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드라마] ‘트레인’(9) 빌런(악당)은 충분한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있는가?

발행일자 | 2020.08.09 18:04

OCN 토일드라마 <트레인> 제9회에서 서도원(윤시윤 분)은 또 다른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정말로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A도원이 심한 두통을 느끼는 것을 보면,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빌런(악당)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긴장감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빌런에게 충분한 이유와 명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몰입해 따라온 시청자들은 허탈해질 수 있다. 빌런의 잔인함보다 빌런이 가진 희귀병이 더 강조된다고 볼 수도 있는데, 만약 병으로 감형이 되거나 병을 가졌다는 이유로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면, 더욱 분노하는 시청자도 생길 것이다.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또 다른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본 심정은?
 
자신이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트레인> 제9회는 또 다른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본 심정이 어떨지 시청자들이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다. A도원은 B도원의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드라마 속 설정이 아닌 현실이라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자는 살아있는 A도원에게 감정이입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B도원에게 감정이입한 시청자는 또 다른 느낌과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다. 내가 죽으면서 인지하는, 또 다른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과 감정은, 희망일 수도 있고 잔인함일 수도 있다.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A도원과 B도원의 공감은 일반적으로 쌍둥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구체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 시청자들은 A도원과 B도원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쌍둥이처럼 느낄 수도 있다.
 
<트레인> 제9회에서 B도원은 ‘신원미상자3’로 분류돼 죽음 자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A도원에 감정이입한 시청자, B도원에 감정이입한 시청자, A도원과 B도원에 번갈아가며 감정이입한 시청자는 각각 다른 디테일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빌런(악당)에게 이유와 명분이 충분한가?
 
<트레인> 제8회까지는 빌런(악당)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거나 드러내더라도 깊숙이 보여주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었는데, 제9회에서의 스토리텔링을 보면 빌런에게 충분한 이유와 명분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주범인 석민준(최승윤 분)이 오히려 종범인 이성욱(차엽 분)보다 덜 사악하고 덜 무섭게 느껴질 수 있는데, 빌런의 악랄함보다 빌런의 결핍을 더 많이 전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반전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트레인>의 특성상 현재의 빌런 캐릭터가 재반전을 통해 더욱 무서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희귀병을 앓는다는 것을 강조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면,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병을 이유로 감형을 받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가 없다.
 
만약 <트레인>의 빌런이 한 행동이 잘못됐지만 강한 명분과 신념이 아닌, 자신이 가진 병에 의한 것이고 그로 인해 감형까지 받게 된다면 몰입해 따라온 시청자를 정말 허탈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트레인>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첫 방송부터 시청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시청하지 못한 회차가 있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속도대로 이어서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시청자가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빌런에 대한 마무리가 더욱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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