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가 KG 모빌리티로 새롭게 출발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당시 이 회사는 큰 면적의 부스를 마련하고 새로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2023년 1분기에는 영업익 94억원을 기록하며 2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런데 최근 행보는 조금 우려스럽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7%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는데, 특히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25.7%나 감소한 4만7064대에 그쳤다. 그러자 KG 모빌리티는 연초부터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월에도 내수 2676대, 수출 5780대를 포함해 총 8456대를 기록하며 내수 부진·수출 증대 흐름이 계속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KG 모빌리티는 지난 2월 25일에 '곽재선 회장, KGM 판로 확장 통했다…KG 그룹 가족사 편입 후 2년 연속 흑자 달성'이라는 자료를 뿌렸다. 내수 판매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인데도 “고객 만족과 소통에 대해 강조하며 몸소 실천을 아끼지 않는 곽재선 회장의 리더십이 연간 최대 수출 실적이라는 성과로 증명됐다”라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는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23.4% 늘어난 13만5000대로 설정하고 네 자리 이상의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수출은 2024년 대비 46.7% 증가한 9만 대 이상에, 수출 비중을 2024년 57%에서 2025년 68%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곽재선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수출 비중 확대와 흑자 기조 지속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수 판매는 계속 감소하는데 수출 비중을 늘린다면 내수 판매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KG 모빌리티는 2024년 7월에 액티언을 내놓으면서 사전 예약 첫날에 1만6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액티언은 2024년 판매량을 다 합쳐도 5027대에 그쳤다. 이는 대리점을 통합 사전 예약 외에 네이버로 진행된 사전 예약에 '허수'가 상당히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미디어 시승회 이후 일부 부정적인 기사 때문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기에 지난 19일 내놓은 '무쏘 EV 누적 계약이 2주 만에 3200대를 넘어섰다'는 보도자료 역시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 게다가 앞서 지적한 대로 곽재선 회장이 수출 비중 확대와 수출 시장 개척에 주로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내수 누적 계약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KG 모빌리티는 2023년과 달리 올해는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하지 않는다. “신차 이슈가 없다”라는 게 불참 이유다. 그러나 KG 모빌리티는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최근 내놨으며, 무쏘 EV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결국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 시장에만 주력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완성차업체는 대부분 자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 확대를 꾀한다.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등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이 전부 이런 식이다. 그런데 KG 모빌리티는 좀 다른 것 같다.
자국 시장에서 외면받은 업체는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한때 쟁쟁한 경쟁력을 갖췄던 영국과 이탈리아 완성차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힘을 잃어간 게 대표적 사례다.
KG 모빌리티는 내수 판매 확대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쌍용자동차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는 서비스 네트워크도 더욱 빠르게 확장해야 하고, 브랜드 홍보 효과가 높은 서울모빌리티쇼에도 다시 참가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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