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발행일자 | 2021.04.26 10:40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최초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입에 ‘테슬라 킬러’로 불렸다. 이런 높은 관심은 계약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3760대가 계약되면서,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테슬라의 판매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성능에서도 테슬라 모델3나 모델Y를 앞설 수 있을까?

현대차에게 아이오닉5는 단순히 최초의 전용 전기차라는 것, 그 이상이다. 현대차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의 숨결과 흔적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어떤 이는 포니의 요소가 별로 없다거나, 인테리어가 심심하다거나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데, 내 의견은 다르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다듬은 포니의 각진 해치백 스타일을 이어받으면서 여기에 파라매트릭 픽셀 헤드램프로 첨단 감각을 추가했고, 포니의 단순한 대시보드가 떠오르는 실내도 깔끔하다.

아이오닉5의 차체 사이즈는 길이 4635㎜, 너비 1890㎜, 높이 1605㎜이고 휠베이스는 3000㎜다. 휠베이스가 웬만한 SUV보다 긴 덕분에 실내공간은 아주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은 시트 착좌감이 좋은 데다 레그룸이 넓고 센터 터널이 없어서 대형 세단을 타는 기분을 준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도어 핸들은 키를 지니고 차에 다가서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모델3와 모델Y는 손가락으로 밀어서 도어 핸들을 튀어나오게 한 뒤에 잡아서 여는 방식이라 불편하다.

‘비전 루프’는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는 방식으로, 테슬라의 모델들과 같다. 대신 테슬라와 달리 롤 블라인드가 있어서 강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

배터리는 롱 레인지 기준으로 72.6㎾h 용량을 차체 바닥에 깔았다. 이보다 용량이 작은 스탠더드 레인지는 인증이 끝난 후 구체적인 제원이 공개된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완성하면 완성차 업체로서 좋은 점이 아주 많다. 기본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 사이즈에 따라 플랫폼을 늘이거나 줄이기가 쉽고, 이에 따라 신차 개발비가 많이 절약된다. 또한 제조 공정도 내연기관차 기반의 전기차에 비해 훨씬 단순화할 수 있어서 인력을 덜 투입할 수 있다. 향후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 때 현대차 생산직 노조가 일감 감소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아이오닉5는 테슬라의 모델들처럼 모든 시스템을 원격 무선 업데이트(OTA)할 수 없고, 일부 시스템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이는 테슬라 같은 통합 제어 시스템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비록 모든 기능이 무선 업데이트 되는 건 아니지만, 아이오닉5는 모델3나 모델Y와 달리 계기반이 운전석부터 센터페시아까지 가로로 길게 이어져 있어 운전하는 데 익숙하다. 화이트 컬러 배경의 디지털 계기반은 시인성도 좋고 터치스크린의 조작감도 좋은 편이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말랑말랑하다. 테슬라 모델3는 핸들링이 짱짱하지만 승차감이 조금 단단한 편이고, 모델Y는 통통 튀는 타입인 데 비해, 아이오닉5는 웬만한 상황에서는 노면의 충격을 거의 흡수한다. 다만 차체 높이가 있고 서스펜션이 부드럽다 보니,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같은 곳에서 속도를 내면 차체 쏠림 현상이 좀 있다. 이때 조수석 바닥에 물건을 두면 운전석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번 시승 때도 조수석 쪽에 둔 가방이 다리 쪽으로 넘어와 당황했다. 센터 터널이 없는 건 좋지만, 필요할 땐 물건이 넘어오지 못하게 그물망 같은 걸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카메라가 좀 큰 게 단점이긴 한데, 실제 운전할 때는 일반 사이드미러보다 사각지대가 덜 보여서 굳이 고개를 돌리는 숄더 체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더 완벽한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숄더 체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 스포츠, 노멀, 스마트 등 네 가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이 한결 빨라지지만, 배터리가 닳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 시승회에서는 네 가지 모드를 골고루 사용한 결과, 49㎞ 거리에서 5.8㎞/㎾h의 전비가 나왔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을 때 최종 전비는 5.2㎞/㎾h가 나왔다. 88㎞ 거리를 1시간49분 동안 달린 결과다.

아이오닉5 시승회에서 놀라운 건 또 있었다. 현대차가 개발한 하이차저 체험이 그랬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마련된 ‘EV스테이션 강동’에는 8기의 하이차저가 설치되어 있는데, 동그란 모양의 틀 안에 마련된 충전기는 충전구의 위치에 따라 좌, 우, 가운데 등 세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차에 맞게 조절하고 버튼을 누르면 위에서 충전기가 차체 높이에 맞게 내려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충전기와 달리 위쪽에서 차에 알맞은 높이로 내려오기 때문에 선이 바닥에 끌릴 일이 없고, 덕분에 운전자의 손이 더러워질 일도 없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800V 초고속 충전 덕에 10분도 안 돼서 40%이던 배터리 충전 용량이 70%로 늘었다. 이 정도면 담배를 한 대 태우거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충전이 완료되는 수준이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분이다.

충전요금은 ㎾당 299원인데, 현대자동차 고객들은 23% 할인된 금액(약 230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초고속 충전임을 감안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이다.

아이오닉5는 요즘 유행하는 ‘차박’을 위한 순정 캠핑용품도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여름철 창문을 열었을 때 벌레가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고 암막 커튼 기능도 있는 ‘멀티 커튼’, 테이블 겸용 캠핑 트렁크, 차박용 카 텐트, 공기주입식 에어매트 등이 그것이다.

[시승기]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꺾을 수 있을까?

아이오닉5의 가격은 개소세 3.5% 기준에 세제 혜택을 받을 경우 4980만~5455만원이다. 여기에 빌트인 캠(60만원), 전륜 모터(300만원), 파킹 어시스트(135만원), 컴포트 플러스(50만원), 솔라 루프(130만원), 비전 루프(65만원), 디지털 사이드미러(130만원), V2L(25만원) 등의 옵션이 마련돼 있다.

전체적으로 아이오닉5는 아주 잘 만들어진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발표된 기아 EV6와는 디자인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서 서로 다른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로서는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에 생산 차질이 생긴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의선 회장이 아이오닉5의 미국 생산을 타진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고 하니, 미국 현지 생산 여부도 곧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테슬라가 한국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듯이, 아이오닉5도 미국에서 위세를 떨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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