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극한으로 즐기기, 카레라 컵 아시아 2009

발행일자 | 2009.03.30 20:18

여기는 적도에서 그리 멀리 떨이지지 않은 뜨거운 나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 공항 옆에 위치한 세계적인 세팡 인터네셔널 서킷이다. 내일부턴 F1이 이 서킷에서 열리지만 오늘은 포르쉐가 주인공인다. 바로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제 1전이 잠시 후면 시작된다. 열국의 아침은 해가 올라오면서부터 벌써 뜨겁다. 거기다 경기를 준비하며 머신들을 세팅하는 분주한 손길이 오가는 각 선수들의 피트의 열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분위기다. 내 마음도 벌써 트랙 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냉정함과 여유를 유지하기 위해 간단하게 커피를 한잔 마시고 천천히 피트를 향하고 있다.

14대의 카레라컵 911 GT3 머신들이 저마다 포효하고 있는 가운데 난 내 GT3 컵카의 울음소리를 알아 들을 수 있다. 피트로 들어서자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 차체에 화려한 노란 줄 무늬가 수 놓인 내 GT3 컵카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난 오늘 이 카레라 컵 GT3를 몰고 세팡 서킷을 달린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먼저 체커기를 받을 것이다. 어제까진 바쁜 영업 회의와 새로 오픈한 지점 방문 등으로 정신 없이 바빴지만 밤 늦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고, 오늘 하루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레이서다. 그것도 극한의 포르쉐 911 GT3를 완벽하게 경주차로 탈바꿈 시킨 카레라 컵카로 극한의 주행을 펼쳐 보일 참이다.


포르쉐에서 내 머신 전담으로 배정해준 미케닉들은 분주한 손놀림으로 모든 점검을 마쳤다. 나도 달릴 준비를 마치고 이제 머신에 오른다. 꼭 맞춘 버킷 시트에 몸을 조심스레 밀어 넣고 엉덩이를 한두 번 흔들어 자세를 잡았다. 계기판 위에 놓여 있는 스티어링 휠을 들어 제자리에 꽂았다.

여러 개의 스위치들을 올리고 드디어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등 위에서 사자의 울음소리가 정글 속에 위치한 세팡 서킷에 존재를 알린다. 그래 착하지. 오늘 제대로 한 번 달려 보자구.

9랩부터 선두로 나선 나와 내 GT3는 이제 12랩을 선두로 돌고 있다. 어느새 나와 머신은 메인 직선 주로에 접어들고 있다. 멋진 지붕을 자랑하는 세팡 서킷 메인 관중석에 않은 수 많은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나와 내 GT3를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살짝 들어온다. 하지만 집중하자. 이 길의 끝에서 난 또 다른 황홀한 세계를 만날 테니. 시퀀셜 기어를 짧고 강하게 밀어 기어는 4단,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밀어 기어는 5단에 들어가고 속도는 250km/h를 막 지나쳤다.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연속으로 시퀀셜 기어를 세번 당겨 순식간에 속도는 100km/h까지 내려가고 기어는 2단에 맞물린다. 부드럽고도 강하게 스티어링 휠을 오른쪽으로 감으며 코너에 진입한다.

그런데 아차. 코너 진입 속도가 너무 빨랐나? 너무 급하게 엑셀을 밟았나? 잠깐 언더스티어로 흐르던 머신이 순식간에 오버스티어로 돌변하고 카운터 스티어의 타이밍을 놓쳤다. 크게 원을 그리며 내 머신은 코스를 이탈했고 안쪽 베리어에 크게 부딛히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튀어 오르는 보닛이 하얗게 눈 앞을 가득 채운다. 으아…. 질끈 감았던 눈을 번쩍 뜨자, 꿈이다. 여기가 어디지? 아. 난 지금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프리뷰 행사 취재를 마치고 한국을 향해 날아가고 있구나. 큰 사고가 현실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 짜릿했던 꿈속의 순간이 계속 뇌리를 맴 돌고 있어 쉽사리 황홀함을 떨치기가 힘들다.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프로 레이서가 아닌 일반인이 포르쉐 경주차로 세계적인 서킷을 돌면서 각국에서 온 선수들과 함께 경주를 벌이는 일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현재 포르쉐에서 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포르쉐는 1990년부터 911 경주차로 경쟁하는 포르쉐 카레라 컵을 독일에서 시작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칸디나비아 등의 유럽 지역과 일본, 호주 등의 나라에서 매년 포르쉐 카레라 컵이 운영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앞서 열거한 나라들의 포르쉐 카레라 컵은 모두 자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주다. 그런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며 치러지는 카레라 컵 경주가 있다. 바로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다.

필자는 지난 2월 27일 말레이지아 세팡 국제 서킷에서 진행된 2009 시즌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테스트 및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 참석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각 팀 드라이버와 미캐닉 등이 차량을 테스트해 보는 장소에 각국 미디어들이 초청된 것이다. 카레라 컵의 역사와 2009 시즌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고 잠시 후 기자들은 피트로 내려가 테스트 중인 머신들을 자유롭게 둘러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택시 드라이브 시간. 사실 마음이야 직접 운전대를 잡고 세팡 서킷을 마음껏 달려 보고 싶지만 기자들에게 허락된 건 테스트 진행 중인 머신 옆자리에 동승하는 기회였다. 앞서 머신에 동승했던 한 기자는 얼마나 혼이 빠졌던지 머신에서 내리는 다리가 풀려 몸을 가누지도 못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저렇게 정신 줄을 놓게 만들었을까? 드라이버처럼 헬멧까지 갖추고 필자가 레이싱카 속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크루가 직접 4점식 벨트를 채결해 주었고 드디어 출발이다.

