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요법후의 솔깃한 본론, 미쓰비시 랜서

발행일자 | 2009.01.30 13:05

랜서 에볼루션의 국내출시가 불러일으킨 관심과 기대, 그리고 실망을 생각하면, 2009년을 시작하며 기다렸다는 듯 데뷔한 랜서는 약간의 한숨을 동반한 밉상이다. 하지만 랜서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역사가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랜서는 이번에야 말로 어려운 사세를 역전시키고자 하는 비장한 각오가 담뿍 담긴 상품성과 이전의 모델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개성을 겸비하고 나타났다. 합당한 장비와 개념 있는 가격을 갖추고 상륙했으니 전쟁터에 창을 빠뜨리고 나온 창기병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랜서 에볼루션과 아웃랜더, 그리고 이클립스에 이어 미쓰비시의 한국시장 공략 4번째 모델인 랜서가 상륙했다. 랜서는 그 이름처럼 랜서 에볼루션의 근간이 되는 모델이지만, 그 자체로서의 존재감은 희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차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랜서보다 랜서 에볼루션을 먼저 알았을 것이거니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랜서’는 랜서 에볼루션이었지 평범한 준중형차 랜서가 아니었다.

이전까지의 랜서는 대대손손 월드 랠리 챔피언십을 주름잡아온 랜서 에볼루션과는 생판 다른, 아니 달라 보이는 차였다. 대중적인 일반 승용차 버전이니 성능이 별볼일 없는 것은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외모까지 어찌 그리 비굴하던지. 뭉툭하던가 길쭉하던가, 크기를 속이기 위해 억지로 잡아 뺀 범퍼를 단다던가, 다른 모양의 헤드램프를 단다던가… 아무리 대중적인 모델이라 하더라도 비례까지 어색할 필요는 없을 진데… 랜서는 그런 아쉬움을 자아내는 차였다. 대시보드나 몸통부분을 보면 분명 에볼루션과 연관 관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호감과 비호감이 명확히 나뉘는걸 보면 ‘에볼루션’은 역시 그만한 변화를 거친 차에만 붙여지는 이름인가 싶기도 했다.

이전의 랜서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세대의 랜서는 정말 달라졌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이를 짚어내지 못할 정도로 에볼루션과 닮은, 탄탄한 모습으로 나온 것이다. 본래 일본 내수 전용모델로서 운전석이 오른쪽에만 있었던 랜서 에볼루션이 ‘좌핸들’ 버전을 마련해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3년의 8세대 모델(에볼루션VIII. 에볼루션 시리즈와 일반 랜서의 세대 개념은 별개이다.)이 그것으로, 미쓰비시는 이를 계기로 고성능차인 에볼루션과 대중차인 랜서의 묶음팩을 제대로 활용하기로 작정했던 모양이다.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해 그 해 봄부터 북미시장 시판에 들어간 이번 랜서는 기본 덩치를 키운 덕분에 더 이상 어색한 비례를 만들 필요가 없어 졌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제 각각이었던 미쓰비시 브랜드의 패밀리룩을 재정립하는 모델로서의 개성 넘치는 외관을 앞세웠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랜서와 랜서 에볼루션의 유사성이지만, 미쓰비시가 이 패밀리룩을 먼저 출시된 아웃랜더나 유럽용의 소형차 콜트에도 소급 적용하는 등 브랜드의 대외적인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열심인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헤드램프는 안쪽부터 깜빡이-주행등-상/하향-차폭등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상/하향등은 바이제논(HID)이고 주간에는 주행등(미등)이 상시 점등된다.

미쓰비시는 크라이슬러와 공동개발한 ‘프로젝트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이번 랜서와 아웃랜더, 그리고 미니밴인 델리카D5를 뽑아냈다.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커진 덩치로 인해 더 이상 랜서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갤랑 포티스’로 판매된다. 갤랑은 본래 랜서 윗급의 중형차에 쓰던 이름. ‘랜서 세디아’로 불리던 구형 랜서는 계속 ‘랜서’로 판매되고 있고, 이번 세대의 랜서(그러니까, 갤랑 포티스)를 바탕으로 한 10기형의 랜서 에볼루션은 이전모델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랜서 에볼루션X’로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 왠지 어렵게 살고 있는 듯한 그네들의 속사정이 흥미롭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랜서는 에볼루션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인 인상이다. 에볼루션과는 헤드램프 모양도 다르지 않고 패밀리룩인 범퍼-라디에이터 그릴 일체형의 사다리꼴도 같은 윤곽을 갖고 있다. 윗부분이 더 돌출된 앞모습은 전투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크롬 도금으로 범퍼와의 경계를 명확히 한 라디에이터 그릴만 잘 요리하면 큰 수고 없이도 에볼루션 룩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왠만한 이들은 번호판 위치나 안개등, 밑 트임이 다르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사실 에볼루션은 앞뒤 휀더나 쿼터패널, 연료주유구 뚜껑까지도 고유부품을 쓰고 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개성이 강한 만큼 호불호가 나뉘는 외관이지만 경쟁모델 대비

