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뉴 911 카레라 S, 날개를 달았다

발행일자 | 2008.08.27 01:09

새로운 포르쉐 911은 풀 체인지 모델이 아니지만 그 변화의 폭은 풀 체인지에 버금간다. 변화의 핵심은 직분사 시스템이 더해져서 더욱 강력한 파워를 뿜어내면서도 더 친환경적인 최신형 엔진과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인 PDK의 적용이다. 카레라 S 쿠페는 3.8리터 수평대향 직분사 엔진으로 385마력을 발휘하고 PDK와 론치 컨트롤을 함께 사용하면 0~100km/h 가속을 불과 4.3초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300km/h다. 이처럼 매력적인 911 카레라 S는 이제 윗급의 911 터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무려 두 배 가격의 페라리 F430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글, 사진 : 박기돈 ( RPM9 편집장 )

포르쉐라는 이름의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한 지 60년이 지났다.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폭스바겐 비틀을 개발했던 천재적인 엔지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아들인 페리 포르쉐가 비틀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포르쉐 스포츠카 356을 선보인 것이 60년 전이라는 말이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뿐 아니라 실제적인 포르쉐의 아버지인 페리 포르쉐도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지난 60년 동안 포르쉐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포츠카로 자리잡았다. 한 때 경영난에 허덕인 적도 있었던 포르쉐는 박스터 이후 최고의 가치를 지닌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당당하게 어려움을 극복하였고 현재는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메이커가 되었다. 경영면에서뿐 아니라 자동차 자체로도 포르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산하는 모델도 늘어나고 다양해 져서 이제는 SUV 뿐 아니라 곧 세단도 선보이게 된다.


이처럼 성공적이고 화려한 현재를 장식하고 있는 포르쉐지만, 현재의 포르쉐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역시 포르쉐의 역사다. 그리고 포르쉐의 역사 그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911이다. 지난 2004년 6세대인 997형 모델이 등장하면서 911은 그 화려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제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라 할 수 있는 신형 911을 선보였다. 하지만 모델 구분에서 페이스리프트라 할 수 있지만 변화의 폭은 풀 모델 체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만큼 신형 911은 이전 911의 신화를 이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핵심은 직분사 방식이 도입된 신형 엔진과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 PDK다. 기자는지난 봄 포르쉐의 초청으로 독일에 가서 신형 911을 이미 만나고 왔다. 포르쉐 기술 개발의 전초 기지인 바이삭 연구 센터에서 신형 엔진과 PDK에 대한 상세한 컨퍼런스를 통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모델을 직접 시승하기도 했었다. 당시까지 발표되었던 모델은 쿠페와 카브리올레 4가지 모델이었지만 그 후 4륜 구동 모델들이 추가되었고, 뒤이어 타르가 모델들까지 등장해 이제는 911 전 라인업을 새로운 진용으로 완성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시승하게 된 모델은 카레라 S 쿠페로 최신 듀얼 클러치 타입 변속기인 PDK와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패키지까지 장착된 모델이다. 외관에서는 세대를 구분할 정도의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앞 범퍼의 모양이 조금 바뀌면서 좌우 공기 흡입구와 연결된 LED 주간 주행등이 추가되었다.

리어 램프에도 LED가 적용되었으며 램프의 디자인도 아래부분을 불룩하게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4년 전 997 모델이 등장하면서 외관 디자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변화는 선호도에서 약간의 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앞 범퍼의 모습이 최초의 911을 살짝 닮게 변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승차는 사진 상으로 일반 은색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카레라 GT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GT 실버 색상을 입혔다. 조명을 받을 경우 특별한 광택이 화려하게 피어 오른다. 이 GT 실버는 카레라 GT 이후 40주년 기념 모델이라든가 박스터 스페셜 모델 등 여러 스페셜 모델들에 채택 되어져 왔으며, 일반 911에도 별도의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실내도 큰 틀에서 바뀌지는 않았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PDK를 적용할 경우 미래적인 느낌의 멋진 기어 레버가 더해질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변속 버튼이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된다. 수동 변속기를 선택할 경우에는 기존의 스티어링 휠이 그대로 적용된다.

센터 페시아에는 터치 스크린 방식의 대형 와이드 모니터가 더해지면서 보다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보스 오디오 시스템에는 최신 휴대용 디지털 오디오 기기를 연결할 수도 있다. 아이팟 모델을 직접 연결할 수 있으며, USB 메모리를 꽂아서 MP3 파일을 재생할 수도 있고 AUX를 이용해 다양한 휴대용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최고의 달리기를 제공하는 포르쉐에도 컵홀더가 갖추어 졌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포르쉐에서도 USB를 통한 MP3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에는 뒤 시트 좌우에도 스피커가 각각 추가되었다.