직선 주로로 들어섰다가 끝에서 곧바로 등장하는 오른쪽 커브에서부터 세계 최강 스포츠카 포르쉐 911의 GT3 카레라 컵 머신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다. 엄청난 횡 G를 몸으로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비록 동승이긴 하지만 서킷 주행은 황홀함 그 자체다. 특히나 자연흡기로 420마력을 뿜어내는 최고 회전수 8,400rpm은 순간순간 무아지경으로 몰아 넣는 자극제다. 엄청난 속도와 횡 G 속에서 머신을 컨트롤하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레이서가 무척이나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부럽다. 나도 저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코너들을 돌아서 직선 주로에 다시 진입하자 최고 회전수를 연거푸 때리면서 정점을 향해 달렸고 250km/h를 넘기고 나서 브레이킹에 접어 들었다. 강력한 브레이킹과 함께 시퀀셜 기어를 연거푸 당길 때면 힐앤토의 폭발적인 회전 상승음이 다시 한번 자극의 강도의 높인다. 예정되었던 2랩을 돌고 내렸지만 뭐 다리가 풀릴 정도는 아니었다. 여운으로 인해 머리 속이 잠시 동안 하얗게 비워져 있었을 뿐……

한국에서도 과거 카레라 컵 레이스가 태백 서킷에서 한 차례 열린 적이 있었다. 당시 포르쉐를 수입하던 한성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류시원 선수가 레이스에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경기 중간에 스핀하면서 리타이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한 동안 국내에서는 카레라 컵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그 때와는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다. 수퍼카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특히 포르쉐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 만큼 카레라 컵 같은 매력적인 자동차 경주가 다시 한국에서도 개최되고, 또 한국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직접 카레라 컵에 참가하는 이들이 늘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레라 컵은 프로 레이서가 참가하는 클래스 A와 일반인 아마추어 레이스가 참가하는 클래스 B로 구분되는데, 경기는 동시에 진행된다. 시상은 전체 시상과 함께 클래스 B 시상이 별도로 마련된다. 2009 시즌에는 현재까지 14명이 출전의사를 밝혔으며 그 중 네 명이 클래스 B에 출전한다. 카레라 컵에 참가하려면 경주에서 뛸 카레라 컵 레이스카를 구입해야 하며 구입할 때 별도의 참가 경비를 함께 지불하면 시즌 동안 경기가 있을 때 마다 경주차와 함께 각국을 이동하고, 숙박을 하고, 경기에 참가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포르쉐에서 배정한 전담 미케닉이 차량을 점검해 주고 경기 운영을 관리해 주는 일체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09년식 911 GT3 컵 제원 카레라 컵에 출전하는 레이싱 카의 모델 명은 ‘911 GT3 Cup’이다. 레이스를 위해 최소한의 장비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들어내고 필요한 장비를 보강했다. 동승한 차량은 이벤트를 위해 동승자석을 마련했지만 경주에 출전하는 차량은 운전석만 갖춘 레이싱카다. 실내에는 롤 케이지가 장착되어 있고 도어 안쪽 패널은 카본 파이버로 덮었다.

911과 같은 수냉식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배기량 3,598cc에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20Nm를 발휘한다. 최고 회전수는 8,400rpm에 이른다. 드라이 섬프 윤활 방식과 2단계 공명 흡기 매니폴드, 중앙 흡입 에어 덕트, 시퀀셜 멀티 포인트 연료 분사, 모듈 방식의 레이스 배기 시스템, 중앙에 배치된 트윈 배기 파이프, 촉매 컨버터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엔진 관리시스템은 MS 3.1이 사용된다.

도로용 포르쉐와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은 경주용 6단 시퀀셜 변속기의 장착이다. 압축유 윤활방식에 오일-워터 열 교환기, 싱글 매쓰 플라이휠, 5.5인치 트리플 디스크 소결-메탈 클러치, LSD, 911 GT3 RSR에서 가져온 디프렌셜 케이지 등을 갖추고 뒷 바퀴를 굴린다.

2009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캘린더 잠정 발표된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2009 시즌의 캘린더는 이번 말레이시아 세팡 국제 서킷의 PCCA 테스트 데이를 거친 후, 1차전은 상하이 F1의 부대행사로 상하이 서킷에서 시작되며, 북경 골든 포트 서킷, 주하이 국제 서킷, 인도네시아 센툴 국제 서킷, 싱가폴 마리나 베이 국제 서킷, 다시 중국 상하이 국제 서킷에서의 레이스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11월에 시즌을 마치게 된다.

▶ [rpm9] 포르쉐 카레라 컵 아시아 2009 사진 갤러리RPM9 [ http://www.rpm9.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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