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인터뷰]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 ‘함께해요, 우리’ 김희선 박사! 젠더 폭력 피해자 심리정서 지원서비스

발행일자 | 2021.06.08 15:09

사단법인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의 ‘함께해요, 우리’는 2021 서울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젠더폭력은 “여성들이 특히 많이 경험하는 폭력의 형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나 여아가 피해자가 되는 폭력의 형태일 뿐만 아니라, 성별위계질서에서 배태한 폭력이자 남성(성)의 권력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기제가 되는 폭력(men’s power over women)”이다(이나영·허민숙).

디지털성범죄와 같이 다양한 젠더폭력은 여전히 존재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피해생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거나 제대로 된 피해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고통 받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을 위해 심리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전문가 김희선 박사를 만났다.

김희선 박사.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김희선 박사.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이하 김희선 박사와의 일문일답.
 
Q1. 김희선 박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희선입니다. 저는 가정폭력, 성폭력 전문가로 현재 명지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관련분야에서 상담이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에서 기획처장으로 젠더폭력과 관련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많은 활동들을 하고 계신대요, 최근 디지털성범죄는 물론 데이트폭력이나 아동학대와 같은 가정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젠더폭력은 성폭력과 어떻게 다른지, 박사님께서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두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성폭력은 큰 의미에서 젠더폭력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젠더폭력은 성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저지르는 신체적이고 정신적, 성적인 폭력을 말하는데요, 그 유형에는 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 디지털성폭력, 데이트폭력 등이 있습니다.
 
주로 피해자의 성별이 여성이 많기는 하지만 꼭 피해자가 여성이거나 남성에 의한 폭력으로 범위가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다양한 젠더폭력이 존재합니다.
 
저는 성폭력, 가정폭력 전문가로 미국에서 유학시절, 관련기관에서 상담사로서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긴급전화도 받고 상담도 진행을 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상담과 강의를 하고 있는 데요,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사업에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불법동영상 촬영이나 유포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피해자들이 겪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안과 트라우마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불법영상물을 삭제하기 위해 피해생존자가 직접 사비를 들여야 했고, 공기관에서 도움을 받기는커녕 2차 피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지금은 공공 또는 사립 전문기관도 생기고 있고 2차 피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도 강조가 되고 있습니다.
 
다행이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양한 젠더폭력의 피해생존자들은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신고접수가 되면 오히려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중심의 사건처리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오히려 피해자 지원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루 이틀 있는 일은 아니긴 하지만, 요즘 그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법인에서 피해지원 사업에 지원하고 수행하는 것도, 피해생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심리정서적 전문상담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실시하기 위함입니다.
 
가해자가 처벌받으면 사건이 종결된다고 하지만, 피해생존자의 엉망이 된 삶은 현재진행형이거든요. 가해자 처벌과 함께 피해생존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복지적 측면, 법적 측면, 경제적 측면의 지원도 필요하고 동시에 마음이 건강해지는 심리정서적 지원도 또한 중요합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함께가자, 우리’ 웹툰(서울시 제작).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함께가자, 우리’ 웹툰(서울시 제작).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Q3. 피해생존자가 오히려 사건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있는데요, 박사님께서 주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야는 심리정서적 전문상담을 통해 피해생존자의 삶이 다시 회복이 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통으로 남은 삶을 모두 보낼 수는 없잖아요. 함께 노력하면서 피해생존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찾도록 조력하고, 저는 상담전문가로서 상담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드러나거나 잘 보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정말 많은 분들이 피해생존자들을 위해 노력하고 계심을 저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요, 피해생존자들이 도움도 많이 받고 또 치유와 회복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Q4. 젠더폭력이 다양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전문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젠더폭력에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희롱, 성매매, 디지털성폭력, 데이트폭력 등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물리적 힘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이제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즉 상황과 분위기, 위계질서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생존자들이 동조를 했기 때문에 성폭력이 아니라는 논리를 가해자들이 많이 펼치는데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이제는 법적으로도 분명한 성폭력으로 구분이 되고 있습니다.
 
위력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생존자들은 무엇보다 낮은 자존감, 죄책감, 불안과 두려움 등이 클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지지와 격려, 그리고 안정감을 제공해주는 전문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성폭력은 n번방 사건으로 불법촬영과 성매매, 무엇보다 왜곡된 성소비 문화가 어떻게 왜곡되고 성폭력을 야기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쉽게 생각하는 자극적인 불법영상물을 소비하는 것은 분명한 범죄이고 폭력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서비스 ‘함께해요, 우리’ 상담매뉴얼(서울시 제작).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디지털성범죄 피해지원 서비스 ‘함께해요, 우리’ 상담매뉴얼(서울시 제작). 사진=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KCSN) 제공>

디지털성폭력의 피해생존자는 엄청난 유포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지는 않을까, 불특정 다수로 인해 계속해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자신을 지지하고 함께 동반자로서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지지자가 필요한데요, 가족과 지인도 가능하지만 전문상담사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내용들도 상담사에게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디지털성폭력 전문상담사들은 법률적 조언이나 법적 절차에 대한 지지 동반을 함께 하면서 상담사의 영역을 확장하며 피해생존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일반적인 유형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 의해 폭력을 당하는 것인데요, 요즘은 안전이별의 이슈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와 위협으로 이별을 할 수 없게 하는 것도 역시 성폭력입니다. 연인 관계의 기본은 평등한 관계거든요. 한 쪽이 힘이 강하다고 해서 관계를 좌지우지한다면 그것은 연인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라고 봐야합니다.
 
안전이별 역시 외부적인 지원, 그러니까 법적 조치도 필요할 수 있지만, 피해생존자의 경우 심리적 두려움과 관계적 불안, 의존적 성향 등 안전이별에 있어서 받게 되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상담이 없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지만,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법인에서 올해는 다양한 젠더폭력 피해생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이 되어 서울시 성평등기금의 후원을 받아, ‘함께해요, 우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이거나 서울에서 생활하시는 분으로, 젠더폭력과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문의가 있으시다면 저희 법인 홈페이지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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