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델 ‘C9’(코드명)의 개발이 한창인 이탈리아의 수퍼카 메이커 파가니(Pagani Automobili S.p.A. )는 기존 모델 존다(Zonda) 시리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극한 버전, 존다 R을 공개했다.
뉘르부르크링 기록 7분 27초 82, 횡가속 1.5G의 존다F도 어떤 이들에게는 밋밋한 도로용 차로만 느껴졌던 모양이다. 페라리의 FXX에 견줄 이 차는 이미 존다를 3대나 갖고 있는 이탈리아계 미국 부호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도로 법규나 경주용 차 인증을 신경 쓰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일반 도로에 나갈 수 없고 자동차 경주에도 나갈 수 없다. 존다 R은 오직 하나, 서킷에서 혼자(혹은 둘이?) 타고 즐기기 위한 트랙데이용 차를 목표로 했다.
가격은 존다 F의 3~4배에 해당하는 146만 유로(약 27억 7천만 원, 세금별도)이며 16대만 한정 생산된다. 25대 한정판인 존다F가 순식간에 매진되었듯이 존다R도 이미 3분의 2는 주인이 나타난 상태. 지난 해 모터쇼 때 출품된 모형만보고도 주문이 줄을 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특정한 용도로 만들어진 초고가의 차를 자신의 거실에 전시하기 위해 구입한 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거실 디자인도 파가니에 맡겨 카본파이버, 티타늄, 알루미늄, 인코넬 등 존다 F와 같은 소재로 치장하게끔 했으며,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 르망이나 뉘르부르크링에서 울렸던 존다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전에 선보여진 파가니의 가정용오디오
그 외의 사람들은 서킷에서 발휘될 실질적인 성능에 비중을 둘 것이므로 파가니는 이 차의 90%를 새로 설계했다. 즉, 기존의 존다 시리즈와 공유한 부품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개발이 시작된 것은 2006년 9월부터.
에디터 / 민병권 @www.rpm9.com
차의 중심을 이루는 모노코크 섀시를 세계 최초로 카본 파이버와 티타늄의 복합 재질로 만들어 강도를 높이는 한편 무게를 줄였고 여기에 AMG에서 공급받은 6.0리터 V12엔진을 체결했다.
기존의 존다 시리즈에 쓰인 7.3리터 V12는 SL73 AMG의 것이지만 존다 R의 엔진은 CLK GTR에 쓰였던 6.9리터 V12를 개량한 것으로 무게중심을 더 낮출 수 있었다. 최고출력은 7,500rpm에서 750마력, 최대토크는 5,700rpm에서 72.4kgm에 이른다. 기계식 슬로틀 케이블 방식이라 반응이 직관적인 것도 특징이다.
6.0리터 V12엔진을 탑재했지만 몸무게가 1.070 kg에 불과해 무게당 출력이 701마력/1톤이며, 출력당 무게는 1.43 kg/hp이다. 변속기는 XTRAC의 마그네슘 케이스를 쓴 도그 링 6단 시퀀셜로, 스티어링휠의 변속패들을 지원하는 오토멕의 AMT시스템을 적용해 20ms만에 변속을 마친다.
존다R은 0-100km/h 가속에 2.7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350km/h이상이다.
보닛의 플랩과 조절식 뒷날개, 밀폐시킨 하체, 디퓨저 등 공기역학적 개선을 통해 350km/h에서는 1,500kg의 다운포스가 발생하도록 했다. 존다F와 비교했을 때 휠베이스는 47mm, 차체 길이는 394mm가 늘어났고, 트레드 역시 50mm가 넓어졌다.
(차체 길이 4,886 mm / 폭 2,014 mm / 높이 1,141 mm / 휠베이스 2,785 mm)
올린즈 쇽업소버를 이용한 서스펜션은 완전 조절식. 앞뒤 서브프레임은 크롬 몰리브덴, 서스펜션은 단조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물론 지오메트리도 새롭다. 브렘보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 앞쪽이 380x34 mm 디스크에 6피스톤, 뒤쪽이 동일 사이즈 디스크에 4피스톤 구성이며, 트랙션 컨트롤과 ABS는 12가지 설정을 가진 보쉬 모터스포츠 시스템으로 운전 중 조절이 가능하다.
후륜구동인 존다R은 앞 19, 뒤 20인치의 중앙잠금너트 방식 APP 마그네슘 단조 휠과 피렐리의 경주용 슬릭타이어 ‘P제로 존다R’을 끼운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 255/35/19, 뒤 335/30/20이며, 피트에서는 자체 내장된 리프트 시스템으로 신속한 타이어 교환이 가능하다. 고무재질 연료탱크와 4개의 연료펌프, 급속 주유시스템 또한 경주차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실내에는 필수적인 조작부만을 갖추었지만 파가니 기준에 맞춘 고급 마감을 적용했다. 디지텍의 계기를 통해 차량 각부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복잡한 텔레메트리가 가능하다. 시트는 FIA 공인을 받은 투라(Toora)의 카본 파이버 제품을 썼고 HANS 시스템과 5점식 안전벨트, 크롬 몰리브덴 롤케이지로 운전자를 보호해준다.
▶ [rpm9] 파가니 존다 R 월페이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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