또 반가운 것은 911의 난폭한 거동에도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포르쉐의 시트에 냉방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이제 더운 여름 날 포르쉐와 함께 과격한 스포츠를 즐길지라도 등과 엉덩이마저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시승차에는 카레라 특유의 밝은 갈색 가죽 내장이 적용되었다. 가죽은 밝은 회색 스티치로 마감되었다. 996 시절의 갈색에 비해 더욱 화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천정에도 알칸타라가 적용되었다. 물론 이런 재질들은 모두 오너의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 변화의 핵심 중의 하나인 PDK를 잠깐 살펴보자. PDK의 원조는 80년대 포르쉐 962 그룹 C 레이싱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에 이미 혁신적인 듀얼 클러치 타입의 PDK를 실제 레이스에 적용했었지만 그 후 양산차에 적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최신 컨트롤 기술과 신소재 기술이 발달하면서 PDK는 더욱 완성도를 높여서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PDK는 자동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수동 변속기에 가깝다. 하지만 파워를 전달하는 클러치의 조작은 전자유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클러치 페달이 없다. 즉, 드라이버가 클러치를 끊었다 연결했다 하는 조작을 하지 않는다. PDK는 두 조의 클러치와 두 조의 기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클러치가 위치한 부분에는 여러 겹으로 구성된 클러치 디스크들이 자리하는데, 동심원 형태로 바깥쪽에 한 조, 그리고 안쪽에 또 한 조의 디스크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기어부는 왼쪽에 2, 4, 6단의 기어들이, 오른쪽에는 1, 3, 5, 7단과 후진 기어들이 조를 이루고 있다. 큰 동심원 형태로 되어 있는 바깥쪽의 클러치는 오른쪽 기어들과, 안쪽의 클러치는 왼쪽 기어들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PDK안에는 두 개의 독립적인 변속기가 들어있는 셈이다. PDK는 우선 출발과 함께 바깥쪽의 클러치가 기어부 우측의 1단 기어를 물고 주행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기어부 좌측에서는 2단 기어를 선택한 후 그것과 연결될 안쪽 클러치를 열고 대기하게 된다. 이 상태를 2단 예비선택(pre-selection)이라고 부른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는 1단이 연결된 바깥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2단이 선택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가 연결된다. 기존 수동 변속기처럼 기어를 바꾸기 위해 동력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는 동작이 없다. 그만큼 순식간에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쪽 클러치가 2단 기어를 물고 주행하는 동안에는 다시 기어부 우측에서는 3단 기어가 선택되고 클러치는 열린 상태로 변속을 기다리게 된다. 2단에서 3단으로 변속될 때도 마찬가지로 2단과 연결되어 있는 안쪽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3단이 선택되어 있는 바깥쪽 클러치가 연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두 개의 클러치가 다음에 연결될 기어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한 개의 클러치를 끊음과 동시에 다른 기어의 클러치를 연결시키므로 변속이 빠를 뿐 아니라 매끄러울 수 밖에 없다. 감속 시는 그 반대 과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PDK의 기어 단수가 7단으로 늘어나면서 기어비가 약간 조정되었다. 하지만 최고속도는 6단에서 나오며 7단은 정속 주행 시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팅이다. 이처럼 더욱 PDK는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기존 팁트로닉 S에 비해서 부피도 줄어들고 무게도 약 10kg 정도가 더 가벼워졌다. 새 911의 엔진은 직분사 방식의 도입과 함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뛰어난 출력 향상을 이루었다. 직분사 엔진은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후 매니폴더를 통해서 실린더 내로 혼합기를 흡입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흡입 행정 시 실린더 내로 정밀하게 계산된 양의 연료를 직접 분사 해 준다. 이렇게 하면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순간적으로 내려가면서 보다 많은 양의 공기가 유입되며, 효율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되고, 최적의 폭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고회전 영역에서는 흡입 행정 시 일차 연료 분사 후 압축 행정 시에도 한 번 더 연료를 분사해 주는 멀티 분사가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더욱 강력한 폭발력을 생성한다.

