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 월드챔피언십(이하 F1)에 참가하고 있는 페라리(ferrari) 팀이 올해 선보인 머신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패라리 팀은 올해 2월, 창립 7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F1-75’라고 명명한 새 F1 경주차를 공개했다. 페라리가 컨스트럭터즈 부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08년,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한 것은 2007년이다. 수년간 왕좌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나 지난해 챔피언을 차지한 레드불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이다. 따라서 올해는 기필코 챔피언을 탈환하고자 절치부심해서 경주차를 설계해 내놨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페라리 팀은 개막전인 바레인 F1에서 르클레르가 1위, 사인츠가 2위를 차지하면서 순항을 예고했다.
그러나 2전인 사우디아라비아 F1에서 곧바로 레드불 레이싱의 반격을 받았다. 르클레르는 맥스 페르스테펜에게 1위를 내주고 2위로 주저앉았고, 사인츠 역시 3위에 그쳤다.
3전인 호주 F1에서는 르클레르가 반격해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르클레르를 제외하고 페라리 엔진을 쓰는 팀들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4전 이탈리아 F1은 페라리 팀에게 본격적으로 빨간불이 켜진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1~4위는 맥스 페르스테펜, 세르지오 페레즈, 란도 노리스, 조지 러셀이었고, 페라리 엔진을 쓰는 선수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은 5위를 차지한 알파로메오의 발테리 보타스였다.
뒤이은 미국 마이애미 F1에서는 맥스에 이어 르클레르가 2위, 사인츠가 3위를 기록하며 페라리가 부활하는 듯했다. 그러나 6전 스페인 F1에서는 레드불과 메르세데스의 기세에 밀려 4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레드불은 이 기세를 모나코 F1에 이어가면서 1, 3위를 차지했고, 페라리는 2, 4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이어진 아제르바이잔 F1은 페라리 엔진을 쓰는 팀들에게 최악의 결과를 남겼다. 갈수록 뜨거워진 노면에 머신이 약점을 드러내면서 상위 10위 안에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페라리 팀뿐 아니라 같은 엔진을 공급받는 하스 팀과 알파로메오 팀 역시 엔진 트러블로 중도에 리타이어하며 망신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캐나다 F1에서는 사인츠가 다시 2위로 올라섰으나, 선두 맥스 페르스테펜 아래 위치에 만족해야겠다. 르클레르는 엔진 교체로 인한 페널티로 하위권에서 출발했으며, 참가하는 데 의미를 뒀다.
페라리 팀의 이 같은 부진에 관해 모터스포츠를 취재하고 있는 A 기자는 “올해 페라리 팀이 우승을 탈환하려는 의지가 넘쳐서 출력에 욕심을 부린 것 같다”라면서 “열 관리에 취약한 파워트레인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남은 경기를 풀어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같은 지적은 올해 페라리 엔진을 쓰는 다른 팀도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팀 포인트 순서는 레드불 레이싱(304), 페라리(228), 메르세데스(188), 맥라렌 메르세데스(65), 알핀 르노(57), 알파로메오 페라리(51) 등의 순서다. 페라리 팀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현재의 성적 추세라면 2위 수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열에 약한 파워트레인이 7~8월의 폭염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산차 품질 문제도 ‘심각’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이러한 F1 경주차의 문제점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페라리는 F1 경주 결과를 양산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메이커라는 점에서 타 브랜드보다 더 치명적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리콜 실적만 보더라도 심각한 품질 문제를 알 수 있다. 국토부 자동차 리콜 정보 사이트에서 조회되는 내용을 보면, 2010년 이후 페라리의 리콜 건수는 모두 18건이다. 이 정보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리콜 기록은 ‘458 이탈리아’다. 이 차는 높은 대기 온도 및 작동온도에서 배기가스에 의해 발생한 고열로 뒷바퀴 하우징과 열 차단재(Rear Wheelhouse Heat Shield)의 변형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열 차단재의 장착에 사용된 접착제 성분이 과열 및 연기를 발생할 수 있으며, 높은 대기 온도 및 작동온도에서 접착제에 발화되어 차량 화재 또는 차량의 작동불능 및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458 이탈리아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리콜됐다. 이 차는 캘리포니아 모델과 함께 ‘엔진 크랭크 사프트의 변형으로 엔진이 고착되어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돼 리콜됐으며, 2014년에는 계기반에 문제가 있어서 또다시 리콜됐다.
잦은 문제를 일으키던 458 이탈리아는 2015년부터 ‘라페라리’에 배턴을 넘겨줬다. 라페라리는 머리 지지대 결함을 시작으로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TPMS) 결함, 보행자 안전 기준 위반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특히 보행자 안전 기준 위반의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보닛과 펜더, 도어를 다 분리해야 하며, 보닛 일부를 자른 후 다시 붙이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 라페라리 소유자로서는 전혀 반갑지 않은 리콜이다.
488시리즈도 많은 품질 문제를 일으켰다. 계기반 소프트웨어의 결함으로 세라믹 디스크 잔량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고, 연료 증기 분리기 결함으로 연료 증기가 누설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또한 페라리 라인업의 23개 차종에서는 에어백 결함이 나타나 대대적인 리콜이 진행되기도 했다.
페라리는 2030년에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지만, 수많은 전기적·기계적 결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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