’ 르노삼성, SM6로 ‘권토중래’ 노린다

르노삼성이 마련한 야간 서킷 시승에서 이 헤드램프는 진가를 발휘했다. 고저 차이가 심한 인제스피디움은 블라인드 코너(끝이 잘 보이지 않는 코너)가 많은데, 더 뉴 SM6는 해가 지고 난 이후에 달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쓰던 안경을 확 벗어던지고 라식 수술을 받았을 때가 이런 느낌 아닐까.

르노삼성이 또 하나 강조한 건 서스펜션이다. 통통 튄다는 지적을 받아온 승차감은 앞뒤에 장착한 모듈러 밸브 시스템(MVS)과 리어 서스펜션에 더해진 하이드로 부시 덕에 한층 부드러워졌다. 모듈러 밸브 시스템은 감쇠력을 급격히 바꾸지 않고 부드럽게 느껴지게 하며, 하이드로 부시는 충격이 유체를 거치면서 한 단계 걸러지는 효과를 준다. 인제스피디움 인근 도로에서 진행된 시승에서 SM6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바꾸면 핸들링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SM6는 놀랍게도 서킷 주행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기대 이상의 핸들링은 SM6와 짝을 맞춘 금호타이어의 ‘마제스티 솔루스’ 덕분이기도 하다. 정숙성과 승차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이 타이어는 서킷에서도 끈끈한 접지력을 선보이면서 많은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정도라면 OE 타이어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핸들링을 느낄 수 있겠다.

▲르노의 이미지 바꿀 새 엔진 장착

[시승기] ‘절치부심’ 르노삼성, SM6로 ‘권토중래’ 노린다

이번 시승회에서 첫 선을 보인 TCE 300은 1.8ℓ GDI 터보 MR 225마력 엔진을 얹었다. 르노의 에스빠스(ESPACE), 메간(MEGANE), 알핀(ALPINE) 등의 차량에 장착되는 고성능 엔진이다.

그동안 르노삼성이 국내에 선보인 차들은 SM5와 SM6 1.6 가솔린 터보(190마력)를 제외하면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SM6 TCE 300은 게트락의 7단 EDC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짝을 이뤄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폭 넓은 최대토크 구간과 우렁찬 엔진 사운드다. 2000~4800rpm 사이에서 나오는 30.6㎏·m의 최대토크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인제스피디움을 쉼 없이 공략한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이런 즐거움을 준 차로 르노 클리오 RS 트로피가 떠올랐다. 파리 중북부 데파르트망에 있는 드뢰(Dreux track) 트랙에서 타본 클리오 RS 트로피는 1.6 가솔린 터보 220마력 엔진을 얹고 트랙을 펄펄 날아다녔다. SM6에도 클리오 RS 트로피처럼 패들 시프트를 장착한다면 운전의 즐거움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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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한쪽에 마련된 짐카나 경기는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서킷 주행 때 달린 차보다 한 사이즈 작은 245/45R18 타이어를 장착한 SM6는 좁은 러버콘 사이를 민첩하게 빠져나갔다. 기자는 날렵한 SM6 덕분에 속한 조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TCE 260은 XM3에 장착한 엔진과 기본적으로 같지만, 최고출력이 4마력 높은 156마력이고 최대토크는 0.5㎏·m 높은 26.5㎏·m를 나타낸다. 인증 연비는 도심 12.1㎞/ℓ, 고속도로 16.0㎞/ℓ로 동급에서 가장 좋다. TCE 300이 성능 위주라면 TCE 260은 연비 위주로 특성화됐다.

더 뉴 SM6 가격은 TCe 260 ▲SE 트림 2450만원 ▲SE 플러스 트림 2681만원 ▲LE 트림 2896만원 ▲RE 트림 3112만원 ▲프리미에르 3265만원. TCe 300 ▲LE 트림 3073만원 ▲프리미에르 3422만원이다. 중형차 시장 최강자인 현대 쏘나타 2.0이 2386만~3298만원, 1.6 터보가 2489만~3367만원인 것과 비교해볼 때 붙어볼 만하다. ‘권토중래(捲土重來, 싸움에 패했다가 다시 힘을 길러 쳐들어오는 일)’를 노리는 더 뉴 SM6가 다시 한 번 쏘나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기대 이상으로 변신했다. 튜닝 파츠를 다양하게 마련하면 좋을 듯.


인제=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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