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가이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 타르가 4S

발행일자 | 2009.03.13 14:39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은 911 타르가 4S와 함께라면 카브리올레에 버금가는 개방감을 누리면서도 쿠페의 쾌적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PTM이 적용된 4륜 구동계는 뛰어난 주행 안정감과 전천후 주행능력을 제공한다. 카레라 S 모델을 통해 먼저 소개된 직분사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 PDK는 297km/h까지 도달하는 고성능을 편리하고 매끄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즐길 줄 아는 로맨틱 가이인 당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릴 스포츠카가 바로 911 타르가 4S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포르쉐는 911에다 무슨 짓을 한 걸까? 911이라면 당연히 쿠페여야 한다는 필자의 오래된 고정 관념이 자꾸 허물어지고 있다. 911 카브리올레는 소프트탑을 덮었을 때 쿠페와 별 차이가 없는 뛰어난 밀폐성을 자랑했다. 파워 트레인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카브리올레도 쿠페의 성능에 간발의 차로 접근했으며, 특히 지붕을 열어 젖힌 상태에서도 시속 300km/h에 불과 몇km/h 못 미치는 고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환상에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시속 50km/h 까지는 주행 중에도 마음대로 지붕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를 멈추어야만 작동하는 하드탑 컨버터블이나 불과 20km/h만 넘어도 작동이 멈춰 버리는 다른 소프트 탑들로서는 흉내내기 힘든 매력이다. 911 타르가는 어떨까? 911 타르가는 나름 스포츠카에서의 크로스오버 혹은 세그먼트 파괴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중간 버전? 독특한 개방감을 제공하는 로맨틱 가이? 분명 911 타르가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매력이 다양한 만큼 반대로 손해 보는 부분도 뚜렷하다고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타르가 모델마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타르가란 이름은 모터 스포츠 태동기부터 오랫동안 모터스포츠의 한 핵을 이루고 있었던 이태리의 ‘타르가 플로리오’ 자동차 경주에서 따왔다. 1948년부터 스포츠카를 생산하기 시작한 포르쉐도 포르쉐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모터 스포츠에 참가했고, 그 중에서 타르가 플로리오는 한 동안 포르쉐의 주 활동무대였었다. 포르쉐는 1956년부터 911 타르가가 등장한 1967년까지 7번의 우승을 거두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모양을 하고 등장한 새로운 911에 포르쉐는 ‘타르가’란 이름을 붙였다. 처음 등장한 타르가는 지금의 타르가와는 상당히 달랐다. 흔히 T탑이라고 부르는 탈착식 하드탑을 장착한 모습에 가까웠고, 지붕뿐 아니라 뒷 유리도 함께 떼어 낼 수 있어서 오픈카에 롤바만 하나 장착한 모습이 되었다. 초창기 이 독특한 롤바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었고, 떼어 낼 수 있는 지붕과 뒷 유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었다. 넉넉한 개방감과 확실한 밀폐성, 그리고 카브리올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강성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 모델이었다. 하지만 911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매력적인 루프라인은 망가질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처럼 독특한 형태의 911 타르가는 코드명 930과 964를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만들어지다가 코드명 993모델에 와서 이름은 같지만 새로운 형태의 타르가로 진화했다. 새로운 타르가는 기존의 T탑 형식이 아니고 지붕을 완전히 유리로 덥고 그 유리 지붕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탑 형식의 모델이었다. 좌우 B필러를 지붕에서 띠처럼 연결하는 방식대신 A필러 꼭대기에서 C필러 아래까지 연결되는 아치를 레일처럼 이용해 지붕을 덮고 있는 유리를 열고 닫게 하는 구조다. 이렇게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911 타르가는 이 후 996과 997에서 역시 유사한 형식을 가진 타르가 모델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지금의 타르가는 4륜 구동 모델만 선보이고 있어 ‘911 타르가 4’와 ‘911 타르가 4S’ 두 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아마도 타르가 모델이 추구하는 방향이 순수 스포츠 지향보다는 로맨틱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보고 안정성에서 탁월한 4륜 구동 모델만 포지셔닝한 듯하다. 오늘 시승하는 차는 그 중 911 타르가 4S 다. 996과 달리 997 모델이 되면서 911 4륜 구동 모델은 차별화된 개성을 지녔다. 바로 뒤 펜더가 44mm 더 넓어 더욱 우람한 뒤 펜더에서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이다. (996까지만 하더라도 4륜 구동과는 상관없이 카레라 S 모델에서 와이드 펜더를 제공했었다.) 흔히 911을 운전할 때 사이드 미러를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엉덩이가 너무나 섹시하다고들 하는데, 997의 경우 911 터보를 포함한 4륜 구동 모델들의 넓은 엉덩이야 말로 섹시함의 백미라 할 만하다. 시승차의 주행하는 뒷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911을 뒤 따르며 바라볼 때 일반 카레라 모델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4륜 구동 모델의 특징이었던 뒤쪽 가로 가니쉬는 여전히 고수되고 있다. 당신 옆을 911이 스치고 지나갈 때 엉덩이 부분에 가로로 빨간 띠를 띠고 있거나 엉덩이가 유난히 풍만하고 섹시하다면 그 차는 4륜 구동 모델이라는 말이다.

