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작곡가 전예은의 위대한 시작! K-오페라, 한국어 오페라를 기대하며

발행일자 | 2020.09.05 21:04

전예은 작곡, 전예은, 김연미 대본, 김주현 지휘, 표현진 연출,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Red Shoes)>가 9월 4일 KBS 중계석 녹화에 이어, 5일 국립오페라단 네이버 TV 생중계됐다. 제1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초연된 작품으로 노이오페라코러스와 방타 타악기 앙상블이 함께 했으며, 10월 15일(목) 오전 1시. KBS 제1TV <KBS 중계석>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
 
<레드 슈즈>는 뛰어난 음악성과 함께 가사 전달력, 대사 전달력이 뛰어난 한국 창작 오페라이다. 전예은은 K-오페라, 한국어 오페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작곡가이다. 오페라를 통해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언어인지 세계와 미래에 알릴, 아티스트 전예은을 기다린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창작 오페라로 탄생한 잔혹 동화! 작곡가 전예은의 위대한 시작은 K-오페라, 한국어 오페라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는 음악 동화로 재탄생된 잔혹 동화라고 볼 수 있다. 빨간 구두가 의미하는 것이 금기된 욕망, 내재된 자유, 멈추지 않는 욕망이라고 추정하며 볼 수도 있는데, 자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억압일 수도 있는 상황을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내가 만든 구두, 내가 선택한 구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게 제시한 구두라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드 슈즈>가 원작 정서를 멋지게 재해석해 감동을 준 것 이상으로 길게 남는 진한 여운은 한국어 가사 전달력, 대사 전달력이 무척 훌륭한 창작 작품이라는 것이다. 음악성과 전달력 중 어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너지를 냈는데, 작곡가 전예은은 한국어가 오페라의 언어가 됐을 때 얼마나 감동적인지 <레드 슈즈>를 통해 보여준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전예은은 웅장한 음악과 감미롭고 서정적인 노래, 처절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내적 노래와 음악을 넘나들며 조화롭게 하나로 전체를 만들었다. 각각의 아리아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완성도 또한 높기에, 관객은 순간에 집중하면서도 전체를 일관성 있게 즐길 수 있다.
 
<레드 슈즈>에서 전예은은 작곡뿐만 대본도 직접 집필했는데,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오페라라는 장르로 가져오면서 장르적 변용에도 뛰어남을 발휘했다. 레드 슈즈를 언제 신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전예은이 음악뿐만 아니라 관객이 어떻게 느낄 것이라는 것까지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가사 전달력 좋은 한국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는 한국어 가사 전달력이 훌륭한 작품이다. 작곡가가 대본을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레드 슈즈>의 주요 등장인물은 카렌(소프라노 이윤경 분), 마담 슈즈(메조소프라노 백재은 분), 목사(테너 윤병길 분), 청년(바리톤 나건용 분), 어린 마담 슈즈(소프라노 조한나 분), 어린 목사(테너 김승직 분)이다.
 
백재은과 이윤경은 공연 초반부터 뛰어난 가사 전달력을 발휘해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온라인 관람이 아닌 공연장 직접 관람이었다면 감정이입에 따른 몰입도는 더욱 강렬했을 것이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백재은의 목소리와 가창력, 탁월한 연기력은 극의 전체적인 정서를 이끈다. 이윤경은 소프라노의 고음에도 한국어 가사가 잘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프라노의 경우 어떤 언어로 표현해도 고음의 가사 전달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승직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한국어 아리아가 얼마나 감미로울 수 있는지 느끼게 만드는데, 김승직의 표현력은 어린 목사를 관객이 측은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면서 시간이 지난 후의 목사를 더욱 미워해도 괜찮도록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나건용의 표정 연기에 관객들은 큰 반응을 보였는데, 어쩌면 공연장에서 직관하는 관객들에게는 나건용의 디테일한 표정이 지금처럼 어필되지는 못했을 수 있다. 소극장 오페라에서 표정 연기로 충분한 전달이 대극장 오페라에서는 큰 동작으로 변용되어야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데, 온라인 공연에서는 디테일한 표현까지도 소극장 오페라 이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나건용은 보여줬다.
 
<레드 슈즈>의 한국어 자막 제공도 똑똑한 선택이다. 일부 불편하게 느낄 관객도 있겠지만, 초연 작품에서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49인 오케스트라 연주 대신 7인 연주의 소규모 편성으로 진행됐는데, 만약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극장에서 직접 라이브로 듣는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상상하게 된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무대
 
<레드 슈즈>는 세련된 무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흑백의 무대 및 의상과 빨간 구두를 비롯한 유채색의 대비는 인상적이다. 빨간 구두와 금빛 소품은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데, 단순히 화려하게 보이지만은 않고 내적 사연을 품은 반짝임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욕망과 허상을 연상하게 만드는 영상은 스릴러의 뉘앙스를 전달하며 긴장감 고조한다. 회색빛 교회를 억압과 규율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데, 무채색과 색채감의 조화는 온라인 영상으로 옮겨질 때 다른 작품보다 무대가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레드 슈즈>는 적나라한 연출로 관객을 순식간에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표현진 연출이 만든 감각적 무대와 표현 방법은 관객이 어떻게 느껴야 할지 순간 고민하게 만드는데, 너무 집요하고 길게 끌고 가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
 
<레드 슈즈>는 무채색의 세상에서 자율 의지, 자유 의지를 가진 사람만 유채색이 된다는 설정을 무대에서 시각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 관객이 공연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현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 2020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