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심리학으로 보는 ‘인사이드 아웃 2’

발행일자 | 2024.06.28 09:06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Inside Out 2)>를 색채심리학으로 보면, 감정을 캐릭터로 만들어 분리함과 동시에 색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감정에 일차색과 이차색을 먼저 부여하고, 새로 추가된 감정 중에는 더 큰 역할을 하는 ‘불안’ 캐릭터만 이차색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삼차색을 부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라일리의 감정 중 가장 큰 주도권을 가진 ‘기쁨’ 캐릭터가 왜 명백한 일차색은 노랑이라기보다는 삼차색인 노랑주황으로 표현되었는지는, 심도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스틸사진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스틸사진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색체심리학에서 색의 분류

색채심리학의 시각으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기 전에, 색의 종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색은 기본색인 원색(일차색)과 일차색끼리 혼합하여 만든 이차색, 그리고 일차색과 이차색을 혼합하여 만든 삼차색이 있다.

원색의 경우에도 색의 3원색과 빛의 3원색으로, 색과 빛에 따라 다르다. 색의 3원색은 색을 구현하는 매체에 따라 다시 또 두 종류로 나뉜다. 물감, 안료의 경우 색의 3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이고, 인쇄, 컬러 프린트인 경우 마젠타, 노랑, 시안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반면에, 빛의 3원색은 빨강, 녹색, 파랑이다. 사람의 광수용체 세포 특성 때문인데, 사람이 빛을 볼 때 빨강, 녹색, 파랑의 광수용기(photoreceptor)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눈과 같이 빛을 감지하는 기관은 빛을 흡수하는 색소분자(시각색소)를 포함한 광수용기를 가진다.

◇ ‘슬픔’과 ‘버럭’을 표현한 일차색 파랑과 빨강

지금 <인사이드 아웃 2>를 색체심리학의 시각에서 살펴볼 때 일차색은, 물감, 안료를 사용할 때 색의 3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을 기준으로 한다. ‘슬픔(SADNESS)’ 캐릭터는 일차색인 파랑이고, ‘버럭(ANGER)’ 캐릭터 또한 일차색인 빨강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파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25.8%)이 좋아하는 색이다.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파랑의 차가운 효과는 근원적 외로움이나 우울을 보여줄 수 있다. ‘슬픔’ 캐릭터는 외로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침착해지거나 심지어 소심해짐을 예상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파랑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물과 공기는 실제로 파란색이 아니지만 파랑으로 느껴진다. 유리병에 든 물은 아무 색이 없지만 깊은 바다는 파랗게 보이고,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를 찍으면 푸른 지구, 파란 행성이 펼쳐진다. 이런 파랑의 청량함과 희망, 기대의 이미지는 ‘슬픔’ 캐릭터가 다른 감정과 조화롭게 협력했을 때의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빨강은 색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색깔이다. 눈에 쉽게 띄는 색으로 너무 현란한 느낌 때문에, 가장 거슬리는 색으로 느낄 수도 있다. 빨강은 피와 생명을 상징하고, 열정과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증오와 분노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버럭’ 캐릭터에 딱 맞는 전형적인 색이 빨강인 것이다.

◇ ‘소심’과 ‘까칠’을 표현한 이차색 보라와 초록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기존 감정인 ‘소심(FEAR)’은 보라, ‘까칠(DISGUST)’은 녹색으로, 모두 이차색이다. 보라는 일차색인 빨강과 파랑으로 만들어진 이차색이며, 녹색은 일차색인 노랑과 파랑으로 만들어진 색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보라는 자연에서 가장 드물게 발견되는 색으로, 인위적으로 합성된 첫 번째 색이다. 빨강과 파랑의 혼합이라는 의미에서 커다란 대립의 통합을 의미하고, 감각과 정신, 감정과 이성, 사람과 체념을 서로 연결하는 색이다. 비현실적인 자극의 의식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심리적 마법의 색임과 동시에 상상력과 동경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소심’ 캐릭터를 보라색으로 선택한 것은, 어쩌면 ‘소심’에게 판타지를 부여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단순히 위축되고 소심한 것이 아니라, 소심할 만한 내면의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마법사의 옷 색깔인 보라를 선택해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녹색은 자연과 생명, 희망의 색이다. 이차색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일차색이다. 빛의 3원색의 측면에서 봤을 때 녹색이 일차색인 것과도 연관이 있다. 상징학에서 녹색은 가장 중립적인 색으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제작진이 ‘까칠’ 캐릭터에게 녹색을 부여한 것 또한, ‘소심’ 캐릭터에게 보라를 부여한 것처럼 긍정적인 의지일 수 있다. ‘까칠’ 캐릭터가 중립을 지키기 위해 까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다보니 까칠하게 되었다는 것을 녹색의 이미지를 차용해 순화하고 승화한 것일 수도 있다.