페이스리프트된 997 버전의 타르가 4S 모델에도 역시 직분사 엔진과 PDK가 장착되었다. 이 997 모델은 이미 지난 가을 독일에서 쿠페와 카브리올레 모델을 모두 시승해 보았고, 다시 국내에서 911 카레라 S 쿠페 모델을 시승했었다. 그런 만큼 직분사 엔진이나 PDK는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번 타르가 4S에서는 포르쉐의 4륜 구동 시스템과 유리 지붕에 집중해서 살펴 볼 참이다. 그래도 아쉬우니 간단하게 파워 트레인 제원만 살펴보자. 포르쉐의 전통적인 수평 대향 6기통 엔진은 S 모델이 3.8리터의 배기량을 가지며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직분사 방식이 더해지면서 최고출력이 리터당 100마력을 살짝 넘는 385마력/6,500rpm과 최대토크 420Nm/4,400rpm을 달성했다. 새로운 직분사 엔진은 회전 한계가 7천 rpm을 넘으면서 더욱 매끄럽게 다듬어져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카레라 S에 얹힌 3.8리터 엔진과 배기량의 3.8이라는 숫자가 같지만 정확하게는 배기량이 다르다. 보어와 스트로크가 모두 다른, 다시 말해 새로 만든 엔진인 셈이다.

이미 여러 번 소개한 PDK는 변속기 안에 두 개의 수동변속기를 가진 것과 같은 구조로, 변속 때마다 번갈아 가면서 변속할 수 있어 수동 변속기의 높은 효율성과 함께 자동 변속기와 거의 같은 수준의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변속은 기어 레버를 통해서 수동처럼 조작할 수 있으며, 새롭게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의 시프트 패들을 통해서도 조작할 수 있다. 사실 필자의 경우 시프트 패들이 장착된 차량의 경우 기어 레버로 조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다. 그 만큼 시프트 패들이 편리할 뿐 아니라 고성능을 적극적으로 뽑아내는데 최적의 시스템인 셈이다. 그리고 PDK는 가속성능, 최고속도, 연비 등 모든 성능에서 수동변속기를 앞선다. 911 타르가 4S의 강력한 0~100km/h 가속 4.7초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적용되면 0.2초가 더 줄어든다. 코너에서 강력하고 빠르게, 그리고 매끄럽게 힐앤토를 구사하는 PDK는 이제 스포츠카의 변속기가 가져야 할 모든 미덕을 다 갖춘 셈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롭게 바뀐 주간 주행등과 범퍼 등의 모습은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여전히 앞모습에서 최고의 매력은 동그렇게 뜬 초롱초롱한 눈망울이다.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주행 중 진행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돌아가는 액티브 코너링 램프가 더해졌다. 얼핏 봐서도 유난히 초롱초롱하다 싶으면 액티브 코너링 램프가 장착된 것이다. 야간에 산길 같은 어두운 코너를 달릴 때면 그 고마움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실내는 타르가라고 별다를 것은 없다. 하늘을 우러러 보기 전까진…… 데시보드를 전부 가죽으로 감싼 911은 디자인적으로는 단순하고 기능적이지만 품질과 마무리에선 여느 럭셔리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번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만났던, 인테리어 거의 대부분의 면들을 전부 가죽으로 덮었던 911이 기억난다. 특별히 주문하면 인테리어 거의 대부분을 가죽으로 감쌀 수 있다. 오디오 패널도, 룸미러 뒷면도, 심지어는 버튼까지도 모두 가죽으로 덮을 수 있다.

