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발행일자 | 2020.09.18 13:30

이승희 구성·작·작창·소리꾼, 이향하 구성·음악구성·고수, 장혁조 음악구성·베이시스트, 이연주 소설 작, 두산아트센터 기획제작, 창작 판소리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가 9월 16일부터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중이다.
 
DAC Artist(DOOSAN Art Center Artist) 이승희의 신작이다. 연극적 요소, 현대적 스토리텔링이 강화된 창작 판소리로,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이승희의 정서와 감정이입이 돋보인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 연극적 요소, 현대적 스토리텔링이 강화된 창작 판소리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연극적 요소, 현대적 스토리텔링이 강화된 창작 판소리이다. 타임 슬립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확장하고, 꿈의 세계를 통해 무의식을 의미 있게 조명한다.
 
춘향의 시점이 아닌 향단의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중에 있는 춘향을 바라보는 향단의 시점과 함께 그런 향단을 바라보는 소리꾼의 시점이 교차된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춘향을 훔쳐보는 향단을 소리꾼이 다시 훔쳐보고 있다면, 관객은 그런 소리꾼을 또다시 훔쳐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극의 구성은 은밀함을 만든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긴장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무대 공연에서의 변용을 잘 활용한 작품이다. 판소리의 특징을 이용해 관객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극 중 소리꾼이 아닌 이승희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고수인 이향하가 향단에게 감정이입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관객은 향단이 된 이향하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향단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이면서 제3자였다가 이승희가 됐다가 이향하가 됐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구조이다. 판소리의 매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의 구성이 흥미롭다.
 
◇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이승희의 정서와 감정이입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노래, 대사, 연기가 어우러진 복합공연이다. 시각적 움직임은 조명과 음악을 통해 더욱 극대화돼 전달된다. 노래, 대사, 연기는 판소리적일 때도 있고 연극적일 때도 있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공연 내용 중에 이승희는 향단에게 감정이입한다는 것을 관객에게 직접 알려준다. 향단의 모습이 자신과 같다고 말하는데, 향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투사한 관객은 이승희와 진한 교감을 느낄 수 있다.
 
이승희가 향단에게 감정이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향단은 처음의 위치에서도 21세기로 타임 슬립을 해서도 남을 위한 일만 한다. 남을 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에, 그러면서도 잘 해낸다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중간의 이야기를 보면 현실 자각 타임이라고 볼 수도 있고, 뒷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승희는 자신 안에 있는 향단을 꺼내 무대에 올린 후, 열심히 일하게 한 후 다시 자신 안으로 포용하면서 토닥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향단은 1인 다역을 하는 소리꾼의 정서와도 연결된다. 판소리는 고수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창자(소리꾼) 한 명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극한의 예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쉬지 않고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점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하는 향단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ET-ENT 국악] 판소리 ‘몽중인&#8211;나는 춘향이 아니라,’ 소리꾼 이승희의 자전적 이야기?

화장실에서 우는 사람 연기를 할 때 이승희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연극배우를 했어도 잘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원래 판소리 자체에 연기가 포함돼 있는데, 이승희는 판소리적 연기와 연극적 연기를 모두 보여준다.
 
<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과거의 몸종보다 더 힘든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희망 고문에 대한 화두도 던진다. 제목 끝의 콤마(,)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걸 뜻할 수도 있다. 작품 속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 포인트는 이승희의 감정이입에 따른 진정성이 아닐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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