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의 차세대 에이스, i5

발행일자 | 2024.04.24 00:00
i5 M60 x드라이브
<i5 M60 x드라이브>

BMW의 베스트셀러인 5시리즈는 지난해 10월 8세대로 진화했다. BMW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에서 처음 출시했고, 가솔린 모델인 520i와 530i, 디젤 모델 523d, 전동화 모델 i5,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530e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이 차례로 완성됐다.

출시 초기 열린 시승 행사에서는 내연기관인 530i를 시승했고, BMW의 배려 덕분에 전동화 모델에 대한 궁금증을 넉넉하게 느껴볼 기회도 주어졌다. i5는 고성능 M60 x드라이브와 일반형 e드라이브 40 두 가지다. 나는 M60 x드라이브를 먼저 타봤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e드라이브 40도 시승했다.


외관은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비슷한데, M60만 라디에이터 그릴이 독특하다. 다른 모델들은 BMW의 전형적인 키드니 그릴에 세로형 바를 배치했지만, M60은 두툼한 블랙 컬러의 가로형 바가 키드니 그릴 사이를 지난다. 엔진이 없어 큰 흡기구가 필요 없는 기능적인 특징과 함께 전동화 시대의 강인함을 새롭게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i5 e드라이브 40
<i5 e드라이브 40>

충전구는 조수석 뒤 도어 바로 옆에 자리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위치에 충전구가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전기차는 충전구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있거나 뒤 범퍼에 있는데, 이곳은 접촉사고 때 손상되기가 쉽다. 게다가 충전구가 앞에 있는 경우에 후진 주차를 하면 충전 케이블을 길게 끌어와야 해서 번거롭기까지 하다.

실내 역시 내연기관과 같다. 시원시원한 스크린과 잘 정돈된 스위치, 블랙 또는 브라운으로 꾸며진 시트가 상당히 고급스럽다.

i5 M60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역시 엄청난 가속력. 최고출력 601마력으로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3.8초 만에 끊어내는 가속력은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않게 짜릿하다. 특히 한스 짐머가 작곡한 급가속 사운드는 묘한 중독성으로 BMW 전기차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다.

[시승기] BMW의 차세대 에이스, i5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61㎞. 400㎞ 중후반대의 전기차가 속속 나오는 요즘에 이런 수치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데, 사실 300㎞ 중반 정도 수준이면 전기차를 타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충전소가 많은 나라에 속하고, 실제로 도로를 다녀보면 은근히 충전소가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M60은 205㎾의 출력으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이 소요된다. 30분이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커피 한 잔 마시면 후딱 지나가는 시간이다.

e드라이브 40은 상대적으로 '순한 맛'의 전기차다. 최고출력은 340마력이고,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6초가 걸린다. M60보다 수치가 낮아서 그렇지, 이 정도도 상당한 고성능이다. 특히 가속 즉시 반응하는 모터 덕분에 수치 이상의 박진감 넘치는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시승기] BMW의 차세대 에이스, i5

개인적으로는 M60보다는 e드라이브 40의 가속 느낌이 더 좋았다. M60은 급가속 때 차체가 앞뒤로 살짝 흔들리는 피칭 현상이 느껴지는데, e드라이브 40은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과 토크 때문에 더 부드럽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전기차는 엄청난 토크를 지녔고,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있어 서스펜션 조율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전기차는 너무 튀고, 또 어떤 차는 너무 물렁거리기 일쑤다. M60의 경우는 스포츠 모드에서 조금 더 단단하게 셋업한다면 주행성능이 더 완벽해지리라 생각한다.

e드라이브 40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1㎞로, M60보다 훨씬 여유롭다. 최고속도는 193㎞/h로, M60의 230㎞/h에는 못 미치지만,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e드라이브 40을 선택하는 게 좋다.

복합 전비는 e드라이브 40이 4.6㎞/㎾h, M60이 3.8㎞/㎾h다. e드라이브 40은 전비에, M60은 성능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구매할 때 참고하면 되겠다. 만약 이 전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회생 제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회생 제동 기능은 디스플레이에서 고를 수 있는데, 낮음과 중간, 높음, 적응식 등 네 가지가 마련돼 있다. '적응식'을 고르면 주행상황에 맞게 차가 회생 제동 기능을 알아서 조절해주므로 편리하다.

[시승기] BMW의 차세대 에이스, i5

i5의 매력은 내연기관도 동일한 차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동급에서 EQE라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BMW의 전략이 더 낫다고 본다.

전기차 전용 모델은 전기차 보급 초창기에 매력적인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수요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전용 모델의 부품을 모든 딜러와 서비스센터가 따로 갖추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메인터넌스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이와 달리 i5는 내연기관과 같은 차체를 쓰므로 부품 수급 면에서 훨씬 낫고, 비용도 더 낮게 책정할 수 있다. 더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보험료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가격은 M60이 1억3890만원, e드라이브 40은 9390만~1억170만원이다. 258마력의 530i가 8420만~8870만원이므로 출력 차이와 유지비를 고려하면 e드라이브 40의 가격은 설득력이 있다.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E의 가격은 EQE 350이 1억350만~1억990만원, AMG EQE는 1억4520만원이다.

한편, 판매량을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i5는 e드라이브 40이 464대, M60이 58대를 기록 중이다. EQE 300/350은 136대, AMG EQE가 27대로 총 163대다. 판매량으로만 보면 현재까지 i5가 EQE를 압도하고 있다.

i5의 베이스가 된 5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이다. 전동화 모델로 거듭난 i5는 차세대 BMW의 에이스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췄음을 품질로 증명한다. 5시리즈 구매를 염두에 둔 이라면 i5도 꼭 시승해보길 권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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