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지루한 차’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신형 캠리는 ‘이유 없이 멋있는 차’를 표방했다.”
2017년 10월 한국을 찾은 마사토 카츠마타 수석 엔지니어는 신형 캠리의 개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인 세단의 모습으로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개발팀을 자극했다고도 했다.
신형 캠리는 구형보다 차체를 25㎜ 낮추는 한편,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전면과 측면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완성된 캠리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데뷔 이듬해인 2018년에 캠리 3869대, 캠리 하이브리드 5595대 등 9464대가 판매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4426대(캠리 1939대, 캠리 하이브리드 2487대)로 감소했으나, 이는 제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일본차 불매 운동의 여파였다.
올해 2월에는 캠리 스포츠 에디션이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이 차는 전용 프런트 그릴과 입체적인 범퍼, 차체의 가장 바깥쪽에 배치한 사이드 그릴을 통해 와이드 앤 로우(Wide & Low) 스탠스와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블랙과 실버 투톤의 18인치 휠, 트윈 팁 머플러, 사이드 로커 패널과 리어 스포일러가 더해져 스포티한 스타일을 추구했다. 아웃사이드 미러와 루프, 리어 스포일러를 블랙컬러로 마감한 투톤(Two-tone) 색상의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5ℓ 207마력으로, 기존 캠리와 같다. 예전에 타본 캠리 하이브리드의 총 시스템 출력이 211마력인 것에 비하면 소폭 낮지만, 중형 세단은 이 정도 파워로 충분하다.
이 엔진은 직접 분사와 간접 분사를 함께 적용해 고출력과 친환경성을 두루 고려한 게 특징이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놓는 스마트 스트림 엔진이 이런 방식인데, 토요타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써왔다.
최고출력은 6600rpm, 최대토크는 5000rpm에서 발휘되는 고회전 타입이다.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낮은 범위의 엔진 회전수에서 활용할 수 있어 ‘치고 나가는’ 맛이 좋다. 여기에 락업 클러치의 범위를 넓혀 엔진 출력이 헛돌지 않고 변속기로 직결되는 느낌도 좋아졌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가지. 에코 모드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주행모드이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이 한결 빨라진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타입으로, 캠리 기본형과 같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 중 스포츠 에디션과 유사한 트림은 XSE와 SE인데, 여기에는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됐지만 한국 시판 모델은 기존 것을 그대로 썼다.
비록 스포츠 서스펜션은 아니지만 주행안전성은 여전히 훌륭하다. 요철을 만나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평탄한 노면에서 속도를 높이면 차체가 도로에 밀착되는 느낌도 최고다. 타이어는 235/45R18 사이즈이고 브리지스톤 제품이다.
인증 연비는 도심 10.7㎞/ℓ, 고속도로 14.9㎞/ℓ다. 현대 쏘나타 2.0은 도심 11.4㎞/ℓ, 고속도로 14.8㎞/ℓ로, 배기량은 캠리 스포츠 에디션보다 500㏄나 작은데 고속도로 연비는 캠리보다 떨어진다.
과거 3000만원대 수입차들은 국산차에 비해 안전장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에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라고 해서 차선이탈경고(LD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오토매틱 하이빔(AHB) 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가격은 모노톤 3659만원, 투톤 3758만원이다. 경쟁차의 출력과 가격을 보면, 현대 쏘나타 2.0(160마력)의 최고급형 ‘인스퍼레이션’은 3298만원이고, 혼다 어코드 터보(194마력)는 3690만원, 르노삼성 SM6 TCE300(225마력) 프리미에르는 3422만원이다. 엇비슷한 가격대에서는 SM6를 제외하고 캠리 스포츠 에디션의 출력이 가장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캠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220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76.5%나 된다. 연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여기서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좀 더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는데, 하이브리드 SE(스포츠 에디션)와 V6 3.5ℓ 모델, 토요타의 고성능 버전인 TRD 모델까지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토요타 코리아가 이런 모델들도 한정판으로 들여온다면 소비자들이 더욱 반길 것 같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좀 더 화끈해진 외모. 스포츠 서스펜션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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