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SM3는 닛산이 아닌 프랑스 르노의 신형 메간으로 플랫폼 자체를 갈아탔다. 닛산이 개발을 끝낸 기존 모델을 일부 손질해 도입했던 구형과 달리 이번에는 개발단계에서부터 르노삼성측이 자기 역할을 맡아 동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한국의 준중형 시장에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기존 SM3와 달리 이번에는 시장을 선도할만한 강점들을 갖추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뉴SM3는 이번에 ‘SM3 CE’로 이름이 바뀐 기존 모델보다 차체 길이와 폭이 10cm이상씩 커졌고 키도 4cm가 크다. 휠베이스는 GM대우 토스카와 같은 2,700mm(쏘나타는 2,730)라, 말 그대로 중형에 육박한다. 홀로 세워놓고 보면 크기가 잘 느껴지지 않지만, 초대 SM5를 옆에 세우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커진 차체는 실내공간에서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준중형급이라고는 보여지지 않을 만큼 넓고, 앉는 자세로부터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다. 멋 부린 지붕모양 탓에 머리공간이 약간의 제약을 받을 뿐, 무릎이나 발공간, 어깨 공간 등에는 여유가 많다. 다만 가운데 팔걸이는 약간 낮은 듯 하다. 팔걸이에는 노출된 컵홀더 2개만 자리했다. 동급 최초로 뒷좌석용 송풍구도 마련했는데, 송풍구 부분만 뒤로 돌출되었을 뿐 아래쪽은 파여있어서 센터터널 위로 발을 통과시킬 때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센터터널 자체도 낮아서 넘어다니기가 수월하고 가운데 좌석에 앉기도 덜 어색하다. 하지만 좌석 가운데에는 헤드레스트가 생략되어 있다.
RE급이나 가죽시트 패키지를 선택하면 뒷좌석에 분리형 헤드레스트가 달려 탑승자에 맞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ISOFIX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와 좌석을 6:4로 더블폴딩 할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진다. 필요할 때는 방석부분을 앞으로 젖힌 뒤 등받이를 접어 트렁크 바닥과 평편하게 이어지는 추가 적재공간을 얻을 수 있다. 등받이는 헤드레스트를 뽑을 필요 없이 바로 접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별도의 손잡이가 없는 방석 부분을 잡아 뽑는 과정은 유쾌하지 않다. 트렁크/주유구를 열 때는 운전석 옆 바닥의 손잡이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운전대 왼편의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흔히 쓰는 케이블 방식 대신 전기스위치를 이용해 세련되게 처리했다. 트렁크 덮개에도 스위치가 달려있어 편하다. 트렁크 내부는 넓고 반듯하다. 골프 백을 세 개까지도 삼키지 않을까 싶은 여유로운 공간이다. 후방주차센서는 플러쉬 타입으로 매끈하게 매립되어 있어 일반 센서보다 고급스럽게 보인다. 바깥 쪽 센서 두 개는 보통의 범퍼 높이에 차체 색상으로 자리했고 가운데 두 개는 그보다 아래쪽의 검게 처리된 부분에 있다. 배기구도 크롬도금 디퓨저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운전석 주변의 풍경은 르노 메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르노에서 디자인한 QM5와 비교해보면 레이아웃이 비슷한 반면 디테일에서 차별화 되어있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대시보드의 면 처리와 오밀조밀한 버튼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대체로 조작감도 좋다. 번쩍거리는 크롬도금 대신 반광택의 메탈룩 장식을 쓴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큼직큼직하게 배치된 기본 요소들을 바탕으로 화려한 장식을 가미한 경쟁모델들에 비하면 소탈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소재의 질감에 있어서는 이쪽이 뒤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에 리모컨 버튼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드는 차들도 있는데, SM3의 것은 대시보드의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손에 쥐었을 때 느낌도 좋지만 가벼운 조향감이 스포티한 느낌을 반감시킨다. 