남성적인 매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환영 할만 하다.

예사롭지 않게 덧붙여진 에어댐과 사이드스커트, 그리고 무려 18인치나 되는 알로이휠은 분명 비범한 스포츠 세단의 감각이다. 여기에 시승차처럼 옵션인 리어 스포일러까지 달고 나면 동네 양카들이 집적거리는 것은 일상 다반사가 될지 모른다. 중앙의 미쓰비시 마크와 보조를 이룬 듯 탄탄하게 자리잡은 테일램프 형상 역시 다부지다.

소박한 우리네 관점에서, 별볼일 없는 2.0 가솔린 엔진에 18인치 휠은 분명 오버다. 에볼루션을 디튠해 240마력 정도를 내는 랠리아트 버전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는 휠 아닌가. 300마력 대의 랜서 에볼루션도 18인치 휠을 끼우는 마당에 감히 이런! 그런데 막상 실물을 보고 있노라면 덩치 큰, 키 큰 랜서에 잘 어울리는 사이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더 작은 휠이 아닌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래, 쩜육도 17인치를 끼우는 세상인데 이 정도는… 물론 타이어 사이즈는 215/45R18(던롭 SP SPORT 5000M)로, 245/40R18인 에볼루션보다는 단면폭이 훨씬 좁다.

리어 스포일러(옵션)는 야간주행시 뒤따르는 차의 전조등 불빛을 가려주는 역할도 한다.

물론 그만큼 후방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국내 사양은 서스펜션도 기본형보다 단단한 스포츠 세팅인 것으로 되어있는데, 국산차의 평균적인 그것과 비교하면 분명 단단하긴 하지만 승차감을 크게 해치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타이어에서 흡수해주지 못하는 충격을 유연하게 잘 받아주는 느낌이고, 그만큼 코너링 때도 적당한 쏠림을 허용한다. 움직임은 전형적인 앞바퀴 굴림차의 감각으로, 몰아붙이기에 따라 언더스티어 와 턱인이 나타나지만, 엔진성능에 비해 여유로운 타이어와 하체 덕분에 한계 수준이 높다.

15.2:1의 기어비와 3.2턴의 록투록을 갖고 있는 스티어링은 날카로운 반응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주행안정장치인 ASC가 깔끔하게 개입해 바로잡아주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다. 브레이크의 반응 역시 무난한 편이고 어지간해서는 피로현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5미터의 짧은 회전반경은 시내에서의 경쾌한 거동을 나타내는 일면이다.

‘진화를 못 거친’ 차이긴 해도, 300마력 대 성능을 감당하는 섀시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어딘지 듬직하게 여겨진다. 엔진룸에는 스트럿바가 설치되어 있다.

엔진은 가솔린 2.0리터 자연흡기 145마력이고 19.8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Mitsubishi Innovative Valve timing Electronic Control system’을 뜻하는 MIVEC은 한때 신비로운 남의 떡이었지만, 국산차에서도 (연속)가변밸브타이밍 기술을 쓰기 시작한지 오래된 현 시점에서는 그러한 기술우위를 논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엔진(4B11)은 크라이슬러-미쓰비시-현대자동차의 계약에 따라 기본적으로 현대차의 쎄타 엔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쏘나타에 실린 163마력의 쎄타2와는 달리 기존 쎄타 수준의 성능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쎄타2도 포르테 등 준중형급에 얹힐 때는 중형급과 약간의 격차를 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시된 수치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덧붙이자면, 경쟁모델인 혼다 시빅의 최고출력은 155마력이긴 하다.)

