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발행일자 | 2024.07.09 00:00
[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비가 많이 와서 어떻게 하죠? 재밌게 시승하시라고 중미산 코스로 잡았는데요.”

신형 미니 쿠퍼 3도어 시승회가 열린 2일 아침, 미니 홍보 담당자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한다. 그래도 내심 기대됐다. 본래 속속들이 달라진 신차를 느끼기엔 악천후가 더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미니는 1959년 태어났고, BMW 그룹이 상표권을 사들인 이후 2000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부활했다. 이때부터 오리지널 미니는 'Mini'로, BMW 산하에서 개발된 미니는 'MINI'로 표기하기 시작한다. 한국 시장에 등장한 건 2005년. 이 작은 차를 누가 사겠나 싶었는데, 그해에 761대나 팔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어딜 가나 '튀는' 디자인에 반해서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차를 구매했다.

오리지널 미니(가장 왼쪽)부터 전 세대 미니가 전시돼 있다
<오리지널 미니(가장 왼쪽)부터 전 세대 미니가 전시돼 있다>

BMW 산하에서 4세대로 진화한 신형 미니는 작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쇼 전날 만났다. 행사장에 오리지널 미니부터 1, 2, 3세대 모델이 나란히 전시된 모습에서 미니가 쌓아온 헤리티지가 느껴진다.

미니는 2000년에 부활할 때부터 오리지널 미니보다 훨씬 커졌고,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면서 더욱 크기를 키웠다. 게다가 컨트리맨, 클럽맨, 로드스터, 컨버터블 등 다양한 파생 차종이 만들어지면서 초창기의 작고 아담한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졌다. 이러한 미니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차체가 커지는 건 거의 모든 차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뉴 미니 패밀리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 '카리스마 있는 간결함(Charismatic Simplicity)'을 미니가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사용자경험과 브랜드의 책임 의식에 반영해 새 시대에 걸맞게 발전시켰다. '미니'하면 떠오르는 짧은 오버행, 짧은 보닛, 긴 휠베이스, 커다란 휠은 그대로 유지됐다. 미니 디자인 총괄 올리버 하일머는 “그릴 크기 대비 헤드라이트 크기와 보닛 길이 등의 비율을 오리지널 미니와 가장 비슷하도록 디자인했다”라고 강조한다.

[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최근 시승한 신형 미니 쿠퍼 S 3도어 페이버드의 크기는 길이 3875㎜, 너비 1745㎜, 높이 1450㎜, 휠베이스 2495㎜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는 3세대와 동일하다. 1~2세대 모델의 휠베이스 2466㎜를 3세대에서 늘렸던 미니 쿠퍼는 4세대에서 크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꾸 크기가 늘어난다는 비난을 수용한 것이다.

높이는 35㎜ 높아졌다. 차체 높이를 키운 건 전기차인 미니 일렉트릭과 동시에 개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꺼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깔리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내연기관 차체를 설계했다는 의미다. 이는 BMW 신형 5시리즈 내연기관 모델과 i5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신형 미니의 극적인 변화는 내·외관에서 이뤄진 디지털화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취향에 맞게 패턴을 바꿀 수 있어 미니 오너의 취향에 딱 맞는다. 앞 주간주행등은 '클래식' 모드에서 동그란 링 모양으로 점등되고, '페이버드' 모드에서는 여기에 가로로 된 두 줄이 추가된다. 'JCW' 모드는 가로형 두 줄만 점등돼 차별화했다. 테일램프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형상을 바탕으로 세 가지 모드로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삼각형 모양의 테일램프를 단 뒷모습이 아직 낯설다. 부분 변경 때는 이 부분이 좀 더 멋지게 변신하길 기대한다.

[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대시보드에 커다랗게 자리한 9.4인치 OLED 원형 디스플레이도 압권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해 만든 이 독특한 계기반은 오리지널 미니의 헤리티지를 살렸을 뿐 아니라, 모드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디스플레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형 미니는 단순한 주행모드 대신 '익스피리언스 모드'를 장착했다. 기본적인 '코어' 모드부터 스포티한 '고 카트', 경제적인 '그린', 음악 재생으로 바로 진입하는 '비비드', 클래식한 느낌의 '타임리스', 개인화할 수 있는 '퍼스널' 그리고 '밸런스'까지 총 일곱 가지 모드가 마련된다. 퍼스널 모드는 원하는 사진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릴 수 있어 자신만의 차로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각 모드에 따라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같이 변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서 스티어링 휠 앞에 있던 계기반을 없앤 모양이다.

시승차는 미니 쿠퍼 S다.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스텝트로닉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를 낸다. 구형의 192마력, 28.6㎏·m보다 성능이 향상됐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6초 만에 가속하며 최고시속은 242㎞다.

[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3세대 미니는 센터페시아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서 시동을 걸었는데, 신형은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건다. 자동차 키를 꽂아서 돌리던 오리지널 미니를 오마주한 방식이다. 기어 레버는 사라졌고, 시동 스위치 왼쪽에 달린 작은 레버를 올리고 내려서 드라이브, 중립, 후진을 선택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방식. 비가 내리는 악조건에서 미니 쿠퍼 S의 끈적한 핸들링은 오히려 더 돋보인다. 공차중량이 1355㎏에 불과해 직진 가속성능이 뛰어나고, 특유의 고 카트 필링으로 시승코스인 중미산 일대를 휘젓고 다닌다. 그러면서도 앞선 세대의 미니보다 노면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승차감이 안락하다.

1세대 미니 쿠퍼는 진짜로 카트를 타는 듯 노면의 요철을 그대로 느끼게 해줬다면, 4세대 모델은 자잘한 충격을 적당히 잘 흡수한다. 다만 시프트 패들이 없다 보니 '손맛'이 없고 심심하다. 미니 홍보 담당자는 “JCW 모델에만 시프트 패들이 장착된다”라고 귀띔한다.

[시승기] '미니(MINI) 쿠퍼' 타고 튀어!

시승차에 장착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에보3이고, 사이즈는 215 40 R18이다. 시승해보면 타이어의 단면 폭과 편평률을 아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인치업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 차의 인증 연비는 도심 11.3㎞/ℓ, 고속도로 15.1㎞/ℓ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테스트해본 이번 시승에서도 대략 11~15㎞/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지속한다면 더욱 좋은 연비가 기대된다.

미니는 2030년대 초반부터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번 신형 미니 쿠퍼는 해외에서 전기차가 먼저 공개되고 그다음에 내연기관 모델이 선보였다. 따라서 이 차는 우리가 만나게 될 마지막 내연기관 미니 쿠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는 신형 미니 일렉트릭이 한국에 상륙한다. 아직 전기차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그렇다면 박력 넘치는 가솔린 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 S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통통 튀는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은 당신을 친구들 사이에서 멋지게 '튀는' 인물로 만들 것이다. 이 정도 성능이 필요치 않다면 3기통 1.5ℓ 가솔린 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 C를 기다려보길.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요뉴스

RPM9 RANKING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