각설하고 유리 지붕 이야기를 하자. 타르가는 앞 유리와 뒷 유리 사이의 지붕 면적 전체를 유리로 덮은 모델이다. 지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넓게 지붕을 뚫은 와이드 썬루프와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그 만큼 개방감이 더 크다. 타르가에 장착된 유리 지붕은 마그나에서 제작한 접합 유리로 뛰어난 자외선 차단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52kg에 불과하다. 햇빛이 강하면 롤스크린을 펼쳐서 자외선의 95%까지 차단할 수 있고, 햇빛을 충분히 즐길 만 하다면 스크린을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위치한 두툼한 벨트 속으로 말아 넣으면 된다.

그리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함께 즐기려고 유리 지붕을 내려 뒷 유리 안쪽에 포개면 대통령과 국방 장관이 함께 군대 사열을 해도 될 만큼 넓은 지붕이 마련된다. 롤 스크린을 열고 닫는 것은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작동되지만 유리 지붕을 여 닫을 땐 원하는 만큼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크린이 덮인 채로 유리 지붕을 내리면 뒷 유리창이 완전히 가려져 전혀 뒤를 볼 수 없게 된다. 다른 어떤 911도 갖지 못한 타르가만의 독특한 매력을 꼽으라면 뒷 유리창을 해치처럼 열수 있어, 그 동안 사람이 탈 수도 없고 짐을 넣었다 꺼냈다 하자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던, 계륵처럼 여겨지던 뒷좌석을 간편한 짐공간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 동안 필자는 타르가 모델을 그저 신기한 별종쯤으로 생각하고 911으로서의 매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 왔었다. 911의 카브리올레 모델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굳이 유리 지붕 속에 갇혀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지붕을 매끄럽게 이동시키기 위한 레일 설계 때문에 911의 트레이드 마크인 섹시한 루프 라인이 어색하게 불룩해 지는 것도 불만이었다. 거기다가 무거운 유리 지붕을 이고 있으면서 강성은 쿠페에 못 미치니, 주행 감각 또한 둔해 지게 마련이어서, 유리 지붕을 갖기 위한 기회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록 필자가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도 포르쉐 측에 내색한 적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새로운 타르가는 필자가 가졌던 불만의 거의 대부분을 해결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어색했던 루프 라인은 거의 쿠페와 같은 섹시함을 유지했고, 오히려 넓은 유리지붕과 루프 라인을 강조하는 옆면의 크롬 장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행 성능에 대한 부분도 타르가는 둔하다는 지금까지의 고정 관념을 한 방에 날려 버릴 만큼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벼워진 유리와 높아진 동력 성능, 뛰어난 차체 제어 기술과 순발력 높은 4륜 구동계 덕택으로 보인다.

997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선보인 4륜 구동 시스템은 이전까지 911 터보에만 먼저 적용되었던 PTM이 더해진 전자식이다. 포르쉐의 4륜 구동 장치에 새롭게 적용된 전자기제어 다판 클러치는 앞 뒤 구동력 배분을 상황에 따라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또한 통합 제어 장치인 PTM(Porsche Traction Management)은 자동 브레이크 디프렌셜(ABD)과 자세 제어 장치(ASR)가 통합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해 눈길이나 빗길에서의 주행 안정성과 고속 코너링의 안정성 등이 탁월하다. 코너를 달려 보면 911 타르가 4S가 주행성능에서 결코 손해보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붕을 열건 닫건 큰 차이 없이 포르쉐 911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발산한다. 코너를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나가고 다음 코너까지 빠르게 가속한다.

이렇게 911 타르가는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주행 안정성과 매력적인 유리 지붕을 모두 가졌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타르가 모델이 카브리올레를 베이스로 개발되는 만큼 필러로 강성을 보강했다고는 하나 쿠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승 중 가끔씩 뒤쪽에서 약간의 삐걱거리는 소음이 발생했던 것도 강성과 관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브리올레를 수용하기로 마음 먹었던 필자로서 카브리올레 보다 높은 강성을 가진 타르가를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 약간의 삐걱거림은 조금의 손질을 통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소음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유리 지붕의 매력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비 오는 날 타르가를 타고 달려보라. 유리 지붕으로 빗방울을 맞으며 비 내리는 멋진 강변이나 해변 풍경을 감상해 보라. 눈 내리는 날 유리 지붕 위로 소복이 쌓이는 포근한 눈송이를 감상해 보라. 당신은 틀림없이 로맨틱 가이가 될 것이다. 당연히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감미로운 BGM을 깔아 줄 것이다.

RPM9 [ http://www.rpm9.com ]

© 2024 rpm9.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요뉴스

RPM9 RANKING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