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코리아는 2020년 7월에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e-트론’을 한국 시장에 내놓고 전기차 전쟁에 뛰어들었다. 혁신적인 디지털 사이드미러와 안정적인 주행감각이 돋보였으나, 1억원이 넘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뒤로 아우디는 전동화 플랜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룹의 첫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Toolkit)이 적용된 Q4 e-트론이 지난 9월 한국에 공식 데뷔했다. 당시 임현기 신임 사장은 “사전 계약이 7000대 이상 이뤄졌다”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연 Q4 e-트론은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탄탄하고 균형감 있는 차체
Q4 e-트론의 크기는 길이 4590㎜, 너비 1865㎜, 높이 1640㎜이고, 휠베이스는 2765㎜다. 아우디에서는 A 세그먼트(소형차)라고 말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C 세그먼트(중형차)에 해당하는 크기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길이는 Q4 e-트론이 45㎜ 짧고, 휠베이스는 235㎜ 짧다. 메르세데스-벤츠 EQB에 비해서는 Q4 e-트론이 5㎜ 길고, 휠베이스는 36㎜ 길다. 공차중량이 2160㎏으로 똑같은 볼보 C40 리차지와 비교하면 Q4 e-트론이 150㎜ 길고, 휠베이스는 63㎜ 길다.
아이오닉5가 차체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어서 Q4 e-트론이 상대적으로 짧아 보이지만, EQB가 7인승까지 있는 모델임을 감안하면 Q4 e-트론은 결코 작은 차가 아니다. 실제로 내부에 앉아보면,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한 수준이다.
대시보드는 일반적인 구조다. 스티어링 휠 앞에 속도와 연비를 비롯한 정보를 표시하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뒀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쪽으로 많이 틀어져 있다. 그런데 이 센터 디스플레이 때문에 조수석 대시보드가 필요 이상으로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운전석 옆에 앉은 동승자가 다리를 구부리면 대시보드에 다리가 닿는 경우가 생긴다. 대시보드 위에 수납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능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릴수록 발휘되는 놀라운 전비
82㎾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이 차는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Q4 e-트론 40’이 368㎞, ‘Q4 스포트백 e-트론 40’은 357㎞의 주행이 가능하다. 공차중량은 두 차가 2160㎏으로 똑같은데, 전비는 e-트론이 도심 4.6㎞/㎾h(이하 단위 동일), 고속도로 4.0, 복합 4.3이고 e-트론 스포트백은 도심 4.4, 고속도로 3.9, 복합 4.1이다. 뒤쪽이 더 날렵하게 디자인된 스포트백의 전비가 더 낮다는 게 의외다.
사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를 훌쩍 넘기는 차가 많아진 요즘에는, 이 정도의 전비와 주행거리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아우디코리아가 이번에 시승회를 마련한 이유는 실제 주행에서 어느 정도의 전비와 주행거리가 나오는지를 직접 판단해보라는 의미도 깔려있다.
동승자로부터 시승차를 받았을 때의 전비는 3.8㎞/㎾h. 이 정도 전비는 평범한 수준이고, 시승을 마칠 때까지 이 수준이면 시승한 기자나 주최 측 모두 난감한 상황일 수 있다.
이 중요한 순간에 Q4 e-트론은 진가를 발휘했다. 한라산 1100고지를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후 이 차는 거짓말처럼 전비를 쑥쑥 끌어올렸다.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회생제동 기능을 조절하면 전비가 더 향상되는데, 회생제동을 가장 강한 수준으로 설정해도 울컥거리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여기에 변속기를 D 모드에서 B 모드로 바꾸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전비까지 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기록한 전비는 6.8㎞/㎾h다. 시승 전에 인스트럭터가 7.5㎞/㎾h까지 기록했다고 했을 땐 ‘무슨 허풍이 이렇게 심하지’하고 생각했는데, 좀 더 주행하면 그런 전비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다. 7.5의 전비를 배터리 용량에 대입하면 615㎞의 주행거리도 나온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1회 충전으로 400㎞ 이상의 주행거리는 충분히 나올 것 같고, 500㎞ 중후반까지도 어렵지 않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Q4 e-트론의 최고출력은 204마력(150㎾)이다. 벤츠 EQA의 190마력(140㎾)보다는 높고, EQB의 228마력(168㎾)보다는 낮은 수치다. 세 차종 모두 힘이 넘친다기보다 차체에 맞게 적당한 수준이다.
Q4 e-트론 40의 가격은 5970만~6670만원, 스포트백 40은 6370만~7070만원이다. 가격이 7700만원인 EQB 300 4매틱 AMG 라인보다는 저렴하지만, 6000만원대 가격에서 경쟁하는 볼보 C40 리차지에 비해 성능에서 열세다. C40 리차지 트윈의 경우 가격은 6491만원인데, 최고출력은 408마력(300㎾)에 이른다. 순간적인 가속을 즐기는 이라면 C40 리차지가 취향에 더 맞을 수 있다.
대신 Q4 e-트론은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해 경쟁차 중 가장 다양한 주행모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도로 상황과 취향에 따라 에코,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인디비주얼 모드 중에서 선택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되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디지털 라이트 시그니처의 화려한 모습도 경쟁차에서는 볼 수 없는 장점이다. 네 가지의 시그니처 라이트 디자인 중에 운전자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명회사가 차를 만들었다’는 세간의 평을 실감한다.
아우디 Q4 e-트론은 전반적으로 잘 만든 전기차다. 2년 전에 나왔던 e-트론보다 가격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주행거리는 훨씬 더 길고, 차체가 좀 더 아담해 주차하기에도 편하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내 인증 기준에 일부 미달해 스포트백 모델만 받을 수 있으나, 흥행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Q4 e-트론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제주=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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