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뮤지컬] ‘리지’ 모든 배역을 주연으로 만든 뮤지컬 넘버 표현과 연출

발행일자 | 2022.04.01 00:14

쇼노트 제작, 뮤지컬 <리지>가 3월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이다. 무대에서 헤드 마이크뿐만 아니라 스탠딩 마이크도 중요하게 사용되는데, 이는 록뮤지컬 <리지>를 콘서트, 갈라 콘서트처럼 강렬하게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모든 배역을 주연의 위치로 올려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 미스터리한 실화 자체에 집중?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 생각, 정서에 더 집중?
 
<리지>는 1892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제 사건인 ‘리지 보든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스터리한 실화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고,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마음, 생각과 정서에 더 집중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뮤지컬이 사건보다 정서에 집중할 경우 일반적으로 서정성은 강조될 수 있지만, 사건이 주는 긴장감과 갈등 형성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리지>가 정서에 집중된 작품이라는 시야를 가지고도 이런 일반적인 우려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텔링을 절대 가볍게 다루지는 않는 이야기의 구성과 파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 뮤지컬인가, 콘서트인가? 록뮤지컬인가, 갈라 콘서트인가?
 
<리지>의 무대에는 네 대의 스탠딩 마이크가 배치된다. 극 중에서 공연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콘서트 같은 이런 연출은 록뮤지컬 <리지>의 매력을 더욱 배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의 갈라 콘서트 같은 웅장함이 압도한다. 공연 전체가 하이라이트를 모아 놓은 것 같은 강렬함과 긴장감이 관통하는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음악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관객에게 뮤지컬 <리지>는 콘서트 이상의 중량감을 선사한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노래로 웬만큼 가득 채운 콘서트들도 <리지>에서처럼 강렬함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우들이 <리지>의 무대에서 쏟아내는 에너지의 총량이 얼마나 될지 다시 느끼게 된다.
 
<리지>의 뮤지컬 넘버가 가진 음악적 강렬함은 충격적인 사건을 전달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적나라하게 전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서는 보든가의 둘째 딸 리지(전성민, 유리아, 이소정 분)가 감정을 폭발할 때 부르는 뮤지컬 넘버는 절규하는 마음으로 전달된다. 음악만 들어도 그런 느낌이 드는데, 가사를 유념해서 들으면 더욱 그러하다.
 
보든가의 이웃으로 리지와 서로 의지하며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앨리스 러셀(제이민, 김수연, 유연정 분)의 뮤지컬 넘버 또한 감정을 표현할 때 더욱 치명적이다. 핀 마이크가 내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면, 스탠딩 마이크는 내면의 폭발을 시각적인 모습과 함께 더 폭발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보든의 언니 엠마 보든(김려원, 여은 분)은 아버지와 계모에 대한 분노 속에 친어머니를 잃은 깊은 슬픔을 안고 있다. 만약 엠마 보든이 일반적인 뮤지컬의 캐릭터처럼 안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면 슬픔은 전달되었겠지만, 슬픔 속에 담긴 분노는 지금처럼 강하게 표출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관객은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질주하는 현재 엠마 보든의 모습에 더욱 감정이입해, 더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든가의 가정부 브리짓 설리번(이영미, 최현선 분) 또한 그러하다. 집안에 감도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불행을 예고하는 캐릭터로, 기존의 일반적인 연출법이었다면 조연처럼 느껴졌을 수 있는데 <리지>에서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는 브리짓 설리번을 보면 분명한 주연이다. <리지>의 록뮤지컬 표현법이 모든 배역을 중요하고 멋지게 만들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리지’ 공연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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