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가 15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폭스바겐 포레스트’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고 2022년까지의 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내년 초부터 시판될 소형 SUV ‘티록’도 등장했으나, 15일부터 사전 계약이 시작된 콤팩트 세단 ‘제타’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7세대로 진화한 제타는 6세대 모델에 비해 풍부해진 편의장비와 넓어진 실내공간 등으로 상품성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2714만9000원~2951만6000원으로 비교적 낮게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2329만9000원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아반떼나 기아자동차 K3 같은 국산 준중형차와도 경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7세대 제타는 과연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본지는 이에 대해 4명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은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면서 “아반떼 가격으로 수입차를 살 수 있어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타의 판매가 성공하면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 이전 수준의 매우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할 것이라는 게 민 부장의 진단이다.
다만 그는 “파이낸셜 서비스 할인 혜택이 끝나면 판매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류청희 칼럼니스트는 성공 가능성과 실패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그는 “세단보다 SUV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면서 “결국 제타는 국산 준중형차와 경쟁하게 될 텐데, 수입차라는 심리적인 장벽이 있어서 쉽게 넘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서비스센터에서 늘어나는 AS 수요를 잘 감당해낼지도 변수”라고 밝혔다.
반면 카홀릭의 김학수 기자는 “판매량을 떠나 수입 콤팩트 세단이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미 좋은 출발을 했다”면서도 국산차에 비해 비싼 편인 자동차 보험료가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칼럼니스트는 “3000만원대 가격대를 허물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분명히 인기를 얻겠지만, 이런 가격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제타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서비스 네트워크가 걱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3만~4만대의 판매량을 올렸던 브랜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서비스 수요를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또한 “폭스바겐의 라인업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떤 모델은 가솔린만 있고, 어떤 모델은 디젤만 있어서 소비자들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슈테판 크랍 사장은 “공격적인 가격 책정에 한국차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티구안과 아테온, 투아렉의 론칭 경험을 통해서 우리 브랜드의 진정한 포지션을 알게 됐다”면서 “제타가 오랫동안 시장에서 없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가격으로 책정한 것이며,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본 후에 전략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형 SUV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타라몬트를 더 빨리 들여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디젤 배출가스 사건의 경험 이후 좀 더 신중하게 차를 들여오려고 한다”면서 “타라몬트를 빨리 갖고 오고 싶긴 하지만,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끝나가기 때문에 신형이 론칭하는 시기에 맞춰서 들여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제타에 이어 12월에는 파사트 GT를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에는 티록과 8세대 골프를 시판할 계획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UV인 ID. 4와 대형 SUV 타라몬트가 2022년에 가세하면 진정한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이 모델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면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을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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