참고로 북미시장에서의 랜서는 2.0 외에 2.4리터 엔진(4B12. 역시 쎄타 엔진이 베이스.)을 2009년형부터 추가적용하고 있는 상태이며, 일본내수용의 갤랑 포티스에서는 앞서 언급한 랠리아트 버전 외에는 4B11로 엔진을 통일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는 폭스바겐에서 공급받은 디젤엔진을 얹기도 한다. 북미시장용 모델의 경우 같은 4B11 엔진이더라도 표준형은 152마력, 캘리포니아 배기규제에 맞춘 모델은 143마력(BHP)이며, 일본 모델은 154마력(PS)으로 표기하고 있다.

어찌됐던 실제 주행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잘나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단은 준중형급 차체에 2.0리터 엔진을 얹었으니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하는 데 있어 기본은 갖춘 셈이고, 그 외의 요소들이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수치상 부족한 몇 마력 정도는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 아쉬운 것은 밋밋하고 가느다란 엔진음과 심심한 배기음이다. 마치 어디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자세인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스포티함을 추구한 차라면 조금 더 풀어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고회전에서 푸드덕거리는 건조한 소음은 즐길 수 있는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변속기로는 자트코(Jatco)제의 6단 CVT를 적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무단변속기’인 CVT에 미리 설정된 기어비로 6단을 나눠둠으로써 위화감을 줄인 수동조작이 가능케 하고 있는데, 스티어링 컬럼에 고정된 마그네슘 변속패들이 포인트다. 왼쪽이 ‘-‘. 오른쪽이 ‘+’로 나뉘어 있고, 주행 중에 건드리면 곧장 수동모드에 진입하니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필요가 없다. 다시 자동모드로 가고 싶을 때는 오른쪽 패들을 잠시 당겨주면 끝. 구조상 조작에 대한 반응이 빠를 뿐 아니라 의외로 직결감이나 엔진브레이크도 유효해서 스포티한 느낌이 제법 쏠쏠하다. 회전수가 높은 급가속 상태에서는 시프트업 조작과 함께 차가 앞으로 좀더 튀어나가는 현상을 보일 정도. 다만 패들의 위아래 방향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돌린 상태에서는 손이 닿지 않게 되는 점이 조금 아쉽다.

수동모드에서는 회전수가 한계에 달해도 시프트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각 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를 보면 1단 80km/h, 2단 90km/h, 3단 115km/h 내외로, 한계인가 싶다가도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속도가 꾸물꾸물 올라가는 등 일반 자동변속기와는 확실히 다른 감각이다. 그만큼 각 단의 허용범위가 넓다고도 볼 수 있어서, 일반 변속기라면 묵살했을 운전자의 변속조작도 어지간해서는 잘 들어주는 편이다. (정 안되겠으면 ‘삐빅~’하는 차임을 울린다.) 물론 자동모드에서는 가속페달 전개에 따라 엔진회전수가 먼저 상승하고 이어 차량속도가 증가하는 CVT차 특유의 움직임을 보인다. 가속페달은 초기 반응이 예민하지 않아 시내주행에서의 발 놀림에 부담이 없고, 반대로 깊숙이 밟아주면 그 정도에 따라 충실히 움직여주기 때문에 굳이 수동조작 등을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없다.

자동모드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로 가속을 해보면 엔진회전수가 6,100rpm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증가해 나간다. 140까지는 가뿐하지만 160을 넘어 180km/h까지 이르는 데는 은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변속에 따른 엔진회전수의 오르내림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가속성능에 비해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을 것이다.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100km/h에서 2,000rpm, 80km/h에서 1,600rpm 정도인데, 이 상태에서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6단이라 할지라도 회전수가 좀더 높아지며, 5단, 4단으로 낮춰갈 때마다 1,000rpm씩 정확히 맞춰서 상승한다. 공인연비는 11.4km/L로, 시빅 2.0(5단 자동)의 11.5km/L, 쏘나타(4단 자동)의 11.5km/L와 비슷한 수준이고, 베타 엔진을 얹은 i30 2.0(4단 자동)의 12.4km/L보다는 떨어진다.