◇ 가장 주인공인 ‘기쁨’은 왜 일차색인 노랑보다는 삼차색인 노랑주황에 가까울까?

라일리의 내면 감정 중 스토리전개 상 가장 중요한 건 ‘기쁨(JOY)’ 캐릭터일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기쁨’을 원색인 노랑이라기보다는, 일차색 노랑과 이차색 주황이 혼합되어 만든 색인 노랑주황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왜 원색의 강렬하고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다소 복잡한 이미지를 선택한 것일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노랑은 밝고 따뜻하고 눈부신 색깔이다. 황금을 연상하게 만드는 빛나는 노랑은 긍정적 표현을 나타낸다. 하지만 시고, 깨지고, 변하고, 독이 있는 등 부정적 표현과도 연결되는 색이 노랑이다, 노랑에는 양가감정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기쁨’ 캐릭터는 노랑과 주황 사이에 있는 노랑주황이다. ‘기쁨’ 캐릭터를 명확한 일차색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은, 기쁨이라는 감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고 다른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라일라 내부의 감정에 대한 주도권을 두고 ‘기쁨’ 캐릭터는 ‘불안’ 캐릭터와 대립한다. 서로 멀리 떨어진 색이 아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노랑주황과 주황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까이 있는 감정끼리 서로 대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게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로 추가된 이차색과 삼차색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새로 추가된 감정 중 ‘불안(ANXIETY)’ 캐릭터만 이차색인 주황이고, 다른 감정의 색은 삼차색이다. 그만큼 ‘불안’ 캐릭터는 기존 감정만큼이나 중요하고 원초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상징하는데, 스토리텔링과도 맞닿아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황은 즐거움과 사교의 색, 튀는 색이자, 위험을 알려주는 색이기도 하다. 먹을 것에 많이 들어간 색으로 맛있는 색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즐겁고 이국적인 색이지만, 주황이 연상되는 개념도 소수에 불과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은 색이기도 하다.

‘불안’ 캐릭터는 <인사이드 아웃 2>를 가장 질주하게 만든다. 위험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기에, 다른 감정들과 계속 충돌한다. ‘불안’ 캐릭터는 주황의 이미지 중 한 단면을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당황(EMBARRASSMENT)’ 캐릭터는 분홍색이다. 분홍은 빨강을 기초로 하여 엷고 부드러운 적색 계열을 표현하는 색채명이다. 분홍은 부드럽고 약하지만 예민한 색으로, 달콤함과 사탕의 색이기도 하고, 열광과 기적의 색이기도 하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당황’ 캐릭터는 큰 몸을 가졌지만 예민하고 섬세하다. 소심해보일 때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기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분홍이 가진 이미지가 큰 외모의 ‘당황’ 캐릭터에 적절하게 녹아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부럽(ENVY)’ 캐릭터는 청록이다. 일차색인 파랑과 이차색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일차색인 녹색이 만나 만든 삼차색이다. 하늘을 닮아 신성한 색인 파랑과 지상의 색이자 자연의 색인 녹색이 만나, 하늘과 땅의 결합을 만든 색이 청록이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스토리텔링의 전개를 보면, ‘부럽’ 캐릭터는 하늘과 땅이 만나 힘을 발휘하기보다는, 그 하늘과 땅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후편이 계속 제작된다면, 청록의 더욱 긍정적인 면이 ‘부럽’ 캐릭터의 변신을 통해 표출될지도 모른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캐릭터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따분(ENNUI)’ 캐릭터는 남보라이다. 일차색인 파랑과 이차색인 보라가 혼합돼 만든 색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따분’ 캐릭터는 보라인 ‘소심’ 캐릭터와 비슷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두 캐릭터가 하는 행동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성향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색감의 영향으로 느껴진다. 제작진은 소심한 감정과 따분한 감정을 비슷한 부류 혹은 인접한 부류의 감정으로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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