오디오 관련 리모컨은 스티어링휠 오른쪽 뒤편에 별도의 뭉치로 튀어나와있는데, 능숙하게 다루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스티어링 컬럼은 각도와 깊이를 조절할 수 있고, 빈틈에는 가죽커버를 씌웠다. 물론 스티어링휠과 주차브레이크 레버도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시트와 도어 팔걸이는 흰색 바느질이 들어간 검정가죽으로 감쌌다. ‘스페셜 가죽시트 패키지’라고는 하지만 대중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운전석은 국산 동급 최초로 전동조절식이다. 등받이 각도와 시트 앞뒤 거리 조절, 높이 조절이 가능한데, 6웨이라 앞뒤 높이를 따로 조절할 수는 없다. 전동조절 레버는 얄팍한 생김새와 등받이 레버의 각도가 어색하다. 요추받침은 등받이 오른쪽의 레버로 수동 조절한다. 동반석은 수동조절식이고 높이 조절은 할 수 없다. 요즘 추세대로 기본 위치가 높은 편이라 타고 내릴 때에는 천장이 낮게 느껴진다. 동반석의 등받이 각도 조절 레버는 뒤편에 쏠려있어서 조작이 편치 않다. 대시보드가 가운데로 가면서 불룩해지기 때문에 다리가 긴 동반석 승객은 왼쪽 무릎부근이 좁게 느껴질 수 있다. 오디오와 공조장치 조작부의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도 앞으로 낮게 돌출된 지정학(?)상의 이유가 크다. 글로브박스는 덮개 안쪽의 형상 탓에 좁고 복잡하게 보이는 면이 있고, 닫을 때 어느 부분을 밀어야 하는지 요령을 익힐 필요가 있다. 글로브박스에는 냉장 기능이 있다.
센터콘솔의 변속기 앞 뒤로는 컵 홀더로 쓸 수 있는 구멍이 세 개 뚫려있고, 여기에는 이동식 재떨이도 꽂아 쓸 수 있다. 컵 홀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큰 용기를 꽂거나 다른 물건을 수납하는 용도로 쓰고자 할 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센터콘솔을 향해 동그랗게 내려가는 형상인 가운데 팔걸이는 높이가 낮고 길이나 각도(높이) 조절기능이 없다. 안쪽 수납공간은 2단 구성이고 바닥마다 완충소재를 깔았다. 시트 열선은 2단이나 3단이 아닌 ON/OFF 방식으로, 스위치가 시트(엉덩이 바깥쪽)에 달려있다. 열선이 켜져 있으면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운전석과 동반석 중 어느 쪽인지는 알 수가 없다. 경고등 자체가 없는 차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열선스위치나 천장의 조명스위치는 플라스틱 느낌 그대로 딸깍 거리지만 각종 버튼에 입체감 있는 물결무늬를 넣어놓은 정성이 눈에 띈다. 계기판 밝기조절 다이얼은 너무 가볍게 돌아서 마치 다른 차에서 떼온 것처럼 느껴진다.
에어컨은 동급최초 좌우 온도 독립 조절 방식이고 AQS 기능도 갖추었다. 중형 이하에서는 수입차나 돼야 기대할 수 있었던 고급사양들을 적극 도입한 것이 신형 SM3의 특징으로, 이는 QM5의 출시 당시에 부각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기왕 다는 김에 HID 헤드램프까지 달아주면 어땠을까. ECM룸미러와 오토헤드램프, 오토 와이퍼 등은 동급 차량들에도 이미 적용되던 것. 1열 유리창과 선루프는 원터치로 열거나 닫을 수 있고, 화장거울 조명은 커버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켜진다. 깜빡이 레버의 조작감이나 경고음은 좋은데, ‘원터치 트리플 깜빡이’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쉽다.
실내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메간에서 볼 수 있는 베이지색 내장과 디지털 계기판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단순히 아날로그 계기판이라서 싫다는 것이 아니라, 실내 다른 부분들과 따로 노는듯한 크롬 링이 거슬리고, 계기판 자체를 희한한 각도로 눕혀놓은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닛산 계열에서 넘어온 HMI(휴먼 머신 인터페이스)는 상세하고 친절한 정보들을 보여줘서 차의 격을 높여주지만 액정화면이 가운데가 아니라 오른쪽에 쏠려 있어서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면이 있다. 상향등이 켜졌을 때만 경고등이 켜지는 차가 많은데, SM3의 계기판에는 하향등이 켜졌을 때도 경고등이 켜져 확인이 쉽다.