요즘 추세에 맞게 크고 높아진 차체는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에는 불리한 조건이고 거주성 확대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최대한 낮춰도 높이 앉아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나지막한 도어 트림의 암레스트가 이를 부추긴다. 수동으로 조절되는 시트는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나 상체 윗부분이 다소 허전하며, 요추 받침 조절기능과 헤드레스트 각도조절 기능이 없다. 열선스위치는 센터콘솔의 암레스트 아래쪽에 있어 조금은 불편한데, 저단과 고단의 조명을 색상으로 구분해 놓았다. 스위치류의 모양이나 조작감은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깔끔한데, 도어트림 등 일부 재질에 딱딱한 플라스틱 느낌이 남아있어 제대로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다. ‘XXX’패턴을 넣은 중간 장식부분(카본룩?)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데 효과적. 3연 다이얼의 공조장치 조작부는 보기와 달리 풀 오토 방식이고, 그 아래로는 좁은 수납공간과 함께 AUX 단자와 전원 소켓이 각방을 쓰고 있다. 재떨이는 캔 타입이라 이곳에 들어있지 않다.

시프트 판넬 주위를 둘러친 크롬 도금은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가죽 기어봉은 에볼루션의 부담스러운 스티칭 기어봉 보다 차라리 자연스럽다. 오디오와 크루즈컨트롤 스위치를 내장한 스티어링 휠은 막상 마주하고 보면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입체감이 덜한데, 거리조절 기능이 없어 다소 멀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계기판은 에볼루션에 비해 듬성듬성한 느낌이고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위치가 반대다. 엔진회전계를 오른쪽에 두는 것이 스포츠카들의 공식임을 생각해보면 운전석 위치와 베이스 모델의 상관관계를 따져볼 만한 부분이다. 실내 조명은 오렌지 빛인데 화장거울 조명이나 윈도우 스위치 조명을 생략하는 등 인색한 면이 엿보인다. 유리창은 운전석 것만 원터치로 업다운이 된다.

랜서의 스마트키. 시동은 버튼이 아닌 노브를 돌리는 방식으로 걸며,

도어는 손잡이를 당기면 잠김이 해제되고 고무버튼을 누르면 잠긴다.

그래도, ECM룸미러가 빠진 것 외에는 가격과 차급 대비 사양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바이 제논 헤드램프, 레인센서, 주차센서, 스마트키, 그리고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650와트, DSP, 8스피커, 서브우퍼)는 또 왠 말인가. 남들 다 다는 6개의 에어백 외에 무릎에어백까지 달았다는 사실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정도 사양이면 어지간한 단점은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다.

뒷좌석 공간도 대체로 여유가 많다. 무릎이 앞 시트에 닿지 않고 머리공간도 넉넉하다. 발을 좀더 앞으로 뻗고 싶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등받이는 폴딩이 가능한데, 접을 때 쓰는 버튼은 헤드레스트 아래쪽에 숨겨져 있다.

트렁크 덮개는 다소 생뚱 맞은 위치에 버젓이 크롬 단장을 하고 자리잡은 고무스위치를 이용해 열게 되는데, 짧고 높은 만큼 마치 제자리에서 텀블링을 하듯 열리는 감각이 이색적이다. 안쪽은 휠하우스-멀티링크 서스펜션 멤버와 서브우퍼의 공간차지로 그리 넓어 보이지 않지만 실용적으로는 크게 흠잡을 때 없다. 에볼루션처럼 배터리등을 트렁크로 옮겨놓지도 않았다. 미국기준의 용적은 기본이 12.3, 서브우퍼가 달린 상태에서는 11.8입방피트(약 334리터)로, 12입방피트인 시빅과는 별 차이가 없고,14.2입방피트인 아반떼보다는 적다. 덮개 안쪽에 닫을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없는 것은 불만이다.

양쪽 서스펜션 타워를 연결하는 뼈대가 몹시 튼실해보인다.

지난해 가을부터 랜서 에볼루션과 아웃랜더, 이클립스를 줄줄이 내놓은 미쓰비시(MMSK)는 당초 목표 치에 한참 못 미치는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한국시장 진출 첫 해를 마무리했다. 누가 봐도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짐작했듯이 그러한 가격정책이 아껴두었던 본론이 바로 여기 이 랜서다. 풍부한 사양과 뚜렷이 구분되는 개성을 갖추고도 경쟁모델보다 싼 가격표를 단 랜서는 분명 솔깃한 제안이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환율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차값을 인상했고, 덕분에 시빅과 랜서의 가격차이는 좀 더 벌어졌다. 미쓰비시의 2009년, 그 귀추가 주목된다.

▶ [rpm9] 미쓰비시 랜서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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