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원조 '무쏘'의 신화를 이어갈 기대작, KGM 무쏘 EV

발행일자 | 2025.04.14 07:26
[시승기] 원조 '무쏘'의 신화를 이어갈 기대작, KGM 무쏘 EV

2002년 등장한 무쏘 스포츠는 국내에서 콘 반향을 일으켰다. 일반인도 연간 2만8500원의 화물차 세금을 내고 SUV에 가까운 차를 소유할 수 있어서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금을 편법으로 줄이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적재함 크기가 최소 2㎡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최근 KG 모빌리티가 선보인 무쏘 EV는 무쏘 스포츠-액티언 스포츠-코란도 스포츠-렉스턴 스포츠로 이어지는 픽업트럭 계보를 잇는 신작(新作)이다. 앞선 모델과 달리 순수 전기차로 선보인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차체 앞모습과 대시보드는 토레스 EVX와 거의 같다. 가장 큰 차이는 뒷좌석에 있다. 시트 상단이 고정된 상태에서 시트 아래쪽 레버를 당기면 쿠션이 앞으로 당겨지고 시트 각도가 조절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뒷좌석 승객이 자신에게 더욱 편안한 등받이 각도를 설정하는 게 가능하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각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사실 이러한 방식은 무쏘 스포츠가 나왔던 23년 전에도 기자가 제안했던 방식이다. KTX 좌석에서 보고 힌트를 얻어 제안했는데, 이제야 상품화되었다. 공교롭게도 기아 타스만도 이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무쏘 EV가 더 큰 각도(32°)로 조절된다.

픽업에서 중요한 적재용량은 500㎏이다. 무쏘 스포츠(구 렉스턴 스포츠)가 400㎏, 무쏘 칸이 700㎏인 데 비해 중간 정도의 용량이다. 무쏘 EV의 적재함 바닥면적은 무쏘 스포츠와 동일하지만, 적재함 전체 볼륨은 907ℓ로 무쏘 스포츠의 1011ℓ보다 작다. 이는 적재함 높이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상적으로 쓰기에 무쏘 EV의 적재함도 전혀 좁아 보이지 않는다.

구동 방식은 2WD와 4WD, 두 종류다. 먼저 선보이는 모델은 앞바퀴굴림 2WD인데,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7㎏·m다. 무쏘 EV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기아 EV3, 현대 코나 일렉트릭이 201마력인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화물을 가득 싣고 달리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염려된다. 다만 하반기 출시 예정인 4WD는 출력이 414마력에 이르기 때문에 기대된다.

적재함
<적재함>

화물칸을 비운 채 성인 남성 두 명이 타고 달리면 무난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았던 토레스 EVX의 주행 성능 그대로다. 타이어는 245/60 R17 사이즈이고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EV 제품이다. 타이어 성능 역시 모터 성능과 마찬가지로 무난하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이 드라이빙 모드는 센터 디스플레이 화면에 숨어 있어서 찾기 힘들다. 토레스 EVX 때도 지적한 문제인데, 여전히 그대로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를 개발할 때는 모든 기능을 곧바로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명서를 읽어보거나 한참 찾아야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좋은 설계가 아니다.

이번 시승회는 KG 모빌리티 익스피리언스 센터 강남에서 진행됐다. 인근 도로에 통행량이 많아서 차를 테스트하기에 적당하지 않은데다, 2WD 방식이어서 온로드만 달리는 단순한 구성이었다. 픽업트럭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짐을 싣고 달리도록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승기] 원조 '무쏘'의 신화를 이어갈 기대작, KGM 무쏘 EV

신차가 나오면 최대한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23년 7월에 강원도 고성에서 열렸던 '렉스턴 스포츠 쿨맨' 시승회처럼 말이다. 추후에 무쏘 EV 4WD 모델이 나온다면 오프로드 코스를 포함하는 다양한 시승 코스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무난한 성능과 패키징인데, 의외로 이상한 소음이 시승 중에 계속 들려 거슬렸다. 기자가 탄 시승차에 장착된 스타일업 패키지의 롤 바에서 나는 소음으로 추정됐다. 롤 바가 소음에 취약하게 잘못 설계되었던지, 아니면 여기서 나는 소음이 실내로 너무 쉽게 들어오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따라서 롤 바 디자인을 새로 설계하고, 뒤 유리창을 이중 접합 유리로 보강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무쏘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7인치 휠 기준으로 400㎞다. 충전 시간은 200㎾ 충전기 기준으로 20%에서 80%까지 24분. 배터리는 BYD의 리튬인산철(LFP) 타입이고 셀투팩(Cell to Pack) 방식이 적용됐다. LFP 배터리는 과거에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BYD 제품은 얇은 블레이드 배터리를 촘촘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안전성과 효율을 높였다. 화재 안전성도 NCM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다. 여기에 KG 모빌리티가 국내 최장 수준인 10년 또는 100만㎞ 이내에서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승기] 원조 '무쏘'의 신화를 이어갈 기대작, KGM 무쏘 EV

레저활동을 위한 V2L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55인치 OLED TV를 7일, 전기매트를 17일, 전기 히터는 3.4일, 에어 프라이어는 약 64회 조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기능은 내연기관보다 확실하게 돋보이는 전기차만의 강점이다. 레저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강력히 소구할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무쏘 EV의 가격은 MX 4800만원, 블랙 엣지 5050만원이며, 서울시 기준으로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3962만~4212만원이다. 옵션으로는 선루프(60만원), 4WD+셀프 레벨라이저(250만원), 3D 서라운드 뷰(120만원), 천연가죽시트(60만원), 루프랙(20만원)이 마련된다.

전기차치고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내연기관을 쓰는 무쏘 스포츠보다는 비싸므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무쏘 스포츠의 가격은 2952만~3479만원이고, 풀 옵션 가격은 4592만원이다. 무쏘 EV는 아직 2WD만 나오므로 완전히 같은 사양은 아니다. 그래도 두 모델의 가격이 약 1000만원 차이여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이들은 선택의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무쏘 EV는 과거 쌍용자동차를 일으켜 세웠던 '무쏘'의 이름을 이어받은 의미 있는 차다. 앞으로 고출력의 4WD까지 나온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선택의 즐거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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