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아소산 드라이빙부터 뱃부 온천까지...
일본 규슈에는 지금도 유황 냄새를 풍기며 활동중인 세계적인 활화산, `아소산(阿蘇山)`이 있다. 아소산은 산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다수의 분화구와 화산 분지인 칼데라, 그 주위의 산들까지도 포함한 `지역`을 일컫는 명칭이다.
아소산에는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나까다케 화구를 비롯하여 타카다케, 에보시다케, 네코다케와 키시마다케 등 5개의 분화구가 있다. 특히 나까다케 화구는 정상에 올라가 활동중인 분화구를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활화산이다. 이 5개의 분화구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어 `아소 내륜`이라 불린다. 그리고 이 내륜과 주변의 낮은 분지를 다시 원형으로 크게 둘러싼 외륜산까지가 아소산인 셈이다.
아소산 외륜산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산악 도로들은 일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각각의 코스에는 특징에 따라 애칭이 있을 정도다.
구마모토에서 아소산 지역으로 들어서는 45번 국도는 하늘과 맞닿아 넓게 펼쳐진 아소산을 볼 수 있어 ‘스카이라인’이라 불리며, 끝자락에는 푸른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말을 볼 수 있는 ‘밀크로드’가 이어진다. 그리고 스카이라인에서 뻗어 나온 339번 국도에 바로 ‘라퓨타의 길(ラピュタの道)’이 있다.
‘라퓨타의 길’이라는 이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유래됐다.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듯한 구불구불한 길이 마치 영화 속 천공의 성에 이르는 길과 비슷한 모양새라 붙여진 이름이다.
근래 지어진 국도가 아니라 오래 전 나무를 나르는 임도(林道)로 쓰였던 길이다. 매우 좁고 길이를 단축하기 위해 만든 급격한 헤어핀 코스로 구성돼 있다. 또 주행 중 반대 차선의 대항차를 만나면 피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곳이 많아서 드라이버들보다는 바이크 라이더들에게 더 사랑 받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라퓨타의 길은 주행보다 멈춰서 주위를 둘러볼 때 더욱 매력적이다. 저 멀리 구름 너머 연기를 내뿜고 있는 아소산과 발 아래로 펼쳐진 아기자기한 마을들, 주변을 감싼 갈대와 푸른 수풀들이 마치 애니메이션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 자유로이 여정을 짜고 마음대로 멈춰 설 수 있는 자동차 여행이 아니라면 쉽사리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라퓨타의 길’은 아소시에서 출발한다면 212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149번 도로로 진입하면 찾아갈 수 있다. (맵코드 : 250 750 186) 구마모토에서 출발한다면 스카이라인을 따라 달리다 339번 도로를 타고 아소시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하다.
또 다른 드라이브 코스는 ‘야마나미 하이웨이’. 구마모토를 출발해 아소을 거쳐 벳부에 이르는 11번 현도를 ‘규슈횡단도로’라 하는데 이 중 아소에서 쿠로카와, 유후인을 지나는 벳부까지의 구간을 ‘야마나미 하이웨이’라 한다. 풍경이 아름다운 코스로 유명하지만 특히 가을에는 환상적인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일본의 고속도로는 통행방향이 달라 분기와 합류가 좌측에 있을 뿐 기본적인 주행 요령은 똑같다. 고속도로나 국도변에 자리 잡은 휴게소인 미치노에끼((道の駅)는 개성이 뚜렷하다. 우연히 들른 휴게소에서 만나는 지역 특산물과 한정 상품들은 렌터카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일본 고속도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차선이 추월 차선이다. 일본 운전자들은 추월 차선을 그야말로 추월에만 사용한다. 때문에 이곳에서 같은 속도로 계속 달릴 경우엔 2,3차선을 이용하는 게 좋다. (당연히, 제한속도보다 빨리 달리더라도...) 그리고 고속도로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ETC카드를 신청해 사용하면 편리하다.
야마나미 하이웨이 끝에 위치한 벳부시는 온통 온천 증기로 뒤덮여 있는, 일본 최대의 온천 휴양 도시다. 유명한 지옥온천 순례와 느긋한 온천욕을 원한다면 온천 단지의 료칸에 투숙하면 여러모로 좋다. 아소, 미야자키 등지로 이동하는 중간 기착지로 들렀다면 교통의 중심지이자 벳부 온천이 있는 벳부역 근처의 호텔 숙박을 추천한다.
벳부에 들렀다면 3대 명물인 세키사바(고등어)와 세키아지(전갱이), 그리고 토종닭 튀김 ‘토리텐’을 맛보도록 하자. 벳부역 동쪽 출구 앞쪽에는 이 세가지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식당 ‘미야카시야(まやかしや)’가 있다. 주인인 키타가와 부부는 간판에 식당 이름보다 ‘토리텐’을 더 크게 써놓을 정도로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토리텐 정식이 800엔, 싱싱한 세키사바 사시미와 세키아지 사시미가 각각 1,000엔. 동네 사랑방을 겸하고 있어 23시까지 영업한다는 것도 장점. 멋진 풍경 속에서 드라이빙을 즐기고, 온천욕 후에 즐기는 맛있는 먹거리까지...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다.
규슈(일본)=윤형철 RPM9 객원기자 jack_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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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협조: 일본관광청, 일본관광청 캠페인 사이트(www.jrou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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