이 외에도 엔진 부속 및 주변 파트들의 통합으로 부품 수를 줄였고, 새로운 방식의 타이밍 체인을 적용했다. 또한 캠샤프트 베어링 등이 통합된 원-피스 실린더 헤드를 개발하고 엔진 블록도 새로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안정성은 높아지고, 부피도 줄어 들었으며, 무게는 기존 엔진 대비 6kg이 가벼워졌다. 실제 배기량에서 카레라의 3.6리터 엔진은 이전 엔진에 비해 18cc가 늘어났고, 3.8 리터 엔진은 24cc가 줄어들었다. 911 카레라 S의 3.8리터 엔진은 30마력이 증가한 385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420Nm/4,400rpm의 최대토크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로써 카레라 S는 자연흡기 고성능 스포츠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리터당 100마력의 출력을 달성하게 되었다. 물론 레이스카에 가까운 GT3와 GT3 RS 등이야 이미 리터당 100마력을 넘기긴 했지만 911의 베이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카레라 모델로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리터당 100마력 이상을 뿜어내는 자연 흡기 엔진으로는 355 이후의 페라리 V8 모델들과 엔초 페라리, 그리고 엔초의 엔진을 얹은 599 GTB 피오라노와 혼다의 S2000, BMW의 M3, 최근의 M5, M6 정도가 손에 꼽힌다. 엔진의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높아진 출력만큼의 성능향상이다. 30마력 정도의 출력과 토크의 향상인 만큼 실제 몸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속력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성능의 차이는 단순 가속력뿐 아니라 최고속에 도달하는 마지막 순간에서의 뒷심에서도 차이가 났다. 기존의 카레라 S로 290km/h에 이르려면 270km/h를 지나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인내를 가지고 달려야 했다면, 최고속도가 300km/h(PDK 적용 시, 수동 6단의 경우 302km/h)인 새 카레라 S는 290km/h까지도 큰 저항 없이 무난하게 돌파했다. 물론 그 상황까지를 감안해 볼 때, 최고속도를 무난히 넘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엔진의 변화에서 출력 향상 이상으로 새로운 점은 회전이 더 매끄러워졌다는 점이다. 원래 포르쉐 엔진들도 순식간에 회전이 상승하기는 하지만 초기 회전 상승을 높게 끌어 올리려면 무거운 엑셀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했는데, 새 911은 아주 쉽게 회전 상승을 이끌어 냈다. 물론 단순히 엑셀 워크 쪽의 개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포르쉐로서 이처럼 매끄럽고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 점은 재미있는 변화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에는 다소 무겁고 강하게 밟아서 움직이는 이전 포르쉐들이 더 좋게 느껴지긴 한다. 포르쉐 매니아들이라면 새 911이 BMW를 닮아간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개선인 만큼 대부분의 매니아들 조차도 금새 수긍하게 될 것이다. 엔진의 반응이 BMW를 닮았다면 음색은 고회전으로 가면서 페라리의 느낌이 감돈다. 거의 8,000rpm에 육박하는 7,600rpm까지 사용하다 보니 엔진 사운드가 더욱 섬세하고 화려해졌다. 성능이 높아지면 연비는 나빠지게 마련이지만 새 911은 높아진 성능만큼이나 연비 또한 좋아졌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이게 포르쉐 맞어? 라고 놀랄 만큼의 훌륭한 연비를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연비를 측정해 보지 못한 만큼 다음에 기회가 되면 911로 얼마나 뛰어난 연비를 얻을 수 있는지도 한 번 테스트해 볼만하겠다. 지난 번 독일에서는 도로 상황을 봐 가면서 각 단에서의 최고속도를 체크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변속은 레드 존으로 표시되어 있는 7,400rpm을 넘어 7,600rpm에서 이루어지며, 각 단에서의 최고 속도는 60, 110, 160, 210, 그리고 255km/h에 이르렀다. 이 후 6단에서 최고속도에 다다르게 되며, 7단은 연비를 위해 세팅되어 있다. 1단에서 6단까지의 기어비가 수동 6단의 그것과 조금씩 차이가 났다. 지난 번 독일에서 확인한 수동 6단의 각 단 최고속도는 계기판의 레드 존인 약 7,400rpm 정도를 기준으로 70, 120, 180, 215, 255km/h였다. 1단이 커버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으며 2단에서 100km/h를 훌쩍 넘긴다. 6단에서 100km/h 일 때의 회전수가 2,400rpm, 200km/h일 때 4,800rpm이니 계산상으로도 회전한계 부근에서 300km/h를 넘길 수 있겠다. 순차적인 시프트 업이나 다운 시프트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리고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어떤 회전수에서든지 그 매끄러움에 차이는 없다. BMW의 SMG나 페라리의 F1 변속기들이 최적의 회전수가 아니면 충격이 더 커지는 것과 완벽히 차별화된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다운 시프트다. 높은 가속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어를 내릴 경우 순식간에 회전수를 상승시키면서 매끄럽게 기어를 내려준다. 물론 회전수가 순간적으로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휑’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기자가 수동 변속기로 사용하는 더블 클러치가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텝트로닉 기능의 성능 좋은 자동 6단 변속기가 보여주는 다운 시프트도 KO패를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코너에 진입하기 전 한 템포 앞서서 기어를 내릴 필요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간단하게 패들을 당겨 주기만 하면 된다. PDK의 수동 변속 방법은 기존 포르쉐와 약간의 차이가 난다. 