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발행일자 | 2025.05.20 17:04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지난 2022년, 포르쉐 AG 이사회 회장 올리버 블루메는 “2025년까지 판매 모델의 50%를 전동화하고, 2030년이면 순수 전기 구동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포르쉐의 중형 SUV 마칸은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으로 거듭났다. 스포츠카 '타이칸'에 이어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두 번째 순수 전기차다. 국내에는 지난 2024년 6월에 처음 공개됐다. 마칸은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라는 뜻이다.


먼저 차체 크기를 보면, 길이는 4784㎜(구형 대비 +58㎜), 너비는 1938㎜(+15㎜), 높이는 1623㎜(-1㎜), 휠베이스는 2893㎜(+86㎜)다. 구형보다 높이만 살짝 줄었고 전체적으로 크기가 커졌다.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와 비교하면, 길이는 마칸이 86㎜ 짧고, 너비는 마칸이 18㎜ 넓고, 높이는 62㎜ 낮다. BMW iX3와 비교하면 길이는 마칸이 49㎜ 길고, 너비는 마칸이 48㎜ 넓고, 높이는 마칸이 47㎜ 낮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과 비교할 땐 마칸이 69㎜ 길고, 28㎜ 넓고, 7㎜ 낮다. 전반적으로 볼 때 경쟁차들보다 마칸이 더 넓고 낮아서 스포티한 비율을 보여준다.

전동화 플랫폼 적용은 차체 높이뿐 아니라 시트 포지션도 낮췄다. 운전석과 동승석을 최대 28㎜ 낮췄고, 2열 시트 포지션도 최대 15㎜ 낮아졌다. 또한 트렁크 용량은 476ℓ에서 540ℓ로 넓어졌다. 2열 시트까지 접으면 최대 1348ℓ로 넓어진다. 여기에 84ℓ의 프렁크도 갖췄다.

대시보드는 커브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와 10.9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 동승석 디스플레이 등 세 개의 디스플레이로 꾸몄다. 동승자는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정보를 보거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칸 일렉트릭뿐 아니라 다른 차에도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굳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 신형에는 증강현실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는데, 이는 320만원짜리 옵션이다.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국내 시판 모델은 마칸, 마칸 S, 마칸 4S, 마칸 터보 등 네 종류다. 차체 크기와 배터리 용량(100㎾)은 모두 동일하고, 모터 최고출력과 최고속도, 일부 편의장비에서 차이가 난다.

마칸 일렉트릭은 지난해 포르쉐 월드로드쇼에서 처음 타봤다. 2019년 포르쉐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을 타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터라 마칸 일렉트릭에 거는 기대 또한 남달랐다.

그러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달린 첫인상은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전기차 특유의 무거운 배터리가 고저 차이가 심한 스피드웨이를 제대로 달리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것. 특히 코너링 때 무거운 차체를 마음대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에 차례로 타본 911이나 718에 더 눈길이 갔다.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시간이 흘러, 올해 3월 서울에서 강원도 양양을 오가는 공도 시승에서는 느낌이 확 달랐다. 이 행사에 등장한 모델은 마칸 4, 마칸 4S, 마칸 터보 등 세 가지다.

각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최고출력과 전비, 주행 가능거리, 제로백(0→100㎞/h) 등이다. 마칸 4는 최고출력 387마력에 제로백은 5.2초다. 내연기관을 얹었던 구형 마칸 S가 340마력에 5.4초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출력에 비해 제로백 상승효과가 낮은 편이다. 특히 신형 마칸 4의 최대토크(66.3㎏·m)가 구형 마칸 S(46.9㎏·m)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에 비하면 의외다.

그러나 차의 성능을 제로백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법. 마칸 일렉트릭은 스피드웨이에서 힘겨운 달리기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일반도로에서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마칸 4S로 갈아타면 출력 상승이 확 느껴진다. 최고출력은 448마력, 최대토크는 83.6㎏·m에 이르고, 제로백은 4.1초로 줄어든다. 출력은 대폭 상승했지만, 주행거리는 마칸 4(454㎞)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450㎞를 기록한다. 뒤쪽에 자리한 전기모터는 앞뒤 48 대 52의 무게 배분을 보여주며, 여기에 최대 5°에 이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민첩한 핸들링을 돕는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이고, 마칸 일렉트릭 전용의 2밸브 댐퍼를 적용했다. 일반 모델에는 옵션으로, 터보 모델에는 기본인 에어 서스펜션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 올라간다. 이론적으로 3밸브 댐퍼보다 못할 것 같지만, 승차감과 주행성능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이뤄냈다.

마칸 최강의 모델인 마칸 터보는 584마력에 115.2㎏·m를 낸다. 1세대 마칸 터보가 400마력, 56.1㎏·m를 냈던 것에 비해 엄청난 파워 상승이다. 특히 제로백이 4.8초에서 3.3초로 당겨진 것도 인상적이다. 성능이 좋아진 대신 주행거리는 429㎞로 줄어들었다.

[시승기] 순수 전기차로 거듭난 '포르쉐 마칸'

타이칸이 데뷔 초기 1회 충전 주행거리로 실망을 준 것과 달리 마칸 일렉트릭은 전반적으로 주행거리가 나쁘지 않다. 이는 최대 240㎾의 회생제동 능력과 코스팅 기능 덕분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드라이브 유닛이 완전히 꺼지고 최대한 멀리 주행한다.

마칸에서 주목할 건 아우디, 포르쉐가 공동으로 개발한 므리미엄 전기차 플랫폼(PPE)을 적용했다는 점.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해 DC 급속 최대출력 270㎾로 충전이 가능하다. 이 출력으로 충전하면 10%에서 80%까지 21분 만에 충전된다. 400V로는 최대 135㎾의 충전출력을 지원한다.

리막이 최초로 개발한 800V 시스템을 사용한 브랜드는 포르쉐와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데, 현대차그룹의 E-GMP는 350㎾ 충전출력까지 지원한다. 최근에는 중국 BYD가 메가 충전(1000㎾) 기술을 발표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포르쉐도 현재의 출력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기본 가격은 마칸이 9910만원, 마칸 4 1억590만원, 마칸 4S 1억1440만원, 마칸 터보는 1억3850만원이고, 옵션 선택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1세대 마칸이 7560만원부터 시작한 것에 비하면 2350만원이나 올랐다.

마칸 터보에 레전드 컬러, 22인치 휠, 확장 가죽 패키지, 앞좌석 마사지/통풍 시트, 블랙 알루미늄, 가죽 인테리어 패키지, 서라운드 뷰/액티브 파킹 서포트, 전동식 선 블라인드, 뒷좌석 사이드 윈도, 동승석 디스플레이, 부메스터 사운드를 고르면 1억6590만원이 된다. 선택사양 가격만 2740만원이다.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가격은 더 많이 오른다.

마칸의 올해 1~4월 판매 실적은 마칸이 13대, 마칸 4 136대, 마칸 4S 81대, 마칸 터보 49대다. 개인적으로는 가격 대비 성능에서 마칸 4S를 가장 추천한다.

시승을 마칠 무렵, 포르쉐 매니저에게 ”마칸 내연기관이 사라진 걸 아쉬워하는 이도 많겠다“라고 헸더니 그는 ”그걸 알고 구형 마칸 마지막 모델을 주문한 고객도 꽤 많았다“라고 대답한다.

포르쉐는 '전동화(Electrific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트렌드에 따라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동화에 올인한 마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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