스마트 키 시스템이 달린 경우 문을 잠글 때는 앞문 바깥 손잡이의 고무버튼을 누르면 되고, 열 때는 손잡이에 손을 넣어 당기기만 하면 바로 열린다. 이른 바 ‘매직 핸들’ 기능이다. 손잡이 안쪽 도어 부분의 검정색 플라스틱이 센서역할을 하는 모양인데, 스마트키가 제외된 사양에도 이 부분은 붙어있다. 사이드미러 폴딩 스위치를 오토 위치에 두면 문을 잠글 때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고 시동을 걸면 다시 펴지기 때문에 편리할 뿐 아니라 문을 잠갔는지 어쨌는지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카드키에있는 조명버튼을 누르면 헤드램프 등 등화장치가 점등돼 차를 찾거나 어두운 곳에서 다가갈 때 유용하다. 시동버튼은 QM5처럼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으나 위치가 그리 낮지 않고 버튼이 볼록하게 생겨서 누르기에는 어색함이 없다. 시동 버튼이 위쪽에 달린 차들 중에는 스티어링 휠 등이 이를 가리는 바람에 막상 누를 때는 손으로 더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SM3는 차라리 편하다. 물론 보편적인 위치가 아닌 만큼, 자기 차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일단은 헤매게 되긴 하겠다. 이 부분에도 경쟁모델에서 볼 수 있는 크롬 테두리 장식 같은 것은 생략되어 있다.
실내에서 가장 세련미가 떨어지는 부분은 ‘차속감응 오토 도어록’이다. 주행을 시작해서 일정속도에 오르면 ‘철컥’하고 도어가 잠기는데,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릴 만큼 요란스럽다. 정차 후 시동을 끄거나 운전석 손잡이를 당기면 자동으로 풀리지만, 역시 자던 애기가 놀라서 깰만한 반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환경설정에서 이 기능의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환경설정에서는 이 밖에도 주차센서의 사용여부와 경고음량 조절이 가능한데, 불행히도 안전벨트 미 착용 경고음에 대한 설정은 할 수 없다. 조용히 지적해서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아예 미친 듯이 울어대는 안전벨트 경고음은 사고 시 치명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는 몰라도 탑승자들의 혈압을 급상승하게 하는 부작용이 염려된다. 주차장 한 바퀴 돌아보는 정도는 좀 봐주면 안될까? 오디오로는 서브우퍼 포함 스피커 9개와 디지털 외장앰프가 딸린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특정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미화 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주는 만족감을 생각하면 수백 만 원어치의 오디오튜닝이 부럽지 않다. 기본형에는 스피커 4개짜리 MP3 CD 오디오가 달리고, 트림에 따라 스피커 6개짜리 ‘고급오디오’, 아라카미…아니 알카미스 3D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최고급 오디오’, 파나소닉 스피커 8개가 달린 ‘오디토리엄 사운드 시스템’도 달린다.
뉴 SM3의 내비게이션용 리모컨(왼쪽)과카드타입 스마트 키
AUX단자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있는데, 작은 스테레오 잭용 구멍이 아니라 큼지막한 RCA단자 두 개가 커버 없이 노출되어 있다. 본래는 USB/아이팟 단자가 달리는 부분인데,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이렇게 바뀐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 메모리카드를 꽂을 수 있게 되어있으니 멀티미디어는 그것으로 이용하라는 설명이지만, 그렇다면 친구가 들고 탄 MP3 플레이어를 직접 연결한다던가 하는 즉흥적인 활용은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단, AUX나 USB 연결 없이도 MP3에 담긴 음악파일을 보스 오디오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바로 블루투스 스트리밍이 지원되는 MP3플레이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SM3를 사면 이 기능이 있는 삼성옙 P3 ‘SM3 스페셜 에디션’을 준단다. 물론 블루투스는 핸즈프리에도 활용된다. 모니터 화면에 블루투스 로고와 함께 국내 A브랜드 핸드폰의 상표가 뜨길래 뭔가 했더니, 동반인 중 한 명이 블루투스가 지원되는 A브랜드 핸드폰을 갖고 있어 자동인식이 된 것이었다.