우선 새롭게 디자인 된 스티어링 휠의 변속 버튼은 그 모습이 기존의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팁트로닉 버튼의 위를 누르면 시프트 업, 아래를 누르면 시프트다운 이었지만 PDK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시프트 업, 그리고 스티어링 휠 뒷 면에서 버튼을 밀어서 앞쪽으로 들어 올리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좌우 변속 버튼이 동일하다. 기존 팁트로닉 S에서는 수동 모드로 옮기더라도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되다가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 됐었다. 새 911은 아예 수동 모드에서도 레드존에서 연료가 차단되도록 하였다. 패들 대신 기어 레버를 움직이며 변속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변속 시 레버의 움직임이 짧고 절도가 있어 마치 레이싱카의 시퀀셜 기어 레버를 움직이는 느낌이 살짝 든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까지 더해진 카레라 S의 PDK는 그야 말로 날아 다니는 느낌이었다. 아니 고삐 풀린 망아지나 성난 황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과격하기가 거의 911 터보 수준이었다. 아니 4륜 구동인 터보에 비해 어쩌면 더 신경질 적인지도 모르겠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와 함께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0~100km/h 가속에 다시 0.2초가 줄어든다. 배기 사운드도 더 강렬해 진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려면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버튼을 눌러 활성화 시킨 후 기어를 D에 위치시키고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 발로 엑셀 페달을 끝까지 밟아준다. 그러면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약 6,500rpm 정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때 브레이크 페달을 놓기만 하면 강력한 발사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 모드에서 아주 매끄럽게 변속되던 PDK가 스포츠 크로노, 혹은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모드에서는 변속이 아주 거칠어 진다. 변속이 이루어지는 속도는 더욱 빠르지만 변속 시 텅하는 느낌과 함께 충격이 전해진다. 결국 강력한 가속을 위해서는 약간의 변속 충격을 감안해야 하겠다. 하지만 시프트업에서의 그 충격조차도 BMW의 SMG나 페라리 F1 변속기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편이었다. 스포츠 크로노 플러스 모드에서도 기어를 내릴 때는 충격이 없다. 더욱 빠르게 기어를 내리지만 너무도 매끄럽게 변속해 준다. 스포츠 혹은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동시에 PASM이 스포츠 모드로 전환된다. 포르쉐 어뎁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의 약자인 PASM은 감쇄력을 조절해 주행 안정성에 변화를 주는 장치다. 쉽게 말해 노멀 모드에서는 승차감이 좀 더 부드럽고, 스포츠 모드가 되면 승차감이 아주 딱딱해 지면서 뛰어난 안정감을 실현해 준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차체의 롤이 거의 없어지면서 탁월한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오히려 정말 작은 요철에도 차체가 민감해져서 노면이 고르지 못할 경우 다소 허둥대기도 한다. 그런 만큼 레이스를 위한 트랙 주행이 아닌 일반적인 도로 주행에서는 PASM의 스포츠 모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을 듯하다. 노멀 모드가 충분히 안정적이면서 더욱 안락하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에서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 여전히 예리하고 정확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아주 기계적으로 앞머리가 돌아가던 것과는 달리 약간 부드럽게 따라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지난 번 독일에서의 시승 때와는 달리 이번 시승에서는 오히려 와인딩을 달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시승 내내 비가 많이 왔었기 때문이다. 직접 와인딩을 제대로 달려 보지 않아도 새 911이 와인딩에서 강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의 포르쉐가 보여주었던 달리기 성능에서 이미 믿음이라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포르쉐 911은 세계 최고의 그립력을 자랑하는 도로용 스포츠카임에 틀림없었다. 로터스의 엘리스를 굳이 도로용 스포츠카로 본다면 911을 능가하는 유일한 모델은 아마 로터스 엘리스가 될 것이지만 말이다.

새 911은 정말 강력해졌다. 성능 면에서 카레라 S로 위급 모델을 사정권 안으로 끌어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능이 높아졌다고 과격해 지기만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뛰어난 운전 실력이 없어도 높아진 성능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금까지의 911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최고의 편의성을 갖추었다. 더욱이 강력한 성능과 함께 연비 또한 좋아졌다. 편리함을 위해 선뜻 팁트로닉 S를 선택하기에는 성능 때문에 망설여지게 되던 부분 또한 PDK의 적용으로 완전히 해소되었다. 이제 새 911에 대한 불만은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야겠다. 포르쉐 911은 도대체 왜 안 날아다니는 거야? ▶ [rpm9] 포르쉐 뉴 911 카레라 S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rpm9]http://www.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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