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규 현대차 전주공장장 “상용차, 친환경차로 전환 서둘러야”
“내년부터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겠습니다.”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전주 상용차 공장에서 만난 임만규 공장장(전무)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수소 전기 버스·트럭을 전주 공장 내의 파일럿 공장에서 만들어왔다. 이곳은 양산 공장에 투입하기 전까지 완성 도면의 차가 양산성이 있는지, 품질 확보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 양산하는 곳이다. 여기서 10개 분야의 35개 시스템으로 품질을 검증하고 대량 생산에 대비하고 있다.
임만규 공장장은 “아직까진 친환경차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서 시험 양산을 해왔지만, 내년 4월에는 중형 전기 버스를 양산 라인에서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중형 저상 전기 버스(9m)를 80대 판매했는데, 내년부터는 발주가 늘어날 예정이다. 수소전기트럭은 지난해 250대 판매가 목표였으나 아직 수요가 충분치 않아서 목표량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파일럿 공장은 버스 4개 공정(모듈 1 · 2라인, 차체 라인, 모듈 3라인, 조립 라인)과 트럭 5개 공정(프레임, 서브 섀시, 의장/모듈, 메인 섀시, 수소 전기 대형 트럭)으로 이뤄져 있고, 여기에 국내 최대의 정밀 측정실도 갖추고 있다. 기자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수소전기트럭을 조립 중이었는데, 이 차는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홍보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으로, 현재 한국과 스위스, 독일, 뉴질랜드, 미국에서 운행되고 있다. 2022년 6월까지 스위스 23개 고객사에 수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47대는 2023년 1월 기준으로 누적 주행거리 570만㎞를 돌파했다. 양산형 대형 수소전기트럭이 이 같은 기록을 세운 것은 세계 최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일 많이 주행한 차는 누적 주행거리가 32만㎞를 넘겼다”라고 귀띔한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 연방디지털교통부(BMDV)의 친환경 상용차 보조금 지원사업과 연계해 독일 7개 고객사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27대를 공급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 모델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이스라엘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미국에는 현재 30대가 수출되어 아마존과 월마트 등에서 운행되고 있으며, 9대가 추가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아직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임만규 공장장은 “버스는 노선을 운행한 후 쉬어서 전기차(EV)로도 충분한데, 화물차는 배송하고 빨리 이동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수소전기차(FCEV)로 가는 게 낫다”라면서 “아직 수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까 멀리 충전하러 가는 문제가 있다. 수소충전소 한 개 짓는 데 30억원 정도 들기 때문에 국가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수소전기차의 생태계가 늘어나려면 청소차를 비롯해 관용차 보급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임만규 공장장은 “지금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시기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라면서 “특히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의 경우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바꾸면 80%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적인 치밀한 계획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임 공장장은 “승용차는 주행거리가 연간 2만㎞ 수준이지만 상용차는 10만㎞가 훨씬 넘는다. 그래서 상용차는 친환경차 전환을 더 빨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임만규 공장장은 금오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현대차에 입사했는데, 2008년에 수소연료전지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넥쏘 생산을 진두지휘했다. 덕분에 이 분야에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로 손꼽힌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HMGICS)에서 혁신적인 생산 기법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공장장은 “조립기술 품질과 생산량 확보가 중요한데, 상용 부문도 HMGICS의 기술을 사용할 게 많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전기차 부문만 있지만, 수소전기차 분야는 전주 공장이 먼저 도입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가 먼저 시작한 '기가 캐스팅'을 현대차 상용 부문에 도입할 가능성은 작게 봤다. 승용차는 여러 개의 패널이 겹쳐서 나는 소음을 없앨 수 있어서 좋지만, 상용차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획일적인 기술이라는 것. 또, 기가 캐스팅은 제작할 때 힘이 많이 드는 기술인데, 양산성이 안 나오면 헛일이라는 게 임 공장장의 설명이다.
최근 밀려드는 중국산 전기 버스와 트럭에 관한 생각을 묻자 임 공장장은 “중국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지만 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가 주력이고, 성능에서 앞선다”라면서 “NCM 배터리는 사용 후에 ESS(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지만, LFP 배터리에서 철을 뽑아서 뭐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2013년만 해도 현대차의 버스 시장 점유율은 70~8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중국 버스가 4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임 공장장은 “성능 면에서는 우리가 확실하게 앞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임만규 공장장은 “친환경차 전환과 수익성 확보가 가장 큰 목표”라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상용 부문으로 입사한 후 품질관리, 인사·노무 분야에도 근무했고, 울산 공장에서 볼륨이 가장 큰 공장과 제네시스 공장에서도 근무했었습니다. 이곳 상용차 공장에서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직원 스스로가 업무를 추진하면서 성공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 재밌고 조직도 활성화됩니다. 그 외에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주 공장의 고용 안정도 이뤄질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은 1995년에 설립되어 현재 트럭 4개 차종, 버스 10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에 독자 엔진 풀 라인업을 갖췄고, 2017년에 전기 버스 '일렉시티'를 처음 출시했다.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 대형 트럭을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스타리아도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주 공장에서 전기 저상 버스가 대량 생산되면 중국산 버스와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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