대시보드 위에 달린 내비게이션 화면은 크기와 화질 면에서 더할 나위가 없다. 7인치 크기에 800×480픽셀의 해상도를 갖고 있으니 어지간한 수입차가 부럽지 않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와 지도데이터도 국내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라 신뢰가 간다. 지도를 볼 때는 운전자 쪽으로 조금 틀어져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러지 않은 것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다른 승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가 싶다. 화면 자체가 터치스크린 방식이지만 막상 조작하려면 운전대에 엎드린 자세가 되는데, 전용 리모컨이 딸려오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리모컨의 품질이 떨어지고 사용이 불편해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지만 이 제품은 만족도가 높다. 내비게이션 화면 왼편에는 지도데이터가 포함된 4GB SD카드가 꽂혀있다. 남는 용량에 MP3나 동영상 파일을 담아두면 차의 오디오와 액정 화면을 통해 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에서 SD카드를 쓴다면 여기에 꽂아서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다만 화질 좋은 동영상을 매끄럽게 재생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화면 왼편에 달린 안전벨트 경고등은 동반석 용인가 싶지만 실은 운전자용이다. 동반석 안전벨트 착용여부는 간섭하지 않는다. 계기판에 넣어도 될 경고등을 왜 굳이 여기에 빼놓았는지는 모르겠다.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7인치 액정 대신 시계 또는 오디오 정보를 보여주는 납작한 화면이 달린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상태에서는 오디오 메뉴를 쓸 때만 내비게이션 화면 윗부분에 관련 정보가 뜨도록 되어있고, 스티어링 휠의 오디오 리모컨으로도 내비게이션의 음량조절을 할 수 있다. 오디오 전원을 끄면 내비게이션 화면 대신에 그래픽으로 처리된 아날로그 시계가 표시된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대시보드를 움푹 파서 안쪽에 심었는데, 햇빛에 따라 파인 부분이 화면에 반사되어 시인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플랫폼을 갈아타면서 엔진과 자동변속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닛산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H4M엔진과 닛산이 밀고 있는 CVT변속기 ‘엑스트로닉’을 채용한 것이다. 베이스 차량은 르노인데 엔진과 변속기는 닛산 계열인 점이 흥미롭다. 르노와 닛산은 플랫폼과 구동계를 공유하고, 공동 개발하는 관계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번에 SM3에 적용된 H4M과 CVT변속기도 신형 메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합으로, 국내 사정을 고려해 르노삼성 측에서 특별히 맞춰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터보, 2.0터보 가솔린과 2.0디젤 등등 다양한 엔진이 얹히는 메간과 달리 SM3의 엔진은 1.6 자연흡기 가솔린인 H4M 한가지뿐이다. 여기에 무단변속기인 CVT를 물려 기존 모델보다 오히려 향상된 연비를 실현했다. 덩치가 훨씬 커졌는데도 공인연비는 13.0km/L에서 15.0km/L로 높아진걸 보면 국내 현실에 맞는 조합을 잘 찾아낸 듯 하다. 물론 기대이상의 연비 이면에서는 그만큼의 힘 저하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서 예전보다 효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중형급 차체에 1.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으니 여유로운 힘을 기대하는 것은 진작부터 무리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뉴SM3는 일상영역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정도의 힘을 보여준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엔진성능의 수치 면에서는 경쟁모델 대비 뒤지고 있는데, 대신 실용영역에서의 토크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일전에 미리 타봤던 시승차는 엔진회전수를 높였을 때 반응이 거칠어서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이번 시승차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음과 진동이 잦아들었다. 일단 힘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그 대신 주행감이 부드럽다는 면에서 일정부분 만회가 가능할 것이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아 시내를 달릴 때의 엔진과 무단 변속기의 매끄러운 반응은 섬세한 여성운전자가 아닐지라도 은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다만 발진 시에는 가속페달을 밟은 뒤 실제 동력이 이어진다고 느껴지기까지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원치 않는 급출발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오르막길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가속페달을 밟았는데도 순간적으로 뒤로 밀려 운전자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그 외에 전자식 슬로틀과 CVT의 설정은 부드럽고 효율적인 운전 위주로 맞추어져 있다. 