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셀토스는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소형 SUV 시장에 2019년 처음 등장했다. 셀토스는 데뷔하자마자 쌍용 티볼리를 비롯해 현대 코나, 쉐보레 트랙스 등 앞서 나온 차를 밀어내고 동급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탄탄한 상품성과 높은 가성비 덕분이었다.
잘 되는 시장에는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법. 셀토스 데뷔 이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 XM3 등 경쟁차량이 속속 등장해 판이 더욱 커졌다. 앞선 주자들을 밀어냈던 셀토스는 이제 수성(守城)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올 뉴 셀토스를 최근 시승회에서 만났다.
◆디젤 모델 없애고 2.0 가솔린 모델 더해
올 뉴 셀토스는 단순한 마이너 체인지 이상의 변화를 줬다. 첫 데뷔 당시에는 1.6ℓ 배기량의 가솔린 터보와 디젤 터보 등 두 가지 엔진이었는데, 이번에는 디젤 터보를 버리고 2.0ℓ 가솔린 엔진으로 대체했다. 이는 최근 높은 경유 가격과 디젤 모델의 인기 하락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 그룹 내의 거의 모든 모델에서 디젤 모델은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새로 등장한 2.0 모델은 최고출력 149마력, 최대토크 18.3㎏·m로, 단종된 1.6 디젤 모델보다는 출력이 높고 토크는 낮다. 1.6 가솔린 터보는 기존 엔진을 튜닝해 최고출력을 177마력에서 198마력으로 높였고, 최대토크는 구형과 같은 27.0㎏·m다.
1.6 가솔린 터보 모델과 2.0 가솔린 모델은 출력 외에도 연비에서 차이를 보인다. 1.6 가솔린 터보 모델에서 연비가 가장 좋은 2WD 16인치 사양은 도심 11.5㎞/ℓ, 고속도로 14.6㎞/ℓ의 연비를 보이는데, 2.0 가솔린 모델의 동등한 사양은 도심 11.8㎞/ℓ, 고속도로 14.4㎞/ℓ의 연비를 나타낸다. 라인업에서 연비가 가장 안 좋은 4WD 18인치 사양은 1.6 가솔린 터보가 도심 9.8㎞/ℓ, 고속도로 12.2㎞/ℓ이고, 2.0 가솔린이 도심 10.4㎞/ℓ, 고속도로 12.6㎞/ℓ다.
이를 종합해 보면, 1.6 가솔린 터보 모델은 출력과 가속력을, 2.0 가솔린 모델은 연비를 중시해 차별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1.6 가솔린 터보 2WD 모델이 시승차로 마련돼 이 차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
최근의 자동차는 5~6년마다 풀 체인지를 거치는데, 그 사이에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와서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부분 변경 모델은 변화의 범위가 가장 약한 것부터 강한 것까지 순서대로 나열할 때 연식 변경(이어 모델), 페이스 리프트, 마이너 체인지, 메이저 체인지 등으로 구분된다. 데뷔 3년 만에 나온 올 뉴 셀토스는 마이너 체인지와 메이저 체인지 중간 수준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외관은 구형도 훌륭했지만, 올 뉴 셀토스는 더 멋있게 바뀌었다. 얇은 헤드램프 옆에 크롬 바를 추가하면서 위쪽 크롬 바와 함께 앞모습을 더욱 날렵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앞뒤에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가로로 길게 연결해 더욱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변신시켰다. 그러면서 테일램프 바로 아래에 있던 반사등을 뒤 범퍼에 장착하고 범퍼 좌우 크기를 더 키웠다. 이러한 변화는 범퍼와 테일게이트의 금형을 새로 만들어서 제작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마이너 체인지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변화다.
실내도 새로워졌다. 별개로 구분됐던 운전석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로 바꾸고, 상위 트림에 전자식 다이얼 변속기를 장착했다. 기아는 최근 다이얼 타입 변속기를 늘리는 추세인데, 셀토스는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여서 그런지 하위 트림은 여전히 레버식 변속기를 장착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얼식보다는 레버식이 더 편하고, 오조작 가능성이 더 낮다고 생각한다.
휠베이스를 그대로 둔 만큼 트렁크 공간(498ℓ)은 그대로다. 셀토스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이 크기는 동급에서 가장 큰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르노 XM3(513ℓ)가 동급에서 가장 크다.
◆넘치는 출력, 주행안전성은 과연?
177마력 1.6 가솔린 터보와 7단 DCT를 조합했던 구형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는 현대 코나와 투싼에 이미 적용했던 것으로, 꽤 괜찮았다.
올 뉴 셀토스는 최고출력을 198마력으로 올리는 한편, 7단 DCT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연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동변속기보다 DCT가 유리하지만, 기어 단수를 하나 늘리면서 구형 셀토스보다 연비가 더 좋아졌다.
가속력은 구형도 괜찮았는데, 출력이 올라간 올 뉴 셀토스는 힘이 넘친다. 특히 2WD인 시승차는 급가속 때 휠 스핀이 일어날 정도로 파워가 강력하다. 3년 전 시승회에서는 4WD 모델이 나왔는데, 이때 밸런스가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2WD는 토션빔, 4WD는 멀티링크라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시승회에 나온 2WD 모델의 승차감도 괜찮았지만, 4WD 모델의 주행안전성이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을 중시한다면 4WD 모델을 권한다.
타이어는 구형 셀토스와 마찬가지로 금호타이어가 OE 제품을 전량 공급한다. 205/60R 16 사이즈는 솔루스(TA31)이고, 235/45R 18 사이즈는 마제스티9(TA91)이다. 승차감과 정숙성을 중시한다면 마제스티9이 장착된 18인치 타이어를 고르기를 권한다.
올 뉴 셀토스의 가격(옵션 별도)은 1.6 가솔린 터보가 2160만~2685만원, 2.0 가솔린이 2062만~2587만원이며, 최저 가격 기준으로 구형보다 133만원이 올랐다. 1.6 가솔린 터보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3553만원이 된다. 최고급형으로 고를 경우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
셀토스는 올해 상반기에 2만1517대가 신규 등록된 동급 최고 인기 모델이다. 르노 XM3(9617대), 쌍용 티볼리(7872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7171대)의 추격도 만만치 않으나,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올 뉴 셀토스는 많이 오른 가격이 아쉽지만, 여전히 동급 최강자의 위치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고유가 추세를 감안할 때, 스포티지에 더해진 LPI 모델이 셀토스에도 추가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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