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 캐스퍼의 산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가다

발행일자 | 2021.10.13 11:28
[르포] 현대 캐스퍼의 산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가다

‘미래를 향한 상생과 혁신’

광주광역시 산하 광주그린카진흥원(21%)과 현대자동차(19%)가 1, 2대 주주로 참여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홈페이지에 나온 첫 문구다. 이 캐치프레이즈에서 회사의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회사의 첫 생산 차량인 현대 캐스퍼는 예약 개시 24시간 만에 1만8940대의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하면서 올해 일감을 이미 확보됐다. 이 ‘대박 상품’을 만드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과연 어떤 곳일까? 1997년 대우자동차 군산공장 이후 국내에 24년 만에 들어선 새 완성차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찾아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현대화된 시설, 젊은 일꾼들

광주광역시 광산구 덕림동에 터를 잡은 이 공장은 대지면적 60만4000여 ㎡에 건축면적 8만5000여 ㎡, 차체와 도장·의장 공장 등 8개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광주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속해있지만, 아직은 방문자가 많지 않아 보였다. 광주송정역에서 잡아탄 택시에서 운전자는 “어딜 간다고요?”라며 여러 번 목적지를 물어봤다. 심지어 공장 근처에서는 내비게이션의 길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 공장으로 오는 도로가 내비게이션이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탓이다.

공장에 도착하자 새 완성차공장답게 흰색의 깔끔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문에는 ‘상생의 일터, 광주글로벌모터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역시 ‘상생’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근로자는 현재 570명. 평균 나이는 28세다. 국내 어느 완성차공장보다 ‘젊은 피’다.

[르포] 현대 캐스퍼의 산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가다

이곳에서 만난 품질관리부 유동훈 씨(36)는 캐스퍼의 문제점을 각 부서에 전달하는 ‘완성차 평가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정년 보장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마음에 들어서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전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제 주변에서도 입사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자동차 검사 업무 경험이 있는 그는 직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보다 줄었다. 그는 “솔직히 연봉에 대해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이미 회사 측에서 연봉 수준에 대해 고지를 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불만족스러우면 입사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냥 연봉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주거비가 지원되고 있고, 차가 많이 팔리면 근로자에게 성과급도 돌아온다. 유동훈 씨는 “정년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회사에는 비정규직이 전혀 없다.

젊은 직원들을 위한 교육도 철저히 이뤄졌다. 현대차 책임자를 비롯해 동희오토, 호남대 교수 등이 와서 교육했고, 기아에서 온 매니저가 동영상으로 강의하고 직접 차를 보고 설명해줬다. 유동훈 씨는 “스킬업을 위해 전 직장인 엠코에서 받은 것보다 체계가 더 갖춰진 입문교육을 받았는데, 교관들이 차 품질이 좋다고 얘기하면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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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부 소지선 씨(26)는 대학에서 전기과를 나와서 생산관리부에 입사했다. “부서 사무실에 여직원이 나 말고 없어서 화장실은 전세를 내고 쓴다”면서 “남자 직원들이 무거운 짐 나르는 건 도와주고, 섬세한 일은 내가 하는 편”이라면서 만족해했다.

자동차학과를 나와서 5년 정도 다른 회사 다니다가 입사한 서문교(32) 씨는 “캐스퍼 예약이 2만 대가 넘어서 놀랐고. 내가 만든 차가 도로에 달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근무 시간에 휴대폰을 회사에 맡겨야 하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서문교 씨는 “위탁생산에서는 품질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회사가 잘 되면 다른 회사 물량도 받을 수 있어서 품질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1, 2대 주주지만, 위탁 생산업체이기 때문에 타 회사 물량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동훈 씨는 “소형차는 아무래도 싼 티가 나는 차가 아니겠나.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도 만들어서 회사의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는 이미 2공장 부지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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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직원들이 많은 만큼 회사 분위기도 좋다. 상하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근로 현장은 마치 대학 캠퍼스를 보는 것 같다. 회사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이미 사내에 상생관이 마련돼 있으며, 축구장과 풋살장을 8월 말에 완공해 10월 초에 오픈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체육관을 지어주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직원을 위한 특별 주택은 2029년에 공급된다. 유동훈 씨는 “저는 가정이 있어서 해당이 안 되지만, 젊은 미혼 직원들을 위해 기숙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소지선 씨는 “LH 행복주택을 지원받아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나중에 특별 공급주택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연산 7만 대, 5년 동안 35만 대 목표

실제로 둘러본 조립공장 내부는 예상보다 쾌적했다. 조립을 위한 소리만 클 뿐이고, 먼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중앙집중식 컨트롤 시스템으로 공장 조명과 온도, 공기 순환을 조절해 일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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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완성차공장과 다른 것 중 하나는 휴게공간이다. 대부분 조립라인 옆 곳곳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게 마련인데, 이 공장은 그것을 통합했다. 그래서 조립라인과 방문객 관람라인 사이가 탁 트여있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선‘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 부품 데이터는 무선으로 제공받고, 와이어로 이어지던 작업 도구를 대부분 무선으로 배치했다. 덕분에 근로자들이 작업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이 회사는 유연 생산이 강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혼류 생산은 2~3개 차종이 가능하고, 차급으로는 그랜저급도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간당 생산량(UPH)은 22대다. 타 완성차공장에 비해 많다고 볼 순 없다. 이는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감안해 6대 생산하고 1곳을 공 피치로 비워두는 회사의 배려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6대이던 것을 앞으로 7~8대로 서서히 조정해서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의 최대 UPH는 25.7대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연산 7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35만 대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캐스퍼 계약 상황을 보면 5년 이전에 달성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광주=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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