주행 중에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깊게 밟아줘도 엔진회전수가 금새 높아지면서 빠른 반응을 보이지만, 엔진회전수가 먼저 높아진 채 변속비를 조절해가며 꾸준히 가속을 이어가는 CVT의 특성상 체감 가속은 더디게 느껴진다. 이러한 특성은 6단으로 설정된 수동모드 조작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회전수가 한계까지 높아지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고, 실제 기어로 물린 변속기들의 단수 개념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지만, 아쉬운 대로 위화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엔진브레이크의 사용도 가능하다. 수동모드를 쓸 때 운전자쪽으로 당기도록 되어있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변속레버의 파지감이나 조작감이 두리뭉실해서 스포티한 기분은 느끼기 어렵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킥다운 스위치가 눌리는데, D에서 이 상태로 풀 가속을 시도해보면 5,000rpm에서 60km/h, 5,500rpm에서 100km/h를 찍은 뒤 엔진회전수가 5,750rpm에 고정된 상태로 170km/h까지 가속된다. 엔진과 변속기, 배기가 어우러진 소리는 다소 건조한 느낌. 일반 변속기처럼 단수가 바뀔 때마다 회전수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감가속이 더디지만 각 속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따져보면 별다른 불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체감속도도 실제보다 낮은 편이다. 수동모드에서의 변속시점은 60, 85, 110, 145km/h 정도로 확실히 일반 변속기들과는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딱 한번, 과격한 운전을 하던 중에 CVT의 벨트소음으로 추정되는 굉음이 났었는데, 이후로는 이상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스티어링휠의 조향력은 가볍게 설정되어있어 도심에서의 운전을 편하게 하지만 구형 때와 달리 조향감이 민첩하지 않아 스포티한 운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체도 주행실력보다 승차감 쪽에 비중을 둔 듯 대체로 부드럽게 출렁거리고, 좌우 쏠림도 허용하고 있다. 스포티한 특성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불만이 될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특성이다. 느긋하게 달릴 때의 소음이나 승차감은 중형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특히 뒷좌석 승차감은 서스펜션 구조에 대한 편견을 불식 시킬 만큼 좋다. 다만 부드럽게 출렁거리는 가운데서도 약간씩 통통 튀는 느낌만은 어쩌지 못하고 있다.
서울모터쇼 때 공개된 쇼카는 20인치 휠을 끼고 나왔었는데, 시판사양은 17인치가 최대이고 가장 낮은 사양에는 15인치가 들어간다. 차체가 큰 만큼 17인치를 끼워놓아도 크게 보이지는 않는 편. 17인치 휠의 디자인은 휠캡 마냥 밋밋해서 조금 아쉽다. 타이어사이즈는 205/50R17로, 2.0 중형차 급의 17인치 타이어보다는 단면폭을 좁게 했다. 시승차는 금호 솔루스 KH25를 끼웠다. 주유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500km를 달린 시승차는 11.4km/L의 평균연비를 보였다. 100km/h 정속주행시 엔진회전수는 2,000rpm 위쪽에 살짝 걸치는 정도이고 연료탱크는 60리터이다. 시승차는 자동변속기(CVT)를 기본으로 포함시킨 최고급 사양- RE로, 차 값이 1,860만원이고 여기에 선루프 50만원, 보스오디오 65만원, 내비게이션 75만원, ESP 65만원, 커튼/사이드에어백 55만원이 더해져 풀 옵션은 2,170만원이 된다. 원한다면 바디키트 세트와 키킹 플레이트 등 순정 액세서리도 추가할 수 있다.
수입차 뺨치는 사양들을 적용한 만큼 차 값도 만만치 않지만, 그런 사양들을 선택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은 구매자 각자의 몫이고, 일단은 그 동안 이 급에서 선택 자체가 불가능했던 항목들을 추가함으로써 준중형급이 줄 수 있는 만족도를 높였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또, 고급사양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준중형 시장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한 패키지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좀더 넉넉한 엔진까지 옵션으로 준비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구매, 유지비 면에서 한결 적은 부담으로 중형차 부럽지 않은 공간과 사양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국산 1.6 준